[탁계석 칼럼] K-Classic Masterpiece 가곡 콩쿠르의 탄생
작곡가가 직접 시상(施賞)하는 ,가곡 플렛폼 구축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한국의 성악계는 오랫동안 유럽 음악의 해석 능력을 경쟁해 왔다. 얼마나 정확한 발음으로 독일 가곡을 부르는가, 얼마나 이탈리아 벨칸토를 잘 구사하는가가 성악 교육의 중심이었다. 물론 그것은 필수 과정이었다. 그러나 이제 K-컬처가 세계를 움직이는 시대에 이르렀다면 질문은 달라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노래는 어디 있는가?” 지난해 12월 K-Classic Masterpiece 3일 동안의 작곡가들의 가곡 콘서트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첫 응답이었다. 한국 대표 작곡가들의 작품을 한 무대에 올려 K-가곡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바로 ‘K-Classic Masterpiece 가곡 콩쿠르’다. 이 콩쿠르는 단순한 성악 경연이 아니다. 작곡가가 직접 자신의 작품을 출제하고, 젊은 성악가들이 이를 해석하며, 다시 작곡가가 직접 심사와 시상을 맡는 대한민국 최초의 새로운 형식이다. 이것은 콩쿠르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시도다. ■ 이제는 “작품 중심”의 시대다 그동안 대부분의 콩쿠르는 성악가 중심이었다. 참가자들은 국제 콩쿠르 입상을 목표로 유럽 작품을 선택했고, 한국 창작 가곡은 입시나 발표회용 정도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한국 음악의 미래를 만들 수 없다. 결국 살아남는 것은 ‘레퍼토리’다. 베르디와 푸치니가 살아있는 이유도 작품이 남았기 때문이다. 독일 리트가 강한 이유도 시와 음악의 전통이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도 우리 시와 언어, 정서를 담은 가곡 레퍼토리를 구축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콩쿠르는 성악가를 뽑는 대회가 아니라 K-가곡의 상설 레퍼토리를 만드는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대표 작곡가들이 자신의 대표 작품 2곡씩을 출제한다는 점은 매우 상징적이다. 젊은 성악가들이 자연스럽게 작품을 익히고 무대에서 부르게 되면서, 곡은 생명력을 얻는다. 바로 여기서 한국 가곡의 미래가 시작된다. ■ 작곡가가 브랜드가 되는 구조 이번 시도의 가장 혁신적인 부분은 ‘작곡가 브랜드화’다. 지금까지 한국 창작 음악계는 작곡가의 이름보다 연주자 중심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세계 음악사의 흐름을 보면 결국 시대를 이끄는 것은 작곡가의 언어와 스타일이다. 이번 콩쿠르는 작곡가가 단순히 악보를 제공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작품 세계를 직접 설명하고, 해석 방향을 제시하며, 시상까지 맡는 구조다. 이것은 매우 현대적인 플랫폼 방식이다. 마치 영화감독이 자신의 작품 오디션을 직접 보는 것과 같다.젊은 성악가 입장에서도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을 넘어 작곡가의 철학과 음악적 언어를 이해해야 한다. 결국 해석의 깊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는 장차 K-Opera, K-Art Song 전체 생태계와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즉 작곡가·성악가·관객·플랫폼이 하나의 브랜드 체인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 K-가곡은 이제 세계를 향해야 한다 지금 세계는 K-컬처를 주목하고 있다. K-Pop 이후의 다음 콘텐츠가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아직도 유럽 레퍼토리 중심의 경쟁 구조를 반복하고 있다.왜 BTS는 세계를 움직이는데, 한국 가곡은 세계 무대에서 들리지 않는가? 그 이유는 단순하다. 플랫폼과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K-Classic Masterpiece 가곡 콩쿠르는 바로 그 플랫폼 구축의 출발점이다. 앞으로는 국제 부문도 가능할 것이다. 외국 성악가들이 한국어 가곡을 배우고, 세종학당과 연계해 K-딕션을 익히며, 한국 시와 정서를 노래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그때 비로소 K-가곡은 지역 음악이 아니라 세계 음악 언어가 된다. 우리는 지금 단순히 콩쿠르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한국어의 음악화, 한국 시의 세계화, K-정서의 성악화를 향한 첫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 콩쿠르가 아니라 콘텐츠 공장이 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대회 하루로 끝나지 않는 것이다. 이제는 수상보다 기록과 확산이 중요하다. 참가자의 노래가 영상이 되고, 음원이 되고, 인터뷰와 리뷰로 이어져야 한다. 그것이 오늘날 플랫폼 시대의 생존 방식이다. 특히 AI 시대는 이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음원 제작, 영상 편집, 글로벌 번역, 온라인 확산이 동시에 가능해졌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콘텐츠의 철학과 방향이다. 그래서 이번 콩쿠르는 단순 행사로 끝나면 안 된다. K-Classic 생태계를 만드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한국 음악계는 ‘공연은 많지만 남는 것은 적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제는 공연이 아카이브가 되고, 플랫폼이 되고,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도는 매우 중요하다. 대한민국이 이제는 “남의 노래를 잘 부르는 나라”를 넘어 “자기 노래를 세계에 들려주는 나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 가곡은 시장이 아니라 ‘가치’로 살아남는다 그러나 우리는 냉정하게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가곡은 순수예술이다. 대중음악처럼 즉각적인 시장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 K-Pop처럼 거대한 소비 플랫폼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이것은 가곡이 가진 원천적인 한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곡이 가치가 없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시대가 빠르게 소비될수록 인간의 정신과 언어, 시와 감성을 담아내는 가곡의 존재는 더욱 소중해진다. 문제는 누군가가 그것을 지켜주고 가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해야 하는가? 결국 가곡을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가곡의 품격과 정신적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마음을 열어야 한다. 이제는 후원자와 기부자, 기업과 문화 리더들이 나설 때가 되었다. 오늘 우리가 후원하는 한 곡의 가곡이 훗날 슈베르트와 브람스의 리트처럼, 혹은 베르디와 푸치니의 아리아처럼 살아남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 곡을 지켜낸 후원자의 이름 역시 함께 기록될 것이다. 예술은 결국 인간 정신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K-Classic Masterpiece 가곡 콩쿠르는 단순한 행사나 콩쿠르 비즈니스가 아니다. 참가비가 없다. 일부 ‘콩쿠르 장사’와는 출발부터가 다르다. 좋은 가곡이 태어나고, 살아남고, 불려지고, 기록되도록 토양을 만드는 작업이다. 그래서 한국 가곡사에 한 획을 긋는 가치와 의미를 세우고, 명곡 탄생의 기반을 함께 만드는 것, 우리가 이 시대를 산 사람으로서 후손들에게 꼭 남겨야 할 가곡 유산을 만드는 작업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