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한때 예술은 뜨거운 입김처럼 솟구쳤다. 영감은 그 순간의 정적 속에서 낚아채는 살아있는 불덩이였고, 예술가는 자신의 심장에서 즉시 치솟는 노래를 즉석에서 연주하고, 읊고, 노래했다. 하지만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음악 창작의 분업화는 이 ‘즉흥’이라는 고귀한 능력을 점차 주변부로 밀어냈다. 작곡가가 모든 것을 악보에 적고, 연주자는 그것을 ‘실행’하는 전문 기능인이 된 오늘날, 과연 우리는 ‘영감의 순간’과 얼마나 가까이 서 있는가? 오늘날 클래식 음악의 연주자들은 대개 작곡가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며, 오차 없는 완벽함을 추구한다. 그러나 이 완벽함 속에는 때때로 결핍이 있다. 그것은 바로 즉흥성, 곧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직관의 비약이다. 모차르트는 즉흥 연주의 달인이었고, 리스트는 즉흥을 통해 관객과 직결된 소통을 만들어냈다.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감정, 연주자 자신도 예측할 수 없는 진행. 그것이야말로 영감의 실체가 아니었던가. “즉흥이란 곧 신의 속삭임을 듣는 것이다.” 프란츠 리스트 이는 단지 과거의 미덕이 아니라, 오늘날 더욱 필요한 창조적 언어다. AI가 악보를 만들고 연주까지 구현할 수 있는 시대에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대중은 결코 진리를 낳지 않는다. 오직 개인만이 그것을 품는다. — 쇠렌 키르케고르 ‘절에 가서 새우젓을 먹는’ 능력 ‘눈치(nunchi)’는 직역하면 ‘눈으로 재는 치수’입니다. 말없이도 표정과 분위기를 읽어 사람들의 마음속 거리까지 재보는 섬세한 감각이죠. 덕분에 우리는 갈등을 줄이고, 협업을 매끄럽게 이어 갈 수 있습니다. 고맥락 문화가 키운 사회적 레이더 조선 유교 전통, 산업화기의 ‘빨리빨리’, ‘정(情)’ 문화는 관계의 온도를 지키는 일을 개인의 의견보다 앞세웠습니다. 그래서 말보다 눈빛이 먼저 흐르고, 단 한마디 없이도 “다 알아들었지?”가 가능해졌죠. 눈치의 빛과 그늘 밝은 면 / 그늘 빠른 공감과 조율 결정이 미뤄지고 속도가 늦어짐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암묵지 새로운 아이디어가 싹트기도 전에 꺾임 조직 분위기 읽는 능력 “내가 누구지?”라는 자기 상실감 회의 자리에서 다섯 번쯤 “이 말을 해도 될까?” 머뭇거리다 아이디어가 공중으로 흩어지는 경험,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그 순간 창조적 ‘불온함’은 사라지고 모두가 안전한 평균값으로 모여듭니다. 오늘날의 ‘디지털 눈치’ 줌 화면에 켜진 마이크 표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우리가 손으로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요? 손은 창조의 첫 출발이자, 노동의 가장 원초적인 도구입니다. 때론 손으로 무언가를 부수거나 상처를 줄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쓰다듬고 어루만지며 위로와 치유를 전할 수도 있습니다. 어머니의 손이 그렇듯 말이죠. 종교에서도 두 손을 모아 기도하며 정성을 다하는 행위를 통해, 손은 곧 신성한 매개로 기능합니다. 손은 단순한 도구일까요, 아니면 우리 마음의 언어일까요? 손은 단순히 움직이는 기관이 아닙니다. 심장이 보이지 않듯, 그 떨림과 감정이 손끝에 스며듭니다. 두려움이 밀려올 때 손은 떨리고, 분노나 슬픔이 차오를 때 손은 움켜잡히죠. 그래서 심장은 양심에, 손은 그 양심의 표현으로 비유됩니다. 양심을 잃은 이들이 저지른 악행을 두고 우리는 '더러운 손'이라 말하고, 그들이 죄를 숨기기 위해 "손을 씻었다"고 표현합니다. 당신의 손은 지금 어떤 감정을 담고 있나요? 이처럼 손은 인생의 만능 키, 스스로의 방향을 잡는 네비게이션과 같습니다. 여기, 우리는 그 손에 ‘Art’s’라는 이름표를 붙였습니다. 손과 예술의 만남,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적 제안입니다. 우리는 그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현대화와 상업화, 그 가속의 물결 앞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묻는다. ‘과연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갯벌을 메워 농지를 만들고, 그 위에 고층 아파트를 세우는 것을 '진보'로 여겼던 시대가 있었다. 개발은 곧 효율이었고, 효율은 곧 삶의 질로 여겨졌다. 그러나 오늘날, 갯벌은 생태의 보고를 넘어, 세계적 관광자원이자 지역의 정체성으로 거듭나고 있다. 원형을 보존한 자연이 오히려 더 큰 미래의 부가가치를 낳는다는 인식 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문화의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단순히 ‘옛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방식, 고유한 이야기, 존재의 출발점이다. 마치 가파른 언덕 위에서 공동체를 향해 돌진해오는 적을 막아서는 아파치 추장처럼, 우리는 지금 문화의 원형을 지켜야 할 최전선에 서 있다. “원형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의 뿌리다.” 최근 토니상 6개 부문을 휩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 창작 콘텐츠가 세계의 심장을 울릴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 작품은 이야기의 본질을 간결하게 간직한 채, 세련된 무대화로 승화되었다. 즉, 원형의 뿌리를 지키되, 현대적 언어로 재탄생시킨 사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세상의 한 방은 경계 밖에서 나온다.’ 이 문장 하나로도 충분하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소외를 두려워한다. 누구나 주류, 기득권에 편입돼 안정을 누리고 싶어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말했을 때 그는 이미, 소속과 유대가 주는 혜택까지도 겨냥하고 있었다. 중심에 서면 권력, 자원, 명예가 뒤따르고, 경계 밖으로 밀려나면 결핍과 불안이 덮쳐 온다. 그러나 ‘경계 밖에는 경계가 없다.’ 이 어록은 소외의 빈 공간을 무한한 가능성의 영역으로 전환한다. 경계 밖의 자유, 창작자의 영토 경계 밖 1번지 사람들은 노숙자들 사회적 약자가 있지만 대체로 작가, 예술가다. 그들은 고립과 침묵 속에서 타인의 시선을 ‘음소거’(mute)한 뒤, 세계를 새 언어로 재편한다. ‘기억 파노라마’를 뚫고 나오는 그 순간, 기존 질서가 떠받친 안전지대는 와르르 무너지고, 대신 혁신의 지층이 드러난다. 톨스토이가 『전쟁과 평화』로 귀족 사회의 허위를 부쉈듯, 미겔 데 세르반테스는 『돈 키호테』 한 권으로 라 만차 평원의 ‘미친 기사’를 보편적 인간 희극으로 승화시켰다. 덴마크의 철학자 쇠렌 키에르케고르 역시 코펜하겐 한복판
K-Classic News 탁계석 | 예술비평가회장 세계 곳곳의 음악 축제들 가운데는 대도시나 거대한 공연장이 아닌, 외딴 산간이나 벽촌에서 시작된 것들이 의외로 많다. 그리고 그중 몇몇은 이미 세계적인 명성과 품격을 갖춘 음악제로 성장해 왔다. 그 상징적인 사례가 바로 핀란드의 '쿠오모 페스티벌(Kuhmo Chamber Music Festival)이다. 쿠오모는 핀란드 북부의 깊은 숲 속에 위치한 소도시다. 이곳에서 망명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부부가 스스로를 위해 연주를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 처음엔 아무도 듣지 않던 음악이었지만, 근처의 벌목공과 지역 주민 몇 명이 하나둘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결국 그 ‘숲속의 연주’는 해마다 수많은 관객과 세계적 음악가들이 찾는 축제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음악은 처음부터 거대한 것이 아니라, 들어주는 단 한 사람의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례는 이탈리아 북부 고산지대 아시아고(Asiago) 페스티벌이다. 유목과 치즈 산업으로 알려진 이 지역에서, 마을 성당에서 시작한 작은 콘서트가 마을의 자부심으로 성장했고, 유럽 전역의 음악가들이 가족과 함께 휴양 겸 참여하면서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 이 축제는
K-Classic News GS Tak | Discovering Curator-Type Composers and Librettists We aim to foster creative talents who understand the European stage and can communicate using its artistic code. These individuals should not merely create works but function as curators capable of collaborating with European theaters. Targeted Festival Participation and Co-Production Proposals Examples include the Miskolc Opera Festival in Hungary, small theaters in Rotterdam, Netherlands, and the Stuttgart Contemporary Music Theater Week in Germany. These platforms annually accept international opera submissions and o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한없이 부러운 것이 '문화의 힘'이라는 말을 들으며 우리는 성장했다. 그 연장선에서 부러운 것 가운데 하나가 대중음악이다. 딴 게 아니라, 그 확장성과 지속성이다. 막강한 전파 매체를 타고 시대의 영웅을 만들고, 스타를 배출하며 대중음악은 시장을 지배해왔다. 지금은 다소 시들해졌지만, 한때의 열린 음악회도 시대의 상징이었다. 작고하신 송해 선생의 전국노래자랑 역시 온 국민이 함께한 장수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우리 클래식 음악계가 부러운 것은 바로 ‘지속의 힘’이다. 끝까지 갈 수 있다는 것.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의 소중함을 우리는 몸으로 절감하고 있다. 수많은 연주자들이 세계적인 콩쿠르를 휩쓸고도, 교수가 되지 않고서는 연주를 지속하기 힘든 현실. 계속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이 생태적 모순은 단순한 열정과 투지만으론 극복할 수 없는 벽이다. 현장 비평가로서 수십 년을 지켜보며 ‘클래식은 어떻게 지속할 수 있는가!’ 화두를 붙들고 살아왔다. 문화와 예술이 가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도처에서 살롱 음악회를 기획하고, 병원이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의욕적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21세기 한류는 더 이상 K-드라마, K-팝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K-Classic과 K-Opera는 한국의 깊은 역사성과 예술성을 무대로 이끌어내는 진화된 문화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 ‘K-Opera’가 있다. 하지만 아직 세계는 이 장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 또한 세계무대에 손 내밀 채비가 충분치 않다. 앞으로 K-Opera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두 갈래의 문을 동시에 여는 것이다. 첫째는 세계 보편성과 감동을 지닌 완성도 높은 창작 오페라를 만드는 것이고, 둘째는 유럽을 비롯한 국제 오페라 무대와의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다. 명작은 사람에서 나온다, 작곡가 중심의 창작 생태계 구축해야 오페라는 본질적으로 음악극이다. 어떤 소재, 어떤 무대, 어떤 기획이 있더라도 그것을 음악으로 품지 못하면 세계인의 마음에 닿지 않는다. 그렇기에 K-Opera가 세계에 나가려면 무엇보다 작곡가를 중심에 놓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는 많은 작가와 대본가, 연출가를 확보하고 있지만, 이를 진정한 명작으로 승화시킬 작곡 인프라는 아직 부족하다. 이제는 젊은 작곡가들에게도 실험이 아닌 ‘책임 있는 창작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설득은 소통의 예술이다. 그 예술은 때로 비유를 통해 설득력을 얻는다. 오늘 우리는 ‘오페라’라는 무형의 예술을 ‘스포츠’라는 구체적이고 보편적인 문화와 연결시켜 설명해보고자 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세계의 스포츠 축구, 야구, 농구, 심지어 골프와 배구까지,이들은 국제경기로 통용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표준 규칙이 존재한다. 경기장의 크기, 잔디의 상태, 공의 규격, 심판의 자격, 선수의 등록 절차, 중계와 마케팅까지. 이 모든 요소는 표준화되어 있어야만 글로벌 리그에 진입할 수 있다. 지금은 상상도 어렵지만,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모래밭 위에서 축구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환경에서 세계적인 선수를 키우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축구장은 이제 기본적으로 천연 혹은 인조 잔디로 조성되고, 조명, 중계시스템, 팬 좌석까지 경기력을 위한 완비된 ‘인프라’로 구성된다. 오페라 무대도 마찬가지다 성악의 꽃인 오페라도 다르지 않다. 오페라는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 하나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극장 중심의 시스템 예술이다. 오케스트라 피트, 회전 무대, 음향 반사판, 전문 조명과 영상 장비, 가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