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캡틴 강상보| 2021년 가을, 작곡가 변우식, 예명 도마는 세종대왕릉을 찾았다. 그는 세종 앞에 큰절을 올렸다. 단순한 참배가 아니었다. 한 사람의 작곡가가 오래전 이 땅을 살았던 세종의 마음을 만나기 위한 시간이었다. 도마는 그것을 '영감의 교환'이라고 말한다. ────────────────── 그날, 조용히 명상에 들어갔을 때, 한 소절이 마음속에 떠올랐다. "나의 눈에 백성은 눈물이다." ────────────────── 이 한 문장은 세종을 위대한 왕이라는 이름을 넘어, 백성의 삶을 바라보았던 한 사람으로 만나게 한다. 왜 세종은 백성을 위해 새로운 문자를 만들고자 했을까. 왜 음악을 정비하고, 과학을 발전시키고, 농업과 제도를 고민했을까. 그 수많은 선택의 바탕에는 백성의 삶을 바라보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도마는 역사책에 기록된 세종의 업적을 그대로 음악으로 옮기려 하지 않았다. 그는 업적을 만들어낸 마음을 찾으려 했다. 그리고 그 마음을 향한 질문에서 '세종의 마음'이라는 음악이 시작되었다. ────────────────── 변우식은 20년째 명상을 이어오고 있다. 그에게 명상은 단순히 마음을 비우는 시간만은
K-Classic News Erdos Han | 산업사회 이전의 예술가는 지금처럼 자신의 활동 영역을 하나의 장르로 한정하지 않았다. 화가는 그림만 그리지 않았고, 조각가는 조각만 하지 않았다. 예술과 과학, 철학과 건축, 음악과 문학은 서로 경계를 넘나들었다. 예술가에게 중요한 것은 ‘나는 무엇을 전공했는가’가 아니라 ‘나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표현하는가’였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대표적이다. 그는 화가이면서 과학자였고, 해부학자이자 발명가였으며 건축과 공학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그의 예술은 미술이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 머물지 않았다. 인간과 자연, 과학과 상상력을 하나의 세계로 바라보았기에 그의 작품은 오늘날까지 살아 있다. 그러나 산업사회가 등장하면서 세상은 효율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분업은 생산성을 높였고 전문화는 인간의 지식을 깊게 만들었다. 문제는 이러한 산업적 사고방식이 예술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회화는 회화, 조각은 조각, 음악은 음악, 무용은 무용으로 나뉘었다. 전문성은 높아졌지만 예술가의 표현 영역은 그만큼 좁아졌다. 장르의 경계가 창작의 질서를 만드는 동시에 창작자의 상상력을 가두는 벽이 되기
K-Classic News 캡틴 강상보 | 우리는 평생 사람을 평가하며 살아간다. 학벌, 직업, 재산, 유명세. 그것들을 보며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을 나눈다. 그러나 그 기준은 정말 맞는 것일까. ────────────────── 생전에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화가가 있었다. 그의 작품은 당대에 널리 인정받지 못했고, 그는 성공한 화가로 살아가지 못했다. 그의 이름은 빈센트 반 고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세상의 시선은 달라졌다. 오늘날 그는 인류 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화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사람이 아니라, 평가의 기준이 달라진 것이다. ────────────────── 역사는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사람은 오늘의 결과로 평가해야 하는가. 아니면 시간이 지나도 남는 가치로 평가해야 하는가. ────────────────── AI는 수많은 지표를 분석할 수 있다. 누가 더 많은 돈을 벌었는지, 누가 더 큰 성과를 냈는지, 누가 더 많은 영향력을 가졌는지 계산하고 비교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을 가치 있다고 볼 것인지, 어떤 삶을 좋은 삶이라고 할 것인지, 그 평가의 기준까지 AI에게 맡길 수는 없
K-Classic News Erdos Han |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세상의 모든 소리가 음악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피아노 건반 위에서 흘러나오는 한 음이 어느 순간 마음 깊은 곳을 흔들고, 이어지는 선율은 기억과 추억을 불러낸다. 특히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에는 인간의 슬픔과 그리움, 사랑과 환희가 커다란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순간이 있다. 음악은 그렇게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러나 조금 더 귀를 기울이면 음악은 콘서트홀 안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자동차가 달리는 소리도 하나의 리듬이고,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도 하나의 타악기다.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에는 자연의 현악기가 있고, 파도가 해변을 밀려왔다 물러가는 소리에는 거대한 저음의 반복이 있다. 새벽의 새소리, 시장의 웅성거림, 기차가 철로를 달리는 소리, 사람들의 발걸음까지 모두 저마다의 박자와 높낮이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평소 소음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다른 관점에서는 하나의 음악적 모티브가 될 수 있다. 음악에서 모티브란 짧지만 인상적인 음의 씨앗이다. 하나의 작은 선율이 반복되고 변주되면서 거대한 작품으로 성장한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은가. 아침에 들은
K-Classic News 안지환 그랜드오페라 단장 | 부산 북항의 바다를 배경으로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부산오페라하우스는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부산의 문화적 자존심이자 미래 성장 동력이 될 핵심 랜드마크다. 그러나 개관을 불과 1년여 앞둔 지금, 우리는 설렘보다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최근 불거진 라 스칼라 극장 초청을 둘러싼 예산 논란과 예술감독 연임 파행은 부산시 문화행정이 얼마나 임기응변식으로 흐르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 15여 년간 부산오페라하우스의 건립 및 운영 자문위원으로, 그리고 개관공연준비위원장으로 참여했던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파행은 이미 예견된 결과다. 돌이켜보면 전문가들의 자문이나 한시적 준비위원회는 행정의 명분을 세워주기 위한 '허울'에 불과했다. 시장이 바뀌고 행정 담당자가 교체될 때마다 사업은 갈피를 잡지 못했고, 이를 컨트롤할 전담 TF나 컨트롤 타워는 부재했다. 부산시는 거창한 건물 신축에는 열을 올렸을지 모르지만, 정작 그 안을 채울 오페라 인프라 조성과 민간 오페라단과의 협업 체계 구축, 그리고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문화 정책에는 철저히 무관심했다. 문화행정의 관료적 효율성만 따졌을
K-Classic News Erdos Han 작가| 우리는 흔히 친구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한다. “네가 잘돼서 나도 기쁘다”는 말은 아름답고 인간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가까운 친구가 성공하고 자신보다 높은 자리에 오르면 축하의 박수 뒤편에서 묘한 불편함이 생기기도 한다. 반대로 어려움을 겪는 친구에게는 유난히 마음이 쓰이고, 도와주고 싶고,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왜 우리는 성공한 친구보다 힘든 친구에게 더 따뜻한 마음을 갖는 것일까. 그것은 인간이 본질적으로 악해서가 아니라, 비교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친구는 낯선 사람보다 훨씬 가까운 비교의 대상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수십억 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고 해서 크게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함께 공부하고, 함께 일하고, 비슷한 시절을 살아온 친구가 갑자기 큰 성공을 거두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친구의 성공은 단순한 타인의 성공이 아니라 어느 순간 ‘나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저 친구는 저렇게 되었는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바로 그 순간 축하해야 할 성공이 나에게는 자신의 부족함을 확인시키는 사건으로 변한다.
K-Classic News Erdos Han |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거리와 일상은 외국어로 얼룩지기 시작했다. 간판에는 영어가 넘쳐나고, 상품과 음식의 이름에도 영어가 빠지지 않는다. 카페의 메뉴판에서부터 패션, 광고, 공연과 전시의 제목에 이르기까지 영어를 비롯한 외래언어가 우리의 생활 곳곳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사람의 옷과 가방, 얼굴과 몸에까지 외국어가 하나의 장식처럼 새겨진다. 세계화 시대에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영어를 배우고 세계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분명 중요한 능력이다.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 역시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외국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보다 외국어가 더 세련되고 고급스럽다는 생각이 우리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말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말까지 영어로 바꾸어야 멋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자존감의 문제가 된다. 언어는 단순히 뜻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다. 한 민족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며, 오랜 세월 축적된 감정과 기억의 저장소다. ‘그리움’, ‘정’, ‘멋’, ‘마음’, ‘여울’, ‘윤슬’, ‘노을’ 같은 우리
K-Classic News Erdos Han| 올해는 한글날이 제정된 지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백 년이라는 시간은 한 나라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기에 충분한 세월이다. 한글날 제정 100주년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정신과 문화, 그리고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는 역사적 이정표이다. 1443년 세종대왕은 백성을 위해 새로운 문자를 창제했고, 1446년 『훈민정음』을 반포하였다. 당시 대부분의 백성은 한자를 익히기 어려워 자신의 생각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세종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겼다. 훈민정음은 권력을 위한 문자가 아니라 백성을 위한 문자였고, 지배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소통과 배려를 위한 혁명이었다. 그러나 한글이 처음부터 존중받은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한문이 지식인의 언어로 자리 잡으면서 한글은 '언문'이라 불리며 낮게 평가받았다. 여성과 서민의 문자라는 편견도 있었다. 하지만 백성들은 한글을 통해 편지를 쓰고, 노래를 남기고, 삶을 기록했다. 문자의 생명력은 권력이 아니라 국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한 것이다. 일제강점기는 한글의
K-Classic News 캡틴 강상보 | 많은 사람들은 가업승계를 재산을 물려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주식, 공장, 건물, 경영권. 그러나 나는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 창업자는 회사를 만든 사람이다. 그러나 정말 위대한 창업자는 돈보다 이유를 만든 사람이다. 왜 이 기업이 세상에 필요한가. 왜 이 일을 끝까지 해야 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기업의 철학이다. ────────────────── 역사를 보면, 오랫동안 이어져 온 기업들은 재산만 승계하지 않았다. 존재 이유와 철학을 이어 가려고 노력했다. 도요타 역시 자동차만 만든 기업이 아니라, 품질과 지속적인 개선, 그리고 사람을 존중하는 가치를 바탕으로 시대의 변화에 맞춰 혁신을 이어 왔다. 기술은 바뀌어도, 존재 이유는 이어 갔다. 그것이 오래 지속되는 기업의 힘이다. ────────────────── AI는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그러나 AI는 기업의 철학을 만들지 못한다. 왜 존재해야 하는지,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지는 인간만이 결정할 수 있다. ────────────────── 후계자는 창업자를 닮는 사람이 아니다.
K-Classic News Erdos Han | 인간은 오래전부터 자연을 스승으로 삼아 살아왔다. 계절의 변화에서 삶의 리듬을 배웠고, 새의 비행에서 하늘을 나는 꿈을 키웠으며, 벌과 개미의 사회에서는 협력과 질서의 가치를 발견했다. 그중에서도 병정개미는 공동체를 지키는 책임이 무엇인지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 주는 존재이다. 병정개미는 먹이를 찾거나 새끼를 돌보는 역할보다 둥지를 방어하는 임무를 맡는다. 적이 침입하면 가장 먼저 위험을 향해 나아가고, 자신의 생명보다 공동체의 안전을 우선한다. 그들의 행동에는 명예를 위한 경쟁도, 보상을 위한 계산도 없다. 오직 종족의 생존과 공동체의 미래라는 본능적인 사명감만이 존재한다. 이러한 모습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방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세계적으로도 긴장과 갈등이 공존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는 결코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국군 장병들의 헌신과 철저한 대비, 그리고 국민들의 성숙한 안보 의식이 오랜 시간 함께 쌓아 올린 결과이다. 국방은 전쟁을 준비하는 정책이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한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이다. 강한 국방은 상대를 위협하기 위한 힘이 아니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