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말은 있는데, 말할 수 없고, 생각은 있는데, 꺼내 놓을 수 없고, 감정은 넘치는데, 표현할 언어가 사라진 시대를 살고 있다. 누군가는 이를 ‘눈치의 사회’라 부르고, 누군가는 ‘검열의 시대’라 말한다. 그러나 실은 더 깊은 곳에 원인이 있다. 우리는 지금 ‘말의 주권’을 잃어버린 사회에 살고 있다. 말은 위험해졌고, 침묵은 안전해졌다 언제부턴가 말은 무기가 되었다. 한마디가 왜곡되고, 편집되고, 낙인으로 돌아온다.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고, 맥락이 아니라 단어 하나로 재단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하지 않는 쪽을 택한다. 말하면 공격당하고, 침묵하면 무사하기 때문이다. 이 사회는 말하는 사람보다 조용한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을 준다. 그러나 침묵이 길어질수록 내면은 병들어 간다. 표현되지 못한 감정은 응어리가 되고, 말하지 못한 생각은 불안으로 바뀐다. 정신건강의 출발은 ‘말할 수 있는 권리’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왜 이렇게 불안해졌는가 지금의 한국 사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속도, 경쟁, 효율을 자랑한다. 그러나 그 속도만큼 마음은 따라가지 못한다. 성과는 숫자로 평가되고, 인간은 스펙으로 환원된다. 사람은 존
K-Classic News 황순학 교수 | “의자에 앉은 권력, 소파에 기대는 취향!” ― 바로크의 무대에서 로코코의 살롱으로 역사는 왕의 연대기로만 기록되지 않는다. 역사는 의자의 높이, 소파의 곡선, 테이블의 위치 같은 사소한 선택들 속에도 숨어 있다. 인간이 어디에 어떻게 앉았는가를 보면, 그 사회가 인간을 어떤 존재로 상상했는지가 드러난다. 말하자면 가구는 시대가 인간에게 건네는 무언의 지시문이다. 17세기 바로크와 18세기 로코코의 차이는 바로 이 지시문의 어조 변화에 있다. 한쪽은 명령형이고, 다른 한쪽은 권유형이다. 한쪽은 “똑바로 앉으라” 말하고, 다른 한쪽은 “편하게 기대도 된다”라고 속삭인다. 바로크: 가구가 사람을 바라보던 시대 바로크 가구 앞에 서면, 먼저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이 가구는 나를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왕좌형 의자의 높은 등받이는 척추를 지지하기보다 신분을 지지한다. 앉는 순간 사용자는 ‘편안한 개인’이 아니라 ‘권력을 전시하는 존재’가 된다. 말하자면 바로크 의자는 인체공학이 아니라 정치공학의 산물이다. 허리가 아파도 상관없다. 허리가 아프다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했던 시대였다. 캐비닛은 수납 가구이지
K-Classic News 손영미 - 작가·시인·칼럼니스트 매년 1월 1일 정오,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는 단순한 연주회를 넘어 하나의 의식에 가깝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39년, 상처 입은 유럽에 음악으로 희망을 건네기 위해 시작된 이 음악회는 황금빛으로 숨 쉬는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해마다 새해의 첫 언어를 세상에 건넨다. 왈츠와 폴카는 이 무대에서 더 이상 가벼운 춤곡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와 공동체의 기억을 품은 문화적 상징이며, 빈 필의 격조는 화려함이 아니라 절제된 품위에서 비롯된다. 이 전통은 반복이 아니라, 매년 새롭게 해석되는 ‘현재형 유산’으로 살아 움직여 왔다. 2026년의 지휘봉 ‘야닉 네제 세갱‘ 2026년 신년음악회의 지휘봉을 잡은 이는 캐나다 출신의 지휘자 ‘야닉 네제-세갱‘ 이다. 그는 고전 레퍼토리의 투명한 구조를 존중하면서도, 현대적 감각과 유연한 호흡을 결합하는 지휘자로 평가받아 왔다. 현악의 숨결을 넓게 펼치되 리듬의 미세한 탄력을 놓치지 않는 통제력, 그리고 ‘춤추는 박자’를 음악적 문장으로 번역해 내는 능력은 그의 가장 큰 미덕이다. 오케스트라를 몰아붙이기보다 설득하며 이끄는 그의 리더십은 빈 필 특유의 유
K-Classic News 글 │ 손영미 (극작가·시인·칼럼니스트) 2026년 말띠해, 연극 〈에쿠스〉의 시대적 소명 길들여진 인간과 길들여지지 않은 인간, 말과 인간 사이에 사라진 것들… 오랜만에 대학 선배의 초대로 대학로를 찾았다. 몇 해 전 예술의전당에서 이미 한 차례 마주했던 연극 에쿠스를 다시 선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이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낡지 않고, 오히려 지금 이 시대에 더 날카롭게 우리를 찌른다. AI가 인간의 사고와 감정을 대신 설계하려는 시대에, 에쿠스는 우리가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지를 가장 정직하게 비춘다. 에쿠스는 1973년, 영국 극작가 피터 셰퍼가 실제 신문 기사 하나에서 출발해 완성한 작품이다. 여섯 마리 말의 눈을 찔러 실명시킨 한 소년의 사건이다. 셰퍼를 사로잡은 것은 범죄의 잔혹함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어 있던 단 하나의 질문이었다. “이 아이는 왜 이렇게까지 느껴야 했는가.” 이 질문은 곧 연극의 중심이 된다. 에쿠스는 범죄극도, 단순한 정신분석극도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이 ‘열정’을 어떻게 다루는 존재인가, 그리고 사회는 그 광기와 정상의 경계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가를 묻는 철학극이다. 1970년대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우리는 오랫동안 정신건강을 개인의 문제로 취급해 왔다. 마음이 아프면 개인이 병원을 찾고, 상담을 받고, 치료를 받는 것이 당연한 순서였다. 그러나 지금 이 방식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우울과 불안, 고립과 무기력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퍼진 구조적 현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를 거치며 우리는 이를 집단적으로 경험했다. 사람을 만나지 못했고, 말을 줄였고, 침묵에 익숙해졌다. 그 결과는 자살률 증가, 우울증 확산, 관계 단절이라는 수치로 나타났다. 문제는 치료 인프라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아프기 전에 막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하나의 질문에 도달했다. “정신건강을 왜 여전히 치료의 영역에만 가두고 있는가?” ESG는 원래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점검하는 지표였다.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그중 사회(S)는 늘 가장 추상적이고 관리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복지, 인권, 워라밸, 안전… 항목은 많았지만 중심은 없었다. 그러나 이제 분명해졌다. 정신건강은 사회(S)의 주변 항목이 아니라 핵심 인프라다. 사람이 버틸 수 없으면 조직은 지속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2025년 12월 19일 한류문화산업이 주최한 제 12회 한류대상 시상식 (백범기념관 대강당) K-오케스트라는 단순히 하나의 연주 단체로 존재하기 위해 창단된 조직이 아니다. 생존을 넘어, 대한민국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주역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기존 서양 레퍼토리 중심의 관행에서 벗어나, 정체성이 분명한 ‘한국의 얼굴’을 연주하는 집단이 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연주력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왜 연주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이다. ‘대한민국을 연주하다’의 부재를 채우는 기획 전략 그동안 한국 오케스트라에는 ‘대한민국을 연주한다’는 개념이 거의 부재했다. 국가적 기념일, 역사적 사건, 문화적 전환점이 음악 콘텐츠로 체계화된 사례는 드물다. K-오케스트라는 이 빈자리를 정확히 겨냥해야 한다. 광복, 한글, 독립, 평화, 지역의 역사와 자연, 향토의 서사 등은 모두 연주 가능한 소재이자 강력한 콘텐츠다. 중요한 것은 이를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시리즈와 브랜드로 기획하는 것이다. 소재를 콘텐츠화하는 능력, 이것이 K-오케스트라의 첫 번째 경쟁력이다. 비(非)공공기관의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하다 공공기
K-Classic News 김은정 기자 | 관련기사: 대한민국을 연주하는 K-오케스트라 K-Orchestra 상표권 신청이 마침내 등록 완료되었다(12월 29일). 출원번호 : 40-2024-0238013 출원공고일 : 2026-01-02 등록예상일 : 2026-03-23 상표권 등록은 통상 상당한 시간과 인내를 요구하는 절차이지만, 그 결과 이전에 이미 중요한 의미가 축적된다. ‘신청’ 그 자체가 하나의 선언이자 의지의 표명이며, 개념을 제도와 구조로 옮기겠다는 실천적 결단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탁계석 회장은 K-오케스트라를 단순한 연주 단체의 이름이 아니라, 한국 클래식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하나의 담론으로 발전시켜 왔다. 서양 레퍼토리를 반복 재현하는 기존 오케스트라 시스템을 넘어, 우리 창작을 중심에 두고 연주와 관객을 함께 구조화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온 것이다. 이는 작품만 쓰고 사라지는 구조도 아니고, 연주만 하고 끝나는 구조도 아니다. 창작–연주–관객이 서로를 필요로 하며 순환하는 ‘삼위일체’의 생태계 구상이다. 때문에 K-Orchestra 상표권 등록은 이러한 담론이 더 이상 추상적 주장이나 개인의 문제의식에 머물지 않고, 제도적 실체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박범인 금산 군수에게 K시스테마 기를 전달하는 탁계석 K클래식 회장 한 사회의 미래는 청소년이 어떤 꿈을 꾸는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울증과 자살률 세계 1위, 게임·도박·마약 문제의 저연령화, 계층 간 문화 격차의 고착화까지,청소년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적 과제가 되었다. 이 지점에서 다시 주목해야 할 모델이 있다. 바로 아르헨티나에서 출발한 '엘 시스테마(El Sistema)'다. 총 대신 악기를 들게 한 기적 엘 시스테마는 빈민가 청소년들을 마약과 총기의 거리에서 구해내기 위해 시작된 청소년 오케스트라 운동이다. 범죄의 유혹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총 대신 악기를 쥐어주었고, 음악이라는 공동체적 언어를 통해 자존감과 규율, 협업의 가치를 심어주었다. 이 운동이 세계적 주목을 받게 된 결정적 계기는 이곳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의 등장이다. 한 명의 음악가가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이 한 시대의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였다. 한국형 청소년 오케스트라, 그리고 중도 하차의 문제 우리나라에도 약
K-Classic News 김은정 | 회장님께서 요즘 가장 강하게 말씀하시는 것이 있습니다.“우리가 지금 서양만 쫓을 때가 아니다”라는 선언인데요. 그렇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미 그 시기는 지났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서양의 음악, 서양의 제도, 서양의 기준을 따라오느라 바빴습니다. 그 과정이 필요 없었다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이만큼의 기술력과 확산을 가져 온 것은 유학, 세계의 콩쿨 석권의 땀 흘림의 결과이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지금도 여전히 서양의 레퍼토리를 얼마나 잘 소화하느냐로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의 수준을 재단하는 시선이 강합니다. 저는 이것을 ‘서양 공무원'을 잘 수행하던 시절’이라고 표현합니다. '서양 공무원’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주어진 교과서를 성실히 이행하고,정해진 매뉴얼을 정확히 수행하고, 실수 없이 연주하는 것. 그 자체로는 훌륭한 능력입니다. 하지만 K-컬처 시대에까지 우리가 계속 그 역할에만 머물러 있다면, 그건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니라 자기 유보입니다. 지금 세계는 한국에게 “너희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너희만의 이야기는 무엇인가?”를 묻고 있습니다. 그 질문 앞에서 한국 오케스트라는 어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10월 10일~12일 마스터피스 페스티벌,(중구 을지로 푸르지오 아트홀에서) 눈에 보인다고 해서 모두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림은 분명 눈앞에 존재하지만, 그 그림을 어떻게 해석하고 평가하느냐에 따라 감상의 깊이는 전혀 달라진다. 단순히 시각적으로 인식된다고 해서 본질까지 ‘보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소리 또한 마찬가지다. 들린다고 다 들리는 것이 아니다. 아는 귀와 모르는 귀, 경험한 청취와 경험하지 못한 청취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다. 작품 역시 누가,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다. 알고 하는 연주와 모르고 하는 연주의 차이를 일반 청중이 즉각적으로 분별하지 못하더라도, 그 차이는 박수의 밀도와 감동의 깊이로 정확히 드러난다. 왜 K-Classic 작품은 연주되지 않는가 K-Classic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지 않는 이유를 단순히 “낯설어서”라고 설명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비켜간다. 보다 면밀히 들여다보면 이는 작품에 관심, 정보, 해석, 연주 기술의 문제에 대한 학습 부재로 귀결된다. 서양 레퍼토리는 유학 과정에서 체화되었고, 반복 연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기 것이 된다. 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