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제주의 바람은 거칠고도 깊다. 그 바람을 다스리는 신령이 있었으니, 바로 영등할망(靈登婆娘). 그녀는 매년 정월 초하루 즈음 하늘나라에서 제주 바다로 내려와, 섬 곳곳의 농사와 어업, 바람과 생명을 살피는 여신이었다. 할망이 머무는 기간은 딱 열나흘. 그 기간을 **‘영등잽이’**라 하여, 제주 사람들은 문을 굳게 닫고 불을 삼가며, 조용히 여신의 뜻을 받들었다. 영등할망은 밤마다 바람을 타고 다니며 집집마다 들렀고, 그녀가 흡족해하면 그 해의 바다는 풍어를, 밭은 풍작을 약속했다. 그러나 어느 해, 인간들의 믿음이 흐려지고 제물은 소홀해졌다. 상처받은 영등할망은 열나흘을 채우기도 전에 바다로 향했다. 그녀는 마지막 날, 서녘 하늘을 바라보며 바람결에 실어 이별의 말을 남겼다. "나는 다시 오리라. 그러나 너희가 나를 잊는다면, 바람은 길을 잃고 바다는 등을 돌리리라." 이후 사람들은 **‘영등굿’**을 올려 여신의 노여움을 달래며, 이별의식을 치렀다. 지금도 제주 2월의 거센 바람 속에는, 바다를 향해 사라지던 영등할망의 한숨이 실려 있다고 믿는다. [나레이션 – 서막] “정월, 바람이 열린다. 하늘의 바람 여신,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아득한 옛날, 하늘과 땅이 서로 가까이 숨 쉬던 시절. 인간의 발길이 채 닿지 않은 신비로운 대지, 그곳에 순결한 달빛처럼 빛나는 흰 사슴 하나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 사슴은 날개를 잃은 별처럼 고요히 들판에 내려앉았다. 눈은 깊은 우물 같고, 뿔은 은빛으로 반짝였으며, 발굽이 닿는 자리마다 꽃이 피어났다. 흰 사슴이 머문 곳마다 바람은 말을 잃었고, 나무들은 몸을 낮춰 예를 올렸다. 사람들은 처음엔 두려워했지만 곧 경외심으로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흰 사슴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눈빛으로 세상을 어루만졌고, 병든 아이를 핥아주면 낫고, 메마른 땅을 밟으면 샘이 솟았다. 사람들은 이 사슴을 “하늘의 사자(使者)”라 불렀다. 그러나 사람들 중 욕심 많은 이가 사슴의 뿔을 가져오면 영생을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어느 날 밤, 탐욕스런 자가 활을 들어 사슴을 노렸고, 화살은 사슴의 왼쪽 어깨를 스쳤다. 하늘의 사자는 아픔을 뒤로한 채 조용히 산 너머로 사라졌고, 그가 떠난 자리엔 한 줄기 은빛 안개와 전설만이 남았다. 이후 사람들은 흰 사슴이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가 머물렀던 들판을 성지로 삼았다.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옛날 제주 차귀도 인근 바다엔 고요하지만 깊은 슬픔을 간직한 전설이 있다. 차귀도는 바위섬과 해류가 세차기로 유명한 곳. 이곳에서 물질하던 젊은 해녀 '소월'은 고요하고 담대한 바다처럼 깊은 눈빛을 지녔다. 어느 날, 폭풍우가 몰아치던 밤. 멀리서 난파된 배 하나가 차귀도 바위에 걸렸다. 소월은 생명을 건 잠수를 통해 간신히 한 남자를 끌어올렸다. 그는 중국 연안에서 온 떠돌이 해적, 이름은 '류청'이었다. 처음엔 서로의 말을 몰랐고, 마음도 닫혀 있었지만, 둘은 해풍 속에서 천천히 마음을 열었다. 류청은 말없이 그물을 고치고 나무를 쪘고, 소월은 그에게 물질을 가르치며 둘은 바다와 파도처럼 점점 가까워졌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바람 앞 등불 같았다. 어느 날, 류청을 뒤쫓던 조정의 관군이 차귀도를 포위했고, 그는 자신을 숨기려다 소월이 대신 붙잡히는 일을 막지 못했다. 소월은 마지막 순간 류청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대는 떠나시오. 나는 이 바다에 남겠소." 그리고는 자신의 머리수건을 풀어 그에게 쥐어주었다. 관군이 떠난 뒤, 류청은 배를 타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고도, 바람 부는 날 차귀도 해안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설문대할망, 제주를 빚다 옛날 아주 먼 옛날, 하늘과 땅이 아직 완전히 갈라지지 않았을 무렵, 거대한 여신이 남쪽 바다에 내려왔다. 그녀의 이름은 설문대할망, 천지 사이를 거닐던 어머니 대지의 화신이자, 세상의 생명을 일으키는 창조의 손이었다. 설문대할망은 키가 하늘에 닿고, 발은 깊은 바다를 디뎠다. 그녀는 이 땅 어딘가에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따뜻한 땅을 만들고자 마음을 먹었다. 손으로 바다를 휘저어 돌을 쥐어 나르고, 치마폭으로 흙을 담아 날랐다. 그렇게 날마다 돌을 이고 흙을 퍼 나르며 바닷속에 섬을 빚어 올렸는데, 그것이 지금의 제주도다. 그녀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삼아 섬을 다듬었고, 오름과 곶자왈, 바위산, 바닷가 마을까지 정성껏 만들었다. 지친 몸을 식히려 앉은 자리에 생긴 것이 ‘설문대할망이 앉았던 바위’요, 남겨둔 발자국마다 전설이 되어 땅에 새겨졌다. 설문대할망은 제주를 만든 뒤 그곳에 자신이 낳은 다섯 백성을 풀어 놓았다. 그들은 바다에서 물질하며 살아가는 해녀가 되었고, 돌과 바람 속에서 밭을 가꾸며 살아가는 제주 사람의 시원이 되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할망은 섬이 자기 힘보다 커졌음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오페라를 버려 오페라를 구한다.” “장르를 융합해 장르를 살린다.” 고전 오페라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공연 콘텐츠가 태어난다. 관광객이 즐기고, 기억하고, 돌아가서도 이야기할 수 있는 ‘관광 오페라’의 탄생이다.영상과 음악, 춤과 설화, 노래와 서사가 한데 어우러진 옴니버스 갈라 오페라. 제주는 신화의 섬이다. 화산이 만든 신비로운 대지 위에 하늘에서 내려온 흰 사슴, 거대한 여신 설문대할망, 바람의 여신 영등할망, 해녀와 해적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만든 전설들이 사계절의 이야기로 피어난다. 본 공연은 봄·여름·가을·겨울 네 장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구조로, 각 계절에 어울리는 제주 신화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음악과 무용, 현장 라이브 연주와 멀티미디어 영상이 결합된다. 봄: 거대한 창조 여신 설문대할망이 제주를 만드는 이야기 여름: 차귀도의 해녀와 해적의 비극적 사랑 서사 가을: 하늘에서 내려온 백록담의 흰 사슴, 인간을 위해 희생하다 겨울: 제주의 바람을 다스리는 여신 영등할망의 이별 의식 ‘보고 듣고 느끼는 제주’, ‘기억 속에 남는 제주' 화려한 무대장치와 제주 자연의 영상, 감동적인 성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능소야 버들아 누구나 다 잘 알듯이 천안 삼거리는 흥타령이 탄생한 고장이죠. 능소라는 처녀와 박현수 선비와 만나서 사랑을 펼치는 것인데, 전쟁이 나서 엄마를 잃은 아버지가 전쟁터에 나가면서 능소를 주막에 맡겨두고 다시 돌아오겠다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때 한양에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 박현수가 능소의 주막에 들러 막걸리를 한 잔 하면서 그의 인간됨과 매력에 한 눈에 반하게 되죠. 반드시 장원급제하여 다시 돌아오겠다면서 이별을 하게되는 것인데, 능소는 총명하여 꿋꿋하게 혼자서 생존하는 그러면서도 배려하는 성실한 아이입니다. 오늘의 나약한 젊은 세대에 던지는 메시지도 될것 같아요. 이후 장원급제하고 돌아 오고 이들은 해피앤딩을 맺게되죠. 흥타령이 극의 앤딩이거든요. 이 3막의 오페라는 오늘의 침체와 갈등과 반목을 흥타령이란 용광로에 녹이는 것이어서 시사성도 있다고 봅니다. 우리에게 넘치는게 흥이요 신명이니 세계 수출품이 될수 있도록 잘 만들어야 겠습니다. '서정과 코믹'으로 재미있고 또 눈물과 감동이 있는 한국적인 다양한 요소들이 녹아들여서 맛있는 오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 정덕기 작곡가와는 저와 오랜 인연이 있죠.
K-Classic News 이백화 기자 | 오는 2월 28일(금) 오후 7시 30분, 한전아트센터에서 창작 오페라 ‘오페라 칼레아 부탈소로’가 세계 초연으로 막을 올린다. 본 공연은 3월 2일(일)까지 총 3일간, 4회 진행되며, SF적 상상력과 신화적 요소가 결합된 웅장한 서사와 현대적인 음악이 만나 완전히 새로운 오페라의 세계를 펼쳐낼 예정이다. 2월 28일(금) 오후 5시에는 프레스콜이 진행되며, 3월 2일(토)과 3월 3일(일) 낮 공연 후에는 ‘관객과의 대화(GV)’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이 자리에서는 작곡가, 연출가, 배우들이 직접 무대에서 경험한 감정과 연기적으로 집중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또한, 작품 속 캐릭터의 심리와 서사적 맥락, 그리고 미래적 세계관을 표현하는 데 있어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추었는지 등을 공유하며, 관객과 보다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기회를 제공한다. 오페라 칼레아 부탈소로는 2180년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해수면 상승과 생태계 파괴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는 인류의 이야기를 다룬다. 유엔과 한국이 바다 위에 건설한 다민족 해양 도시 ‘부탈소로’ 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이 도시는 ‘탈출하여 새로움을 찾아가는 희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여수심포니 오케스트라 오페라 '바다에 핀 동백' 선정 ‘2025년 지역대표 예술단체 지원사업’에 전국 32개 단체가 선정되었다. 이 사업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일차적으로 선발한 지역예술단체를 대상으로 문체부가 재심의를 거쳐 국비를 일부(40~70%) 보조하는 사업이다. 문체부는 2025년 각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최종 선정된 예술단체의 작품 창·제작을 지원하고, 작품 평론, 공연 홍보 등 후속지원을 더해 총 194억 원을 지원(공연장·연습실 등 지방자치단체의 현물 지원은 별도)한다. 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의 '바다에 핀 동백'은 10, 19 여순 사건을 다룬 역사물 오페라로 2023년 10월 18일~19일 예울마루아트센터에서 초연해 큰 호응을 받아 '24년 10월에 재공연되었다. 박영란 작곡, 탁계석, 강해수 대본, 유희문 연출의 '바다에 핀 동백'은 여수를 대표하는 창작물로 인식되면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현지 반응이 있었던 만큼, 지역 대표 예술단체 선정으로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다. 지역 투어와 글로벌 진출도 강해수 단장은 '지역의 척박한 토양에서 정체성을 확실히 하는 작품을 위해 수년동안 총력을 기울였는데,
K-Classic News 탁계석 예술비평가 회장 | 세계 오페라극장에서 가장 많이 무대에 오르는 작품 중의 하나가 라보엠이다. 특히 12월 겨울을 맞아 라보엠을 하는 것은 그 스토리 배경에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미미와 로돌포의 뜨거운 사랑과 이별, 더 사랑하지 못하게 막은 죽음. 방송의 연속드라마는 두 번 반복해 보기 힘드나, 오페라는 보고 또 볼수록 깊이 빠져드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이것이 예술성이요 명작의 가치다. 명품백을 사지못해 짝퉁으로 위로를 받을수 있겠으나 당당할 수는 없듯이, '내 나이가 어때서' 신나게 노래방에서 엉덩이 흔들며 부를수는 있겠으나 오페라가 뭔지 모른다면, 글쎄, 같은 나이, 같은 세월을 살았다해도 내 나이가 어때서~ 나이를 들이대며 자랑하긴 좀 그렇지 않은가. 그러니까 선택은 자유지만 행복의 질과 삶의 품격이 다르다는 말이다. 혹자는 난 오페라 같은 것은 몰라! 그런건 안본다! 라는 분들도 없지 않지만 세상이 많이 달라져 시골 벽촌에서도 오페라 바람이 불고 있다. 여기 지자체 중에 1등이 서초구(구청장: 전성수)다. 신청마감이 너무 빨랐다. 스마트폰에서 줄거리는 물론 유튜브 동영상 아리아 들을 수 있으
K-Classic News 김은정 기자 | 가을비가 살짝 스치는 듯한 토요일 오후 5시 화성아트홀은 어린이 손님들로 가득했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극장에 도착한 아이들은 로비에서 기다리는 공룡 두 마리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림책에서나 보던 공룡이 아름다운 색상의 옷을 입고 반기고 있기 때문이다. 놀라거나 어색한 표정이던 아이들이 적극적인 포토 찍기 안내로 이내 친숙해 진다. 어릴적 경험은 참으로 소중하다. '세살 버릇 백여든을 간다'는 말처럼 그 체험이 일생을 관통하는 것이다. 이 때의 경험 순간을 놓치면 이후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바쁘다. 청소년기에는 입시에 쫓겨 시간이 별로 없다. 좋은 것을 경험하면 나쁜 감염이나 게임 중독 것을 막아 내는 백신 효과가 있다. 누구나 힘들 때에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스트레스트를 풀어야 한다. 이 때 자신의 몸에 보유된 문화가 효력을 발생한다. 그래서 어릴적 부모의 손을 잡고 극장에 앉아 본 경험이 중요하다. 그 기억이 행복이고, 그 씨앗들이 자라서 행복 꽃밭에서 놀게 한다. 이번 공연은 화성문화재단이 후원하고 신사임 예술총감독이 진행하여 대본, 작곡, 연출, 조명, 무대가 총괄이 되어 일궈낸 것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이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