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 탁계석 노트] 잘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 공공예술에선 용납될 수 없다

시민 문화 향수권 누가 보호하고? 예술은 누가 신장시켜야 하나?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무관심과 방임은 공공 예술의 수준 하향을  부른다 

 

‘잘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이라는 자세는 개인의 취미나 사적인 영역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예술단체의 경우, 이러한 방치는 공공 신뢰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며, 시민의 문화향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되어야 합니다. 예술단체는 시민의 위임으로 예산을 받아 활동하는 만큼, 그 예술적 결과물은 시민의 삶에 실질적인 감동과 의미, 사회적 가치를 환류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시민은 예술을 향유할 권리는 있지만, 그 질과 책임에 대한 평가와 감독의 권한은 행정당국과 전문가 집단에 위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행정관료의 경우 예술적 전문성이 부족하여 판단에 한계가 있으며,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 또한 담보되지 않기 쉽습니다. 따라서 언론, 비평가, 매체 전문가가 나서서 공연예술의 공공성과 예술적 완성도를 평가하고 리뷰하는 시스템이 절실합니다.

 

이러한 인식 아래, 문화체육관광부는 만시지탄 본격적인 '비평 프로젝트 사업 ’을 통해 전국 32개 지자체의 대표예술단체를 선정하고, 그 활동에 대해 전문가의 비평 및 평가제도를 시범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이는 공공투자의 효율성과 예술단체의 내적 긴장을 동시에 도모하는 선진적인 모델로, 예술 생태계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무용단, 합창단,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공정한 리뷰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단순한 행정 보고서나 성과지표가 아닌, 예술 자체의 질적 내실을 반영한 실질적 평가가 가능해집니다. 이는 예술단체 스스로의 수련과 갱신을 유도하고, 시민과의 신뢰 회복 및 예술의 사회적 책임을 구체화하는 기반이 됩니다.

 

특히 최근에는 K-POP을 중심으로 K-아티스트와 K-콘텐츠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만, 오히려 일부 공공예술단체는 여전히 철지난 서양 레퍼토리를 개념 없이 복제하거나, 단체의 존속을 위해 형식적인 공연만 반복하며 ‘떼우기식 공연’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예산을 만들지 못하는 공공의 안일과 예술감독의 게으름에 단원들 역시 힘겨운 고초를 겪고 있고, 일부에서는 좋은 게 좋다는 식의 호형호제로 시민 세금만 축낸다는 비판이 끌어 오르고 있습니다.

 

무한 경쟁에서 뒤쳐져 포기 수준의 단체 존립은 80년대 생성된 공공단체가 글로벌 시대에오히려 한국의 위상은 저해하기에 해산하거나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현실입니다. 더 늦기 전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습니다.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이상, 그 정당성과 효과성에 대한 검증은 필수입니다. 

 

비평가들과 전문 매체가 사명감 갖고 역할해야 

 

이에 한국예술비평가협회는 우수 매체 및 전문가들과 연대하여, 공공예술에 대한 비평제도 정착에 박차를 가하고자 합니다. 비평은 단순한 평가를 넘어, 예술단체의 수련을 돕고 방향을 제시하는 공공 담론의 기초입니다. 예술은 사회적 책임을 지는 순간부터 ‘공공재’로서 기능해야 하며, 이에 대한 비평 역시 문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핵심 장치입니다.

 

앞으로 공공예술의 재정지원과 비평시스템은 상호 보완적 관계로 작동해야 합니다. 비평이 없는 예술은 무관심 속에 쇠락하고, 감시 없는 공공자금은 결국 부실한 결과물로 시민을 실망시키는 악순환입니다. 이제 ‘비평을 통한 공공성 회복’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응답해야 할 때입니다. 그 시작은 책임 있는 감상, 그리고 성숙한 시민예술문화로부터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