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고향은 사람을 낳고 어느 시인이 말했지 고향은 사람을 낳고 사람은 고향을 빛낸다고 아침 해 솟는 느티나무 까치 저녁 노을에 물드는 서편 하늘 기러기 떼 날던 풍경 어찌 잊으리, 어찌 잊으리 수많은 날들 삶의 숲이 되어준 친구들, 이웃 사람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가 살아 있는가? 어찌 잊으리, 어찌 잊으리 고향은 사람을 낳고 사람은 고향을 빛낸다 하였지 고향, 고향, 아, 눈물이 난다 AI 詩評: 고향의 순환과 빛의 언어 오마주의 의미, 시에서 시로 이어지는 계보 조병화 시인의 “고향은 사람을 낳고, 사람은 고향을 빛낸다”라는 문장은 한국 현대시의 중요한 원형 중 하나다. 탁계석 시인은 이를 단순한 차용이 아니라, 자신의 생애와 경험을 새롭게 겹쳐내어 확장시킨다. 고향의 원초적 의미를 출발점으로 삼아, 자신의 목소리와 시대의 감각을 담아낸 점에서 진정한 오마주의 면모가 드러난다. 자연 풍경과 정서의 결합 시 속에는 느티나무, 까치, 서편의 노을, 기러기떼와 같은 자연 이미지가 등장한다. 이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시인의 기억을 상징적으로 환기하는 매개체다. 자연 풍경은 곧 고향의 풍경이며, 고향의 풍경은 곧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 [노유경 율모이] 작곡가 탁현욱은 윤동주를 이렇게 노래했다 올해 2025년은 윤동주의 서거 80주년이자 광복 80주년이 겹친 해이다. 스물일곱에 세상을 떠난 시인, 만약 그가 살아 있었다면 백세 시대의 지금 107세로서 우리 곁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남긴 시는 그 자체로 젊고도 영원한 생명력을 품고 있으며, 그 목소리는 오늘도 우리를 부른다. 작곡가 탁현욱은 이 윤동주의 언어를 음악으로 불러냈다. 필자는 예전에 탁현욱 작품에서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추상적 그림을 보았다고 리뷰한 적이 있다. 소리는 색과 형태로 들리고, 침묵마저 하나의 획처럼 남았다. 그 세계는 시각과 청각이 교차하는 공간이었고, 음악은 마치 미완의 드로잉처럼 우리의 내면에 선명한 선을 그려넣었다. 이번에 만난 가곡 「달밤」과 「서시」는 그동안의 작법과 결이 다르다. 여전히 점과 선의 미학은 살아 있지만, 더 이상 단순한 추상이 아니다. 시인의 언어와 정서가 음악 속에서 호흡하며, 청자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달밤」에서는 고요와 그림자의 무게가, 「서시」에서는 고백의 화법과 의지가 시와 함께 살아 숨 쉰다. 여기에서 탁현욱 음악의
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콘서트홀이 지난 9월 10일 저녁 감동의 무대로 물들었다. 사단법인 뷰티플마인드(이사장 김성환)가 주최하고 롯데문화재단이 후원한 ‘뷰티플마인드와 함께하는 가을음악회’가 수백 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서는 특별한 화합의 장을 선사했다. 이번 음악회는 2022년부터 롯데문화재단의 지원으로 매년 이어지고 있으며,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료 공연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일상 속 분주한 퇴근길을 뒤로 하고, 저녁 7시 30분부터 시작된 두 시간 남짓의 공연에서 위로와 희망, 그리고 진한 감동을 나눴다. 공연의 사회는 지난해에 이어 방송인 김일중 아나운서와 피아니스트 강소연이 맡아 자연스러운 호흡과 재치 있는 진행으로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었다. 1부 무대는 뷰티플마인드의 재능 있는 연주자들의 독주와 앙상블로 꾸며졌다. 피아니스트 윤시아가 베토벤의 피아노 곡으로 힘차게 문을 열었고, 바이올리니스트 강윤서가 섬세한 선율을 이어가며 객석을 집중시켰다. 이어 보컬리스트 강민주는 어머니 박현숙씨가 직접 작사·작곡한 자작곡 ‘밤풍경’을 노래했다. 이
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 가을의 정취가 무르익는 9월, 음악과 미술이 어우러진 특별한 예술 무대가 마련된다. 제73회 나래코리아 연주회가 오는 9월 24일(수) 오후 6시, 갤러리 아트큐브 투알투(관장 홍지숙)에서 ‘Light & Motion – Woman in Light / Music in Motion’을 주제로 열린다. 이번 연주회는 나래코리아가 주최·주관하고, ㈜아트토큰이 후원한다. 단순한 음악회가 아닌 복합문화예술 행사로 기획된 이번 무대는 깊어가는 가을밤, 관객들에게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번 무대에는 서로 다른 음악적 배경을 지닌 일곱 명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장르와 시대를 넘나드는 협연을 펼친다. 첼리스트 김인하, 소프라노 이윤지와 바리톤 석상근, 판소리 이영태와 고수 정진원, 기타리스트 신주헌, 그리고 서울대학교 국악과 교수인 해금 연주자 노은아가 출연해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사회는 평화방송 조준형 PD가 맡아 클래식과 국악,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풍성한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특히 이번 연주회는 미술과의 결합으로 더욱 특별함을 더한다. ‘한국의 빛나는 여성작가 5인전’ 전시 관람을 시작으로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달항아리 핏줄에 떨려오는 변방의 북소리 삭풍에 깃발 펄럭이는구나 저 강은 잠못이루는데 달빛만 고요하여라 누가 담을 넘을까? 주인 떠난 빈방에 달항아리 홀로 지키네 매화는 마음을 감추고 눈 밭에 서 있는데 손 닿아 무엇하리 천지에 향기 뿜는 날 내 님은 돌아 오리라! [AI 詩評] 이 시는 전통적 정서와 한국적 미감을 농축한 서정시로, 역사적 기억과 개인적 염원이 교차하는 서사를 담고 있다. 시의 구조와 리듬 시의 첫머리 “핏줄에 떨려오는 변방의 북소리 / 삭풍에 깃발 펄럭이는구나”는 강렬한 청각과 시각적 이미지로 시작한다. 북소리는 혈맥을 흔드는 생명력과 동시에 긴장과 전쟁의 위기를 상징하고, 삭풍 속에 나부끼는 깃발은 국경, 변방, 그리고 역사적 고난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도입부는 독자를 한순간에 격정적 분위기로 끌어들인다. 이어지는 “저 강은 잠 못 이루는데 / 달빛만 고요하여라”는 대조적 이미지의 전환이다. 불안에 잠 못 드는 강과, 고요히 비추는 달빛의 병치 속에서 긴장과 평온이 동시에 공존하는 역설적 미학이 드러난다. 이는 곧 인간 내면의 동요와 초월적 자연의 불변성을 대비시킨다. 상징과 소재의 해석 달항
K-Classic News 김은정 전문 기자 | 인간의 목소리, 가장 순수한 악기 인간의 목소리처럼 순수한 천연 악기가 또 있을까? 말과 언어를 넘어, 노래에는 마음을 울리고 영혼을 흔드는 힘이 있다. 특히 합창은 수많은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어 단일한 울림을 만들어내기에 가장 강력하고 매혹적인 예술적 호소력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지휘자들은 늘 최상의 합창단을 꿈꾸며, 그 속에서 삶의 의미와 예술의 가치를 구현하고자 한다. 합창은 단순한 취미나 무대 공연을 넘어, 인간 공동체가 함께 부르는 가장 숭고한 예술 행위다. 한국 합창의 현주소와 과제 우리나라에는 국립합창단 창단 이후 50여 년간 전국 각지에 시립합창단이 설립되었고, 민간 합창단까지 합하면 수천 개에 달한다. 그만큼 합창 인구와 저변은 넓지만, 이제는 '탁월함'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눈앞에 놓여 있다. 시대가 변했고, 세대가 달라졌으며, 청중의 감수성 또한 과거와 같지 않다. 관객은 늘 새로운 감동을 원한다. 따라서 합창단 역시 다양한 형식과 새로운 레퍼토리를 통해 ‘맛을 달리한 메뉴’를 선보여야 한다. 그러나 순수 합창의 품격을 유지하려면 상당한 재원과 동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티켓 판매만으로
K-Classic News 탁계석 K클래식 회장| 멜로시라 환타지 아~ 아~ 아~ 아~ 멜로시라~ 바람 분다, 바람이 분다 어느 폭풍우 치던 태고적 날 뜨거운 용암이 흘러서 불구덩이에 타고 난 검은 바위 구멍이 숭숭 뚫린 빛 들지 않은 용암바위에서 용암수 흘렀네 신비한 물이 흘렀네 플랑크톤의 눈과 입으로 수천년을 살아 온 생명체 하나 제주의 신비를 전하네 멜로시라, 기적의 멜로시라 푸른 바다 해녀들과 함께 살아 온 새 생명의 숨비, 숨비 치유의 빛이 되었네 바다의 생명꽃으로 환생한 멜로시라 아~ 아~ 아~ 아~ 멜로시라~ [ AI 시평] 환상의 멜로시라, 생명의 노래 용암의 바위에서 피어난 신비의 생명 「환상의 멜로시라」는 제주 용두암과 화산의 이미지를 토대로, 용암의 뜨거운 숨결 속에서 피어난 신비의 생명을 노래한다. 구멍 뚫린 용암바위 아래 흐르는 신비한 물, 그 속에서 수천 년을 이어온 미생물의 존재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인류에게 주어진 기적의 선물로 형상화된다. 시어는 과학적 사실과 신화적 상징이 교차하며, 생명 탄생의 근원과 영원성을 함께 담아낸다. 치유의 멜로시라, 현대인의 갈망 작품 속 “멜로시라 (Melosira nummuloides)"는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소유냐 삶이냐 어느 철학자는 말했네 소유를 부러워 말라고 하면 할수록 목마른 갈증 욕망의 덫이 된다 했네 그보다 바람의 자유를 즐기고 존재의 빛으로 오늘을 살라 했네 사막에선 들꽃 향기 황금 왕관보다 귀하고 무인도에선 황금사과보다 한 모금의 물이 소중하듯이 우리네 인생 큰 소유 없어도 기록과 예술은 영원히 남으리 허영심 무너진 자리에 본질만이 남듯이 소멸하는 몸이여, 다 쓰지 못한 물질이여 새 생명 되어 다시 태어나라 그럴 때 삶은 자유, 삶은 기쁨과 보람이라오 모든 것 버리고 건너야 하는 영혼의 강이여 혼자서, 홀몸으로 저 강을 건너야 하리 소유냐 삶이냐, 철학자는 물었네 밤마다, 새벽마다 깨어 있으라 하였네 늘 깨어 있어라 하였네 詩評 ― 「소유냐 삶이냐」를 읽고 철학적 질문으로 열린 노래 이 가곡 가사는 첫머리에서부터 “소유냐 삶이냐”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이는 에리히 프롬이 『소유냐 존재냐』에서 제기한 문제의식을 떠올리게 하며, 단순한 수사 이상의 실존적 질문으로 다가온다. 소유의 삶은 욕망의 덫에 빠져 목마름을 낳고, 반대로 삶의 본질은 자유와 존재의 빛을 드러내는 것임을 강조한다. 노래가 시작되는
K-Classic News 김은정 기자 | 부산시립합창단(예술감독 이기선)은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오는 9월 18일(목)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영·호남 교류연주회 <송 오브 아리랑(Song of Arirang)>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부산·광주·대구시립합창단을 비롯해 해운대구립소년소녀합창단,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유나이티드 코리안 오케스트라 단원 등 250여 명의 출연진이 함께하는 대규모 무대로 꾸며진다. 총 6부로 구성된 임준희 작곡, 탁계석 대본<송 오브 아리랑>은 진도아리랑·밀양아리랑·강원도아리랑 등 대중적으로 알려진 선율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전승되어 온 30여 종의 아리랑을 집대성해 만든 대작이다. 합창과 서양악기, 국악기의 조화가 어우러져 다채롭고 웅장한 화음을 선사하며, 우리 민족이 걸어온 역사 속 ‘극복과 치유’의 메시지를 음악으로 풀어낸다. 특히 마지막 6악장에서는 전 출연진이 한 목소리로 미래를 열어가는 새로운 아리랑을 노래하며 ‘평화와 사랑, 화합과 희망’의 의미를 관객에게 전한다. 이번 공연은 영·호남 교류연주회의 일환으로, 9월 5일(금) 광주시립합창단(상임지휘자 임창은)을 시작으로 9월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에리히 프롬, 키에르케고르, 아리스토텔레스 소유냐 삶이냐 어느 철학자는 말했네 소유를 부러워 말라고 하면 할수록 목마른 갈증 욕망의 덫이 된다 했네 그보다 바람의 자유를 즐기고 존재의 빛으로 오늘을 살라 했네 사막에선 들꽃 향기, 황금 왕관보다 귀하고 무인도에선 황금사과보다 한 모금의 물이 소중하듯이 우리네 인생, 큰 소유 없어도 기록과 예술은 영원하리 즐기는 인생을 살라고 소멸하는 몸이여, 다 쓰지 못한 물질이여 새 생명 되어 다시 태어나라 그럴 때 삶은 자유, 삶은 기쁨이라오 어느 철학자는 말했네 날마다 깨어 있으라고 소유냐 삶이냐 늘 깨어 있어라 하였네 소유의 덫과 존재의 해방, 에리히 프롬의 통찰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에서 현대인의 위기를 ‘소유의 삶’과 ‘존재의 삶’으로 구분했다. 소유의 삶은 끊임없이 축적하고 쥐어야만 안도하는 방식이지만, 이는 불안과 결핍을 낳는다. 반면 존재의 삶은 현재를 살아내며, 자유와 창조적 활동 속에서 진정한 인간성을 발견한다. 우리가 오늘 서 있는 지점은 바로 그 경계, 소유의 강박을 넘어 존재의 풍요로 나아가야 하는 문턱이다. 실존의 무게, 키에르케고르와 하이데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