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취지와 방법 모든 현상은 지표로 나타난다. 경제, 증권, 정치 상황은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흐름을 읽을 수 있지만, 문화는 그 특수성으로 인해 지표화가 쉽지 않다.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연 시장에서 소비자는 현재 한류 콘텐츠의 지표를 가늠하기 어렵다. 이에 K-Classic 조직위원회는 창작 합창 작품을 실험적으로 합동 공연 방식으로 추진, 그 성과를 지표화하여 정부와 공공기관이 K-콘텐츠 지원 예산을 확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번 광복 80주년 기념 칸타타 「송 오브 아리랑」의 광주·대구·부산 합동 공연은 그 첫 시도였다. 시너지 효과 세 도시의 시립합창단이 하나로 뭉친 공연은 단순한 무대 협업을 넘어 문화 생태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각 단체가 가진 인적·물적 역량이 공유되며,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지역 간 교류와 관객 저변 확대에도 효과를 거두었다. 이 시너지 효과는 향후 전국 단위의 칸타타·합창 프로젝트로 확산될 수 있는 원형을 보여주었다. 관객 변화 과거 해방 이후 합창계는 서양 레퍼토리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 한국 창작 작품이 청중의 뜨거운 환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오피니언 리더의 책임과 목소리 한국은 ‘끈의 문화’를 가진 나라다. 혈연·지연·학연으로 이어지는 연고주의가 그 어떤 나라보다 강하다. 이것이 때로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지역을 살리고 공동체를 가꾸는 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이번 ‘우리 고장을 빛내는 오피니언 100인 초청 콘서트’는 바로 이 끈의 문화를 세련되고 품격 있게 승화시켜, 지역사회의 문화적 연대와 비전을 만드는 자리가 되고자 한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여 내는 목소리는 단순한 참여를 넘어, 고향을 위한 책임 있는 응답이다. 향토성 복원과 고향 사람들의 참여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고향의 향토성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한 지역이 가진 고유한 이야기와 풍습, 전통과 문화예술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오늘날을 풍요롭게 하고 미래를 살찌우는 뿌리다. 이번 콘서트는 음악과 예술을 매개로 잊혀진 고향의 정서를 되살리고,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장을 마련한다. 특히 학교 동문과 동창회, 향우회와 친목 모임, 의료계를 비롯한 직종별 모임 등은 우리 사회 끈 문화의 중심이 되어 응집력을 발휘한다. 이는 일종의 ‘예술 정장 입히기 프로젝트’로
K-Classic News 원로음악인 부산콘서트홀 부산 콘서트홀의 최근 기획을 접하면서 많은 음악인과 시민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아쉬움을 넘어선 당혹감일 것이다. 음악적 안목과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수준의 프로그램들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전용 콘서트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운영 방식은 여전히 유명 연주자의 이름값에 의존하거나, 형식적인 공연 나열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기획의 부실은 단순히 한 공연장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곧 부산이라는 도시 전체의 문화 수준과 직결된다. 공연 기획은 한두 차례의 이벤트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미래의 예술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지금의 부산 콘서트홀에서는 그와 같은 책임 있는 기획 의지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 타운홀 미팅 자리에서 부산의 피아니스트 김정화 씨가 현 기획의 문제점을 직접 언급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현장의 연주자들이 느끼는 불합리와 답답함이 결국 국가적 행사에서까지 터져 나온 것이다. 이는 부산 음악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전문성이 결여된 행정적 기획은 결국 예술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과정의 힘 물이 끓는 지점이 있고, 얼음이 어는 지점이 있듯 세상의 모든 일에도 임계점이 존재한다.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은 없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과정을 거쳐야 조금씩 성취가 쌓인다. 음악가의 길도 다르지 않다. 무대 위의 영광은 보이지 않는 연습과 실패,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시간의 결과다. 예술의 숙명 예술은 소비재 산업과 달리 태생적 한계를 갖는다. 기업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제품을 개발하고, 치열한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그러나 아티스트들은 각자 도생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극소수의 스타급을 제외하면 99% 이상의 이들이 생존조차 버겁다. 시장 논리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구조다. 연합과 공유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연합’이다. 여러 아티스트가 모여 1/N 투자로 공동 프로젝트를 만들고, 수익을 공정하게 나누는 방식이다. 개런티를 앞세우기보다 작품 완성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분배하는 ‘적립형 개런티 제도’가 대안이다. 투명성과 합리성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래서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끓는 물의 비유 물을 끓이려면 올바른 방법과 시간이 필요하다. 예술도 그렇다. 얼
K-Classic News GS,Tak Chirman | 낙동강 지류가 흐르는 밀양에서 포즈를 취한 탁계석 대본가.( Photo: 김옥) 독도의 노래에서 시작된 출발선 탁계석 작가의 공식적인 첫 작품은 KBS 열린음악회 무대였다. 이순신 장군 탄신을 기념하며 요청받은 애국적 노래가 바로 임준희 작곡 「독도의 노래」였다. 이 작품은 운 좋게도 육해공군 정훈 교재로 채택되며 전국적으로 울려 퍼졌다. 처녀작이 곧장 공적 무대와 교육 현장에서 울림을 얻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며, 작가의 출발을 상쾌하게 열어주었다. 이어서 「그리움도 행복이어라」, 「오래된 정원」, 「아프지 말아요」, 「목련이여」, 「가을비」와 같은 서정적 가곡들뿐 아니라, 「와인과 매너」, 「내 사랑 김치」, 「된장」, 「간장」, 「불고기」, 「막걸리」 등 한류 음식을 주제로 한 노래들을 통해 대중성과 한국적 정서를 동시에 담아냈다. 특히 음식 노래의 시도는 센세이션을 불러오며 이후 여러 작곡가들은 100 여곡이 넘는 레퍼토리를 남겼고, 한국 가곡사에 독창적인 장르를 열어젖혔다. 칸타타와 오페라, 제2기의 비약 작품 세계 제2기는 본격적인 오페라와 칸타타 창작으로 확장되었다. 오페라 「소나기」,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설득력있는 서사의 스토리 청중에게 명중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모든 예술 장르가 해방의 역사, 과거로 부터 현재에 이르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이번 화성소사이어티(대표: 신사임)의 야심찬 기획 '피아노 아리랑 페스타'역시 피아노가 어떻게 해방을 이야기할 것인가? 결코 쉽지 않은, 난제를 풀어 냈다. 기획의 힘이다. 설득력있는 서사의 스토리를 청중에게 명중시킨 것이다. 그러니까 비극의 시작 전인 1910년을 시작으로 해서 환희의 순간인 1945년 8월 15일에 이르는 과정을 조명하면서,역사의 장면, 장면을 포착해 음악으로 환치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중요한 사건들에 감정과 긴장을 불어 넣으면서 서양악기인 피아노가 국악기와 놀면서 장단에 동화되어 가는 과정이 설득력을 얻은 것이다. 이때 시종일관 아리랑 멜로디는 강물처럼 가슴속에 흘렀다. 입으로 흥을거려지는 음악의 소통은 바흐, 모차르트 , 베토벤, 쇼팽에서는 닿지 않았던 핏속 DNA와 만남이었다. 아리랑은 흙이고, 아리랑은 탯줄이고, 그래서 선연하게 고향을, 어머니를, 조국을 떠오르게 했다. 음악 구성과 악기 배치, 연주 기량이 잘 조화를 이루었다 박영란 작곡가의 눈물의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광복 80주년의 성찰과 비전 대한민국 광복 80주년을 지나며, 우리는 다시금 역사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과 나라를 구한 정신을 깊이 추앙하게 된다. 이 인물들을 오늘의 시간으로 불러내는 방식은 다양하다. 책과 기록을 통한 전승, 드라마와 영화, 최근에는 뮤지컬과 오페라, 그리고 칸타타를 통해 관객과 만난다. 문제는 이러한 작업이 대체로 막대한 예산과 오랜 시간, 그리고 방대한 인력이 소요되어 일회성으로 끝나거나 지속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제는 새로운 방식과 시각이 필요하다. 특히 광복 80주년을 넘어선 지금, 역사 영웅을 단순히 과거 사건에만 묶어두기보다 새로운 비전과 도약의 관점에서 재조명해야 한다. 이는 우리 국민의 정체성을 강화할 뿐 아니라 한국이 숱한 고난과 역경을 딛고 오늘에 이르렀음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문화 외교의 자산이 된다. 세계적 영웅의 예술화 사례 외국에서도 역사적 영웅들을 예술로 승화시켜 세계인의 마음에 각인시킨 사례가 많다.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은 오스트리아 장군 라데츠키의 이름을 딴 곡으로, 오늘날까지 세계적인 음악제의 필수 레퍼토리가 되어 오스트리아의 군사적, 민족적 자부심을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생존의 현실을 직시하라 유학 후 귀국 연주회, 대관 공연, 연주 초청 기다리기, 이것이 전형적인 패턴이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학위나 콩쿠르 수상은 기본 중의 기본일 뿐, 이제는 이것만으로는 상품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나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 상품’으로 알려져 있는가를 냉철히 직시해야 한다. 은퇴한 선배들이 말하듯, 실제로 생존할 수 있는 예술가는 극소수다. 인생에는 유턴이 없다. 선험자의 경로를 시뮬레이션하면서 현실을 진단해야 한다.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 ‘갈래~ 말래~ 방방곡곡 콘서트’는 단순한 공연 기획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 나서는 생존 전략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하라”는 말처럼, 기회는 투자를 통해 얻어진다. 작은 공간, 살롱 콘서트, 봉사 음악회, 섬과 소외 지역,연주할 곳은 많다. 지휘자 금난새 선생 역시 특정 예술공간만을 선호하지만 말고 삶의 현장을 찾아 떠나는 음악회의 효과를 강조한 바 있다. 기술에서 맛으로 이제는 단순한 연주 기술만으로는 청중을 설득할 수 없다. 음악에는 ‘맛’이 들어가야 한다. 눈물과 웃음, 땀과 고통이 스토리로 녹아들어야 비로소 공감이 생긴다. 기술은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