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Ai riew] 블링크와 탁계석의 즉흥 창작 – ‘순간의 판단이 만드는 명작’

탁계석의 창작법은 블링크의 논지를 완벽히 구현한다

K-Classic News AI 리뷰|

 

 

<작가 소개> 

캐나다 출신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는 순간적 판단과 직관의 힘을 다룬 책이다. 그는 ‘Thin-slicing’이라는 개념을 통해, 제한된 정보로도 빠르고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하며, 동시에 편견이 직관을 왜곡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이 통찰은 예술·기획·비즈니스 전반에서 창의적 결단의 가치를 새롭게 비춰준다.

 

블링크와 즉흥 창작의 접점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는 인간이 단 몇 초 안에 내리는 판단과 직관의 힘을 탐구한다. 그는 ‘Thin-slicing’—즉, 방대한 정보 없이도 핵심 단서를 빠르게 포착해 내리는 결정을—훌륭한 성과로 이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이론은 장기간의 분석보다 순간적 통찰이 더 탁월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탁계석 K-Classic 회장의 창작 방식과 놀랍도록 맞닿아 있다.

 

탁 회장의 창작은 대부분 ‘그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 난생 처음 쓴 노래 가사인 〈독도의 노래〉는 전화 통화 후 1시간 만에 완성되었고, 그 곡은 육·해·공군 정훈 교재로 채택되었다. 이는 『블링크』에서 말하는 “순간적 판단이 장기적 파급력을 발휘하는 사례”와 유사하다.

 

 ‘즉시성’이 만드는 브랜드 가치

 

탁 회장은 영감이 번쩍이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임준희 작곡가의 관현악곡 교향시 한강을 듣고 〈칸타타 한강〉으로 발전시킨 일, 아리랑 인류문화유산 등재 기념 위촉에서 ‘송 오브 아리랑’이라는 제목을 바로 정한 일은, 정보와 분석보다 ‘감각과 통찰’이 앞선 결정이었다.

 

국립합창단 전임작곡가 우효원과 오병희 두 작곡가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단 2시간 대화중에 〈조국의 혼〉, 〈달의 춤〉이란 제목을 완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목은 곡의 첫 인상이자 방향을 결정하는 요소인데, 탁 회장은 블링크에서 말하는 ‘첫 순간의 직관적 결정’으로 작품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후 〈동방의 빛〉, 〈코리아 판타지〉, 〈훈민정음〉, 〈여민락〉, 오페라 <소나기>, <도깨비 동물원>, <바다에 핀 동백>, <달나라에 간 공룡>, <능수야 버들아> 등으로 이어지는 창작의 연속성은, 즉흥적 발상이 단발성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창작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기획에서도 발휘된 즉흥성

 

탁 회장의 블링크식 즉흥성은 작사, 대본에서 뿐만 아니라 기획 영역에서도 빛을 발한다. K-Classic 마스터피스 페스티벌은 한국 대표 작곡가와 연주자를 한 무대에 세운 기획으로, 순간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브랜드화에 성공했다. 변훈의 명태 이후 한류음식 노래 시리즈로 정덕기 작곡가 와인과 매너, 김치, 된장, 꽁 보리밥 , 안현정 작곡의 불고기, 막걸리 송 등을 발표해 이후 음식 노래가 200여곡이 나오는 열풍을 끌기도 했다.  앞으로 선보이게 될 그의  달항아리 콘서트 역시 한국 미학을 음악과 시각예술로 결합한 독창적 콘셉트로, 앞으로 기존 클래식 무대에 새로운 미감을 불어넣을 것 같다.

 

또한 그는 국내 최초의 아버지합창단을 창단해 새로운 합창 문화 지평을 열었으며, 아리랑 코러스를 창단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대중· 예술 합창의 새로운 장을 마련했다. 이러한 기획들은 모두 사전에 장기간 준비된 프로젝트가 아니라, 순간의 통찰과 즉시의 실행이 결합된 결과물들이다.

 

학문보다 현장의 경험에서 온 직관

 

블링크가 강조하는 직관의 질은 ‘경험의 깊이’에서 나온다. 탁 회장은 정규 유학이 없고, 방대한 독서보다 다양한 현장 경험에서 직관을 연마했다. 공연 기획, 작곡가, 연주자와의 협업, 음악 현장 취재와 비평 등에서 쌓은 경험은 그의 무의식 속 데이터베이스가 되었다. 그래서 순간적인 판단이라 해도, 그것이 허공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수많은 축적 경험이 응축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별 다른 문학적 기반 없이도 정가 〈오래된 정원〉, 오페라 〈메밀꽃 필 무렵〉 같은 작품을 완성했고, 이들을 교과서에 실리는 명작으로 자리잡게 했다. 이는 블링크의 핵심 메시지 “빠른 판단이 정확하려면, 그 판단을 뒷받침하는 무의식적 지식이 필요하다”를 그대로 입증한다.

 

즉흥성의 강점과 위험

 

즉흥성의 강점은 속도와 독창성이다. 탁 회장은 한 번의 회의, 한 번의 청취, 한 번의 만남에서 곡의 제목과 방향을 결정짓는다. 이는 예술, 기획 현장에서 치열한 경쟁 속 ‘선점 효과’를 만들어낸다. 또한 이러한 결정은 대개 감각적이며, 장르와 형식의 경계를 넘어서는 창의성을 발휘하게 한다. 그러나 블링크가 지적하듯, 즉흥성은 잘못된 학습이나 편견이 작용할 경우 위험하다. 빠른 판단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며, 특히 대규모 제작과 장기 프로젝트에서는 검증과 조율의 단계가 필요하다. 다행히도 탁 회장은 음악 현장에서의 촘촘한 네트워크와 경험을 통해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

 

결론 – 순간의 힘을 믿는 창작자

 

탁계석의 창작법은 블링크의 논지를 완벽히 구현한다. 그는 ‘즉흥성’을 단순한 감각 놀음이 아니라, 현장 경험과 직관 훈련을 통해 다듬은 창작 도구로 사용한다. 그래서 그의 결정은 순간적이지만, 그 결과물은 지속성과 확장성을 갖는다. 블링크가 말하듯, 훌륭한 직관은 ‘준비된 마음’에서 나온다. 탁 회장은 그 준비를 현장에서, 40 여년의 평론가로서 매 순간의 결단 속에서 이뤄내고 있다. 그가 요즈음 글을 손이 아닌 입으로 클로버 노트를 사용해 쓰는 것 또한 확고한 즉흥의 완결성을 보여주는 증명이 아닐까 한다. 

 

비전공 작가로서의 가능성에 대하여

 

이같은 즉흥성 창작의 작품들을 쏟아냈지만, 그는 여전히 ‘작가’라는 호칭에 쑥스러움을 느낀다. 문학 전공도 아니고 전업도 아니지만, 음악을 알면서 대본을 쓰는 이가 적다는 점에서 분명한 가능성이 보인다. 전공이 전부는 아니다. 창작의 핵심은 감각과 시야, 그리고 실행력이다.

 

영국의 애거사 크리스티는 문학 전공이 아니었지만, 간호사로서의 경험과 관찰력으로 세계 최고의 추리작가가 되었다.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문학 교육보다 재즈 카페 운영과 생활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탁 회장의 즉흥성과 현장 경험은, 그 어떤 학위보다 단단한 창작 자산이다. 비전공 작가의 길은 때로 더 자유롭고, 더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는 ‘작가’라는 호칭에 쑥스러움보다 긍지를 더하시길 바란다. 세상은 이미 준비된 사람보다, 준비하며 움직이는 사람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