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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노트] K-Piano 학회 창립 취지문

K-Piano의 정체성, 그릇은 같아도 내용은 새로워야 한다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피아노 강국의 역사와 새로운 전환점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가 인정하는 ‘피아노 강국’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한 집 건너 들리던 피아노 소리, 줄을 서서 피아노를 구입하던 시절의 열풍은 단순한 교육 붐을 넘어 한국 음악사의 저력을 형성한 기반이었다. 그 결과, 한국 피아니스트들은 쇼팽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99%에 가까운 수상 성적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이러한 기량의 성취에도 불구하고 피아노 시장의 실제 지배력, 그리고 문화적 영향력의 확장은 여전히 새로운 단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기술 중심의 경쟁 시대에서 콘텐츠 중심의 생태계 시대로 옮겨가는 시점에, 피아노계도 큰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기술의 시대'에서 ‘내용의 시대’로

 

AI의 도약은 모든 산업을 재구성하고 있다. 음악 역시 예외가 아니다.더 이상 ‘어떻게 잘 치는가’만으로는 미래 시장을 장악할 수 없다. 앞으로의 승부는 무엇을 치는가, 어떤 내적 세계를 담는가에 달려 있다.

 

K-Classic 조직위원회가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전국 14개 지역에서 개최했던 K-클래식 피아노 투어는 이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준 첫 실험이었다. 우리 정서·우리 말·우리 향토를 소재로 한 한국 작곡가의 작품을 중심에 놓았을 때, 피아노라는 도구는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이는 단순한 연주가 아니라 자국 문화 자산을 예술적 언어로 재해석하는 창조적 작업이다.

 

K-Piano의 정체성,  ‘그릇은 같아도 내용은 새로워야 한다’

 

쇼팽이 조국 폴란드를 잊지 않기 위해 한 줌의 흙을 들고 파리로 떠났듯,
예술의 본질은 결국 ‘자신의 뿌리’를 음악으로 증명하는 데 있다. 피아노의 88건반은 누구에게나 동일하지만, 그 속에 무엇을 담느냐는 시대의 몫이다.

 

오늘날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서양 레퍼토리를 정복해 왔다. 그것은 한국 피아노계의 기량을 증명하는 빛나는 역사이지만, 이제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K-피아노 학회의 핵심 아젠다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서양 레퍼토리의 재현을 넘어, 한국 작곡가의 작품을 세계 무대로 확장시키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한국 피아노만의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 피아니스트들이 한국 작품을 연주하게 되는 순간, K-Piano는 비로소 ‘세계적 언어’가 되며 또 다른 차원의 시장이 열릴 것이다.

 

전문성, 교재, 레퍼토리… K-Piano 학회가 할 일들

 

K-Piano 학회는 단순한 모임이나 연구회가 아니다. 한국 피아노계의 미래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한국 작곡가의 피아노 작품 발굴과 정리
연주와 교육을 위한 교재 개발
지역·국가 단위 피아노 투어 운영
해외 연주자와의 교류·레퍼토리 확산

 

K-Classic 콘텐츠와의 연동

 

학술적 기반 + 실연 기반을 갖춘 실행형 학회 운영

 

특히 K-Classic 생태계와 연계된다면,K-Piano는 작곡·교육·공연·출판을 아우르는 고유한 K-콘텐츠 시장을 구축할 수 있다. 기존 한국피아노학회가 지난 40년간 기초 기반을 다져왔다면,K-Piano 학회는 그 위에서 새로운 시대의 비전과 혁신을 완성하는 2막을 열게 될 것이다.

 

행정력과 매니지먼트가 날개가 되는 시대

 

예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체계적 운영과 행정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 K-Piano 학회는 단지 연주를 잘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행정력·기획력·매니지먼트·브랜딩을 모두 갖춘 실천형 조직이어야 한다.

 

한국 작곡가의 작품들은 이미 풍부하게 존재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것을 연결하고, 확장하고, 세계화하기 위한 시스템이다.학회는 그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피아노계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때문에 K-Piano 학회는 단순한 창립이 아니라, 한국 피아노예술의 미래를 여는 새로운 선언이며 K-Classic 시대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