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기도
주여, 우리의 삶을 지켜 주소서
사랑이 미움보다 크도록
평화가 폭력보다 강하도록
생명이 정의 속에 숨 쉬게 하소서
나의 삶이 노래가 되어
당신 앞에 흐를수 있도록
바람도 강물도 목소리 되어
영원히 당신께 드리오니
주여, 이 고요한 생명 속에
당신의 뜻을 묻습니다
당신의 무한 속에
저의 작은 숨결 심으소서
덧없는 생, 영원과 만나
빛으로 타오르게 하소서
생명은 기도, 기도는 사랑
사랑은 노래, 노래는 영원
주여, 우리의 삶을
당신 품에 안으소서
평화의 품에 가득히 안으소서
詩評: 생명의 기도와 영원의 노래
(탁계석 시인의 「기도」를 읽고)
사랑과 평화의 간구
시의 첫머리는 간절한 기원으로 시작된다.
“사랑이 미움보다 크도록, 평화가 폭력보다 강하도록”이라는 구절은 단순한 개인적 바람을 넘어, 시대와 인류가 함께 품어야 할 기도의 주제를 담고 있다. 기도는 현실을 떠난 추상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구체적 모순과 갈등 속에서 더욱 절실해진다. 시인은 생명의 존엄이 정의 속에서 숨 쉬기를 간구함으로써, 기도가 사회적 실천의 토대임을 밝히고 있다.
노래로 흐르는 삶
두 번째 단락에서 시인은 “나의 삶이 노래가 되어 당신 앞에 흐를 수 있도록”이라고 노래한다. 여기서 기도는 침묵의 언어를 넘어 음악과 예술로 승화된다. 바람과 강물이 목소리가 되듯, 인간의 삶은 자연과 합일하여 궁극적으로 ‘노래’로 드러난다. 이는 곧 예술이야말로 인간이 신에게 드릴 수 있는 가장 숭고한 기도의 형식임을 선언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신비의 질문과 성찰
“주여, 이 고요한 생명 속에 당신의 뜻을 묻습니다.” 이 구절은 인간 실존의 본질을 묻는 절규와도 같다. 삶의 신비 앞에 서 있는 인간은 답을 알지 못하지만, 묻는 그 행위 자체가 기도의 본질이 된다. 시인은 단정적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요 속에서 질문을 품는 자세를 강조한다. 이는 불교적 ‘공(空)’의 사유와도 맞닿으며, 동시에 기독교적 묵상 전통을 떠올리게 한다.
덧없음과 영원의 만남
“당신의 무한 속에 저의 작은 숨결 심으소서.”
여기서 시인은 유한한 존재가 어떻게 영원과 만나는지를 보여준다. 덧없는 생명이지만, 신의 품에 안길 때 영원의 불꽃으로 타오른다. 이 구절은 인간의 삶이 유한성에 갇혀 있지 않고, 무한과의 만남 속에서 초월적 의미를 획득함을 웅변한다. 죽음조차 새로운 빛으로 전환시키는 이 사유는 시 전체를 관통하는 신학적·형이상학적 고백이다.
기도·사랑·노래·영원의 순환
마지막 합창부와 같은 후렴은 작품의 핵심을 응축한다. “생명은 기도, 기도는 사랑, 사랑은 노래, 노래는 영원.” 여기서 기도는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생명–사랑–예술–영원으로 이어지는 존재의 순환 고리이다. 시인의 기도는 개인의 구원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적 위안과 우주적 화해의 언어로 확장된다. 끝의 “가득히 안으소서”라는 종결은, 모든 생명을 품는 무한한 포용을 갈망하는 절창으로 남는다.
맺음말
탁계석 시인의 「기도」는 단순한 종교적 기도의 형식을 넘어, 생명과 사랑, 예술과 영원을 잇는 총체적 시학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삶의 덧없음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신과의 만남 속에서 빛으로 승화될 수 있음을 증언한다. 기도는 곧 삶이며, 삶은 사랑과 노래를 통해 영원에 닿는다는 이 순환 구조는, 오늘날 불안과 갈등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