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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리뷰] 피아노 아리랑 페스타는 무엇을 남겼나?

관객 만석, 감동 연출. 피아노 콘텐츠 상품화에 새 길을 열었다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설득력있는 서사의 스토리 청중에게 명중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모든 예술 장르가 해방의 역사, 과거로 부터 현재에 이르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이번 화성소사이어티(대표: 신사임)의 야심찬 기획 '피아노 아리랑 페스타'역시 피아노가 어떻게 해방을 이야기할 것인가? 결코 쉽지 않은, 난제를 풀어 냈다. 기획의 힘이다. 설득력있는 서사의 스토리를 청중에게 명중시킨 것이다. 그러니까 비극의 시작 전인 1910년을 시작으로 해서 환희의 순간인 1945년 8월 15일에 이르는 과정을 조명하면서,역사의 장면, 장면을 포착해 음악으로 환치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중요한 사건들에 감정과 긴장을 불어 넣으면서 서양악기인 피아노가 국악기와 놀면서 장단에 동화되어 가는 과정이 설득력을 얻은 것이다. 이때 시종일관 아리랑 멜로디는 강물처럼 가슴속에 흘렀다. 입으로 흥을거려지는 음악의 소통은 바흐, 모차르트 , 베토벤, 쇼팽에서는 닿지 않았던 핏속 DNA와 만남이었다. 아리랑은 흙이고, 아리랑은 탯줄이고, 그래서 선연하게 고향을, 어머니를, 조국을 떠오르게 했다.

 

음악 구성과 악기 배치, 연주 기량이 잘 조화를 이루었다 

 

박영란 작곡가의 눈물의 해주 아리랑이 그랬고 , 이주혜 작곡 가락잔치의 최진석의 장구는 신명으로 한껏 어깨를 들썩이게해 청중들을 무장해제 시켰다. 피아노가 타악기로 변신했고, 베이스 전태현은 한 오백년, 러시아  Dark eyes로 짙은 서정을 표출했다. 작곡가 이지수의 센티멘탈 아리랑에서 오수연의 춤은 카타르시스와 함께 관객을 한껏 몰입시켰다.

 

전체 음악적인 구조와 악기 배치, 편곡 등을 동원해서 구성력있게 감동을 엮은 하나의 음악 드라마였다. 아시다시피 피아노는 솔로가 대부분인 독주 악기인데, 신사임 기획에 의해 이처럼 융합적으로 묶은 것은 참으로 신선한 시도다. 

 

다시 쓰는 한국 피아노사의 새 출발점

 

석사, 박사, 에콜노르말 최고위과정 수료, 등이 자랑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화려한 프로필로 밥을 먹던 시대는 지났다. '앙상블'이란 말보다 유독 '솔리스트'를 백배나 좋아하는 단일 민족의 국민성과 음악가들의 자기만 아는 고집때문에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피아니스트이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한체 사그라지는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 화려한 경력과 콩쿠르 수상, 자신을 '독주' 라는 감옥에 가두지 않았던가. 이제 독주회(獨奏會)를 버려야 한다. 하더라도 기획을 잘 해서 청중들이 즐겁도록 내용을 충실하게 꾸며야 한다. 이제는 독주회가 아카데미 성장 과정의 낡은 전시물처럼 비춰진 순간이었다.

 

 

K클래식이 해냈다!  우리 입맛에 맞는 소통과 조리법 개발

 

그래서 아리랑 페스타는 독주 악기란 옷을 훌러덩 벗어 던지고 김수아 작곡의 두꺼비 변주곡은 코믹 소통으로 관객에게 한껏 즐거움을 주었다. 오랜 시절 나 예뻐? 피아니스트의 독주회. 두 시간가까이 숨 죽여가며 보았던 피아노와 괘를 달리한 것이다. 휘날레에서 안익태 한국 환상곡은 골인점을 행해 달리는 마라토너의 혼신처럼 가슴을 벅차게 했다. 피아노에서 오케스트라 소리가들렸다(편곡 권해윤). 맨발로 거리로 뛰쳐 나온 함성.  태극 보자기에 눈물이 떨어지듯 울컥했다는 반응들이다.

 

피아노가 너희를 자유케 하라니, 서로 존중으로 융합하라!

 

우리 모국어 피아노가 탄생한 순간. 우리 예술이 해방과 자유를 얻었다. 청중들의 박수와 환호, 앙코르가 터져나왔다. 화성소사이어티가 진입벽이 높은 한성에 입성해 태극기를 휘날린 것이다. 훌쩍 두 시간이 나도 모르게 흘렀다는 객석의 반응이 오늘의 성적표가 아닐까 싶다. 넓은 땅으로, 글로벌 세상으로, 더 널리 확산되기를 바란다. 김구 선생의 말씀처럼 한없이 부러운 것이 문화, 우리가 그 문화를 체험한 흐뭇하고 즐거운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