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탁계석 노트] '기록만이 영원한 존재의 가치'

한국예술비평가협회 '한국음악사의 거장(巨匠)' 영상채록 사업에 나선다

K-Classic News 탁계석 비평가회장 |

 

 

예술은 순간의 감동을 넘어 영원으로 이어지는 기억의 예술이다. 연주가 끝나는 그 순간, 무대의 열기와 감정의 물결은 사라지지만, 그것을 기록하고 남기는 일은 예술을 ‘역사’로 만드는 과정이다. 한국예술비평가협회는 이러한 인식 아래, 대한민국 예술계의 거장들을 대상으로 한 ‘예술기록 영구보존 채록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번 1차 사업에는 대한민국 예술원 전 회장 첼리스트 나덕성, 장혜원 한국피아노학회 이사장, 합창지휘의 대가 나영수, 윤학원 지휘자, 작곡가 오숙자, 평론가 이상만 선생이 포함된다.

 

"모든 위대한 예술은 당대의 정신을 붙잡아, 미래를 위한 유산으로 변화시킨다." – 존 러스킨

 

채록은 단순한 회고나 인터뷰가 아니다. 그것은 예술가의 언어로 기록된 시대의 증언이며, 창작과 해석의 생생한 맥락을 후대에 전하는 문화적 유전자이다. 우리 음악계는 오래도록 서양 고전의 재현에 집중해왔고, 한국 예술인의 독창적 발언은 때로 무대 위에서 소멸되기 일쑤였다. 이제는 예술의 본질과 가치를 ‘기록’이라는 형태로 보존하고 공유할 시점이다. 음향과 영상, 문서와 해설을 통합하는 이번 사업은 단발적 성과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문화 자산의 시작이다.

 

"기록하지 않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 아놀드 하우저

 

문화의 힘은 기록에서 나온다. 기억하지 못하는 사회는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도, 어디로 가야 할지도 알 수 없다. 예술 비평은 단지 공연에 대한 평가를 넘어, 그 시대의 미학과 철학, 예술가의 숨결을 함께 남기는 일이다. 한국예술비평가협회의 이 새로운 채록 프로젝트는 단절의 위기에 놓인 예술적 계보를 복원하고, 한국 예술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회복하는 길목에 서 있다. 예술은 유행이 아닌 역사다. 그리고 이제, 그 역사를 ‘기록’이라는 이름으로 되살려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