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기자 10월 22일에 송고하였다가 잠시 내리고 오늘 29일 다시 출판합니다 [노유경 율모이] 재독여성작곡가 박영희, 독일 연방공로십자훈장 수훈 현대음악사적 의미의 확인과 현대음악의 문화정치학 여성 이주 작곡가의 개척과 공로 기쁜 소식을 기록합니다. 작곡가 박영희 (Younghi Pagh-Paan) 선생님이 2025년 10월 29일, 브레멘 시청에서 독일 연방공로십자훈장(Bundesverdienstkreuz)을 받습니다. 이 훈장은 독일 연방대통령 명의로만 수여될 수 있는 국가 최고 등급의 민간 공훈훈장으로, “이 사람의 시간이 이 사회의 구조를 바꾸었다”고 국가가 공식 언어로 승인하는 방식입니다. 예술적 성취 자체가 아니라, 그 성취가 한 도시의 청취, 제도의 언어, 교육의 관습, 그리고 문화기억의 지층을 실제로 변형시켰는지 그 구조적 영향이 장기적으로 입증된 경우에만 부여됩니다. 다시 말해, 이 훈장은 결과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시간이 남긴 구조적 변화에 대한 국가적 인정입니다. 그렇다면 독일은 무엇을 본 것인가? 한국 출신의 여성 작곡가를 “외래적 색채”로 소비하는 수준을 넘어, 박영희의 음악을 이 땅의 제도, 담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기자 | [노유경 율모이] 《여인의 삶과 사랑 I 프리뷰》 예술로 발효된 시간, 모녀의 시와 노래 2025년 10월 23일 19:30 Prugio Art Hall 정가: 강권순, 장명서 가야금: 이지영, 윤하영 첼로: 이호찬 《여인의 삶과 사랑 I》 – 여성의 목소리, 세월을 건너 음악으로 시간의 발효처럼 긴 여정을 거쳐 시(詩)의 언어가 음악으로 다시 태어난다. 2025년 10월 23일, 작곡가 임준희의 작곡 발표회 《여인의 삶과사랑 I》이 서울 푸르지오 아트홀에서 개최된다. 40여 년에 걸쳐 한국 전통음악의 미학을 현대 음악어법과 접목해 온 작곡가 임준희는, 이번무대를 통해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여성 시인들의 시어(詩語)에 새로운 음악적 호흡을 불어넣는다. 단순한 과거의 회귀가아니라, 시대를 횡단하며 여성의 언어와 정서를 예술로 환원하는 이 무대는 한국 창작음악의 시적 상상력과 해석의 지평을 확장하는 중대한 시도로 평가될 수 있다. 엄마의 기도, 예술의 뿌리 “‘엄마’, ‘어머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중 하나일 것이다”. 임준희에게 이 말은 단순한 혈연을 넘어 예술의 원천이었다. 그는 어머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기자 [노유경 율모이] 『독일 본의 오후, 함께 만든 한국의 날』 행사명: 한국의 날 (KOREA-TAG) 일시: 2025년 10월 11일 (토) 14:00–18:00 장소: 본대학교 강당 (Aula der Universität Bonn, Am Hof 1, 53113 Bonn) 주최: 주독일대한민국대사관 본분관 사회: Alea Leonore Leibelt 『독일 본의 오후, 함께 만든 한국의 날』 2025년 10월 11일, 본대학교 강당은 가을 햇살이 들이비친 따뜻한 오후의 온도로 가득했다. 그날의 ‘한국의 날(KOREA-TAG 2025)’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젊은 세대가 예술로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살아 있는 마당이었다. 누구의 공연이 중심이거나 누가 주인공이기보다, 모두가 한 흐름속에서 한국과 독일, 전통과 현대를 잇는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행사의 문을 연 것은 대한민국 본분관의 민재훈 총영사였다. 그는 본대학교와 쾰른대학교가 문화와 학문으로 맺어온 인연을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예술을 통해 서로 배우고 이해하며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한국의 맛과 멋을 함께 느끼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기자 [노유경 율모이] 제목: Partner Country Korea at ANUGA 2025 한국, 세계 식탁의 언어로/ Korea in the Language of the Global Table 장소: 독일 쾰른 2025년 10월 4일-8일 아누가(ANUGA, Allgemeine Nahrungs- und Genussmittel-Ausstellung) 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식품 산업 전문박람회이다. 1919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처음 열렸으며, 1951년 이후부터는 쾰른(Cologne)의 쾰른메세(Koelnmesse) 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2년마다 열리는 이 박람회는 ‘음식 산업의 올림픽’이라 불리며, 전 세계 식품기업, 유통업체, 바이어, 셰프, 학자, 언론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아누가는 단일 전시가 아니라 10개의 전문 테마 전시(10 Trade Shows) 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Fine Food (고급 식품),– Meat (육류),– Dairy (유제품),– Bread & Bakery,– Drinks (음료),– Frozen Food (냉동식품),– Organic,– Hot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기자 | [노유경 리뷰] 프랑크푸르트 공연 (Frankfurt am Main) 날짜: 2025년 9월 30일 (화) 장소: Alte Oper Frankfurt (알테 오퍼 프랑크푸르트) 도르트문트 공연 (Dortmund) 날짜: 2025년 10월 2일 (목) 장소: Orchesterzentrum NRW (오케스트라첸트룸 NRW) 소리의 경계, 세계의 숨 — 대전시립연정국악단 유럽 공연의 미학적 사유 음악, 외교의 언어로 피어나다 2025년 가을, 독일의 두 도시가 같은 선율로 이어졌다. 9월 30일 프랑크푸르트의 Alte Oper Frankfurt, 10월 2일도르트문트의 Orchesterzentrum NRW의 무대에서 대전시립연정국악단이 연주했고, 지휘는 예술감독 임상규가 맡았다. 그들의 음악은 전통의 재현이 아니라, 현재의 한국음악이 세계와 호흡하는 장면이었다. 이번 순회 공연은 단순한 문화행사라기보다 대한민국 국경일(개천절) 기념 외교 행사의 중심이 되었으며,국가와 예술이 한 공간에서 서로의 언어를 교환하는 자리였습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주독 대한민국 대사 임상범, 프랑크푸르트 총영사 김은정이 함께했고, 도르트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기자 | [노유경 리뷰] 베를린 (9월 23일, 필하모니 대공연장) 뮌헨 (9월 25일, 레지덴츠 헤라클레스잘) 부산시향 독일 공연, 지휘: 홍석원 브라보 영희, 브라보 영희 — 저항의 분노에서 위로의 목소리로 『소리』에서 시작된 역사 “『소리』의 초연은 예외였다.” 슈테판 호프만은 1980년 10월 23일자 『디 벨트』에서 도나우에싱엔 현대음악제를 이렇게 보도했다. “한국인 작곡가 박영희의 『소리』는 무해한 민속주의가 아니라 억눌린 민중의 분노를 음악으로 응축하여,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절규로 폭발했다. 그순간 청중은 처음이자 사실상 유일하게, 전원 일어나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당시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 『소리』의 초연은 단순한 신작 발표가 아니라, 역사적 사건이자 한국인의 목소리가 세계 현대음악제 한가운데서 울려 퍼진 기념비적 순간이었다. 2025년 9월, 베를린 필하모니의 Musikfest Berlin 주요 무대는 그 순간을 다시 불러왔다. 부산시립교향악단(지휘: 홍석원)이 재독작곡가 박영희(Younghi Pagh-Paan)의 80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특별한 연주회를 열었다. 박영희는 독일 음악대학 최초의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 [노유경 율모이] 작곡가 탁현욱은 윤동주를 이렇게 노래했다 올해 2025년은 윤동주의 서거 80주년이자 광복 80주년이 겹친 해이다. 스물일곱에 세상을 떠난 시인, 만약 그가 살아 있었다면 백세 시대의 지금 107세로서 우리 곁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남긴 시는 그 자체로 젊고도 영원한 생명력을 품고 있으며, 그 목소리는 오늘도 우리를 부른다. 작곡가 탁현욱은 이 윤동주의 언어를 음악으로 불러냈다. 필자는 예전에 탁현욱 작품에서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추상적 그림을 보았다고 리뷰한 적이 있다. 소리는 색과 형태로 들리고, 침묵마저 하나의 획처럼 남았다. 그 세계는 시각과 청각이 교차하는 공간이었고, 음악은 마치 미완의 드로잉처럼 우리의 내면에 선명한 선을 그려넣었다. 이번에 만난 가곡 「달밤」과 「서시」는 그동안의 작법과 결이 다르다. 여전히 점과 선의 미학은 살아 있지만, 더 이상 단순한 추상이 아니다. 시인의 언어와 정서가 음악 속에서 호흡하며, 청자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달밤」에서는 고요와 그림자의 무게가, 「서시」에서는 고백의 화법과 의지가 시와 함께 살아 숨 쉰다. 여기에서 탁현욱 음악의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기자 소리의 존재론 — François Bayle의 《Objeux (2025)》 지각의 지층들을 탐사하는 일종의 청각적 산책 „INA GRM은 세대를 넘어 감각과 감수성이 교차하는 아쿠스마틱 음악의 밤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공연은 미학적 경계를 넘어서 펼쳐지는 특별한 순간들로, 아쿠스모니움(Acousmonium)이라는 고유한 스피커 오케스트라를 통해, 스튜디오 104 공간 전체를 가로지르며 울려 퍼지는 전례 없는 형태의 음악을 경험하게 합니다.” 2025년 5월 30일 (금요일) INA grm Akousma: Hommage à Pierre Schaeffer 장소: Studio 104, Maison de la Radio et de la Musique, 파리 16구 공연은 피에르 셰페르에 대한 경의의 의미로 구성되었으며, Bayle의 “Objeux” 작품이 이 연주회에서 초연되었습니다. 그날의 하이라이트 François Bayle의 신작 《Objeux (2025)》, 그리고 피에르 셰페르에게 바치는 ‘소리의 우화’를 리뷰합니다. Bayle은 ‘사물(objet)’과 ‘놀이(jeux)’를 결합하여, 단어와 소리 사이의 겹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기자 이 글은 쾰른대학교 강당에서 2025년 6월 10일 한국 전통 음악 해금 앙상블 케이율과 일본 가가쿠 앙상블과 협연으로 이루어진 콘서트에서 케이율 해금 앙상블 단장이 관객을 향해 언급한 인사말로 발표된 독일어로 이루어진 글입니다. 번역본을 올려 드립니다. 전통에서 전통으로 – ‘Tradition to Transition’ 공연을 맞아 존경하는 여러분,성령강림절 연휴 한가운데, 이 특별한 음악회를 찾아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밤, 무대 위에는두 앙상블은 단순히 전통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깊은 뿌리를 딛고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을 시도하는 존재들입니다. 일본의 궁중 음악 가가쿠(Gagaku)를 연주하는 전통 앙상블, 그리고 독일에서 결성된 세계 최초의 외국인 유학생 해금 앙상블 케이율(K-Yul)이 그 주인공입니다. 가가쿠는 천 년을 넘는 세월 동안 일본 궁정의 정신적 질서를 지켜온 음악입니다. 한국에도 이에 상응하는 ‘정악(正樂)’이라는 음악 전통이 존재합니다. 둘 다 빠름보다 느림, 화려함보다 내면의 울림을 지향하는 음악. 이는 관객의 감탄보다는, 마음의 침묵을 불러일으키는 예술입니다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기자 [노유경 리뷰] 언어를 넘는 우정의 풍경 부제: 상트 오틸리엔의 한독 문화교류의 날, 번역과 우정의 예찬 2025년 5월 17일, 바이에른의 고즈넉한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에서는 '한독 문화교류의 날(Tag der Deutsch-Koreanischen Kulturbeziehungen)' 행사가 성대히 열렸다. 독한협회(Deutsch-Koreanische Gesellschaft e.V.)가 주최한 이날의 행사는 두 나라의 문화를 연결하는 소중한 자리였다. 독일과 한국, 두 문화가 만나는 이 특별한 행사에서 문화와 언어, 사람은 국경을 넘어 진정한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독한협회는 1966년 창립 이래 독일과 한국의 학술, 문화, 예술 교류를 지원하고 증진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현재 회장인 Rolf Mafael(전 주한 독일대사)은 독일 내 한국학의 학술적 저변을 확대하는 데에도 큰 공헌을 하고 있다. 내년인 2026년에는 본(Bonn)에서 협회의 창립 6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국제 문화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이날의 시작을 알린 것은 한국학의 독일 내 초석을 마련한 선교사 안드레 에카르트의 삶을 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