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
신상품으로 혁신 도시 대구의 브랜드 상징성 살려야
‘아는 만큼 보인다’ 익숙한 말이다. 이건 어떤가. ‘아는 만큼 행(行)한다’ 출중한 기량에도 불구하고 기댈 곳이 없는 오늘의 젊은 아티스트 이야기다. 세계 콩쿠르의 60% 이상을 석권하는 클래식 강국, 대한민국이지만 성과와 달리 국내의 환경은 차갑기만 하다.
기득권인 공공 오케스트라나 합창단, 예술단체엔 자리가 없다. 진입 벽도 너무 높아 언감생심이다. 한 번 들어가면 거의 정년 보장이니 불가능하다. 이런 구조 하에서 문화는 균형을 잃고 비틀거린다. 수준 향상을 기대하는 게 어렵다.
제품과 상품, 기술은 신제품이 나오면 자리를 내준다. 예술은 날마다 창의요 혁신이어야 한다. 그런데 활력 지수가 떨어지고 관행화된다면 이 만성적인 관행의 예술을 어찌하겠는가. 구조상 의 문제다.
대구 색깔로 만들어서 독자적 상품성이 있다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그런데 대구가 앞장서서 지역 기반의 아티스트를 하나로 묶었다. 지역 색을 분명히 한 ‘사운드 오브 대구’가 탄생한 것이다. WOS 비르투오소 챔버는 그러니까 '월드 오케스트라 시리즈 조직위원회'와 '대구 콘서트하우스'가 2020년 민간과 공공의 상생 협력으로 출시한 신상품이다. 여기 중심에 대구 콘서트하우스 이철우 관장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들이 2020 오프닝 콘서트를 마쳤고, 지난해엔 아르떼 홀에서 무관중 공연을 한 바 있다. 이번 나들이를 통해 본격화 한 것이다. 사실 알게 모르게 중앙과 지역은 경계가 있고, 지역 문화를 하향적으로 보는 시각이 없지 않은데 이 날 콘서트는 이를 완전히 뒤엎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독주자로 나선 윤소영은 국제 콩쿠르에서 주목할 성과를 올린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다. 예후디 메뉴힌 콩쿠르 우승,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 제3대 바이올린 국제 콩쿠르인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콩쿠르 등에서 입상했으니 이런 한국 클래식의 상승을 행정이나 사회가 무감각하다면 안타깝고 슬프다. 극장 건물 짓고 이벤트 축제 늘리는 양적 팽창에서 질적 업그레이드를 해야 우리가 선진국이 된다. 예술이 사회를 이끌어 가는 사회가 희망이지 정치가 뭘 하는 게 아니다.
따라서 눈에는 안 보이는 ‘수준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내고 숙성하게 하는가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 표준화나 형식화로 일궈낼 낼 수 없는 고도의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대구는 오페라에서, 뮤지컬에서 이미 중심도시가 되었다. 창작자도 많고, 예술의 집중력을 가진 도시다.
시민 및 기업, 동호인들이 후원회 결성해 키우고 시도 지원 형평성 갖추어야
이번 대구발(發) WOS 비르투오소 쳄버가 대구의 뉴아티콘이 되었으면 한다. 대구시는 공공지원에서 한 단계 도약된 지원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대구의 역량을 알리고 시민 문화의 고급화를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 및 동호인 청중들의 후원 메세나도 만드는 등의 자발성이 일어났으면 한다.
이날 콘서트는 레퍼토리가 아주 좋았다. 피아졸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를 비롯해 평소 듣기 쉽지 않은 멘델스존의 현악을 위한 교향곡 제10번, 엘가의 서주와 알레그로에서 현악 앙상블의 섬세하고 세련됨, 활력과 역동성, 집중을 통해 청중을 사로잡았다. 특히 지휘자 타니아 밀러의 활달한 지휘는 청중을 들뜨게 했다. <뉴욕타임스>가 그녀를 현시대의 진정성과 열정의 무대를 만들어내는 지휘자"라고 찬사를 보냈다고 하는데 필자도 공감한다.
우수한 단원과 지휘자가 멋진 앙상블로 대구의 음악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킨 것이다. 과제는 어떻게 지속하고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 세계 수준의 아티스트가 적어도 음악으로 생계를 걱정하지 않게 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 사회의 자존심이다. 청중들이 다시 듣고, 다시 보고 싶은 악단이 되기 위해선 부단한 소프트웨어 개발도 빼놓을 수 없는 숙제다. WOS 비르투오소 쳄버가 세계무대에서도 각광받는 수출의 날을 기대하며, 첫 성공적인 무대가 이들에게 앞으로의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탁계석 (한국예술비평가회장)
한경진: CONCERT MASTER
WOS 비르투오소 챔버 단원명단
이강원/백나현/송정민/김채인/장나원/정혜진/박신혜/원선윤/배은진/박소연/전지윤/이정민/이윤하/최재호/전소현/송성훈/박규리/오국환/최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