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김영근 지휘자 |
부산콘서트홀
부산 콘서트홀의 최근 기획을 접하면서 많은 음악인과 시민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아쉬움을 넘어선 당혹감일 것이다. 음악적 안목과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수준의 프로그램들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전용 콘서트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운영 방식은 여전히 유명 연주자의 이름값에 의존하거나, 형식적인 공연 나열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기획의 부실은 단순히 한 공연장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곧 부산이라는 도시 전체의 문화 수준과 직결된다. 공연 기획은 한두 차례의 이벤트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미래의 예술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지금의 부산 콘서트홀에서는 그와 같은 책임 있는 기획 의지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 타운홀 미팅 자리에서 부산의 피아니스트 김정화 씨가 현 기획의 문제점을 직접 언급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현장의 연주자들이 느끼는 불합리와 답답함이 결국 국가적 행사에서까지 터져 나온 것이다. 이는 부산 음악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전문성이 결여된 행정적 기획은 결국 예술가들에게는 제약과 불만으로, 관객들에게는 피로와 실망으로 돌아온다.
부산 콘서트홀이 ‘예술의 전당’을 자처하려면 지금과 같은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단순히 공연 횟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음악적 자산을 발굴하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개발하며, 무엇보다 전문 인력을 통한 심도 있는 기획을 펼쳐야 한다. 예술은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꾸준한 철학과 장기적 안목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부산 음악계는 이제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공공기관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있는 무책임과 안일함을 직시하고, 보다 투명하고 전문성 있는 기획 체계를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부산이 진정한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