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잡초
그러지 않아도 무성한 풀들이 잡초와 어울리면서 세를 넓힌다
사람에 이로운 것들에 뿌려지는 비료를 훔쳐 먹은 잡초들이
밭의 주인 행세를 하는 것에 농부의 심사가 편치않다
어짜피 어울려 살아야 하는 것이 세상 이거늘
그래서 군계일학 꽃이 되려므나
흙바람 분다고 숨을 끊을소냐
태풍 분다고 귀를 막을 것이냐
그저 평온한 세상이란 없다
내 마음 고요를 자연에서나 닮아 볼까
詩評: 『그래서 군계일학 꽃이 되려므나』 — 잡초 속 꽃의 고요한 저항
탁계석 시인의 이 시는 자연과 인간의 삶을 교차시켜, 잡초와 농부, 꽃과 바람, 고요와 분란이라는 이항 대립 속에서 진정한 자아의 길을 묻는 성찰시로 읽힌다.
시의 도입부 “무성한 풀들이 잡초와 어울리면서 세를 넓힌다”는 문장은 단순한 식물 생태의 묘사처럼 보이지만, 이는 곧 '혼탁한 세상에서 무분별하게 팽창하는 ‘비본질적인 존재들’에 대한 은유로 이어진다. 특히 “비료를 훔쳐 먹은 잡초들이 밭의 주인 행세를 한다”는 구절은, 사회적 자원과 기회를 악용하면서도 본질을 왜곡하는 이들의 모습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 안에서 농부의 불편한 심사는 곧, 정의를 바라는 시민의 내면 갈등을 드러낸다.
그러나 시인은 단순한 비판에서 멈추지 않는다. “어차피 어울려 살아야 하는 것이 세상”이라는 절제된 한마디는, 공존의 불가피함을 인정하면서도 “그래서 군계일학 꽃이 되려므나”라는 단단한 문장으로 자기 정체성과 고결한 존재 방식을 견지하라는 선언으로 나아간다. 다름 속에서 빛나는 독립적 가치, 그것이 시인이 말하는 ‘꽃’이다.
이후 이어지는 구절들, “흙바람 분다고 숨을 끊을소냐 , 태풍 분다고 귀를 막을 것이냐” 는 시련 앞에서의 태도, 회피가 아닌 존재의 정당한 감내와 응시를 강조한다. 이는 외부의 혼란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내부의 중심을 잡으려는 정신적 고요함을 지향하며, 마지막 행 “내 마음에 고요를 자연에서 닮아 볼까나”에 이르러 시인은 자연의 태도 속에서 배움과 회복의 가능성을 찾는다.
이 시는 결코 조용하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고요란 외부에서 얻는 것이 아닌 스스로 피워내는 것임을 말한다. 그것이 곧 진정한 꽃의 길이며, 가장 평화로운 저항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