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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의 달항아리 프로젝트(1) 아리 아리 달항아리

시평 : ‘아리 아리 달항아리’ 정제된 한국적 서정의 결정체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아리 아리 달항아리 

 

아리 아리 하얀 모시적삼에
달빛 젖는데

 

산을 타고 흘러 온 저 달은
누구 품에 안기리오

 

풍경도 잠든 산사에
저 달빛만 홀로 춤을 추는구나

 

아리 아리,
님의 정일랑 가득 안으소서
아리 아리 달항아리

 

아리 아리,
님의 기별일랑 가득 품으소서
아리 아리 달항아리~

 

 

<비평>

이 시는 전통 민요적 후렴구 ‘아리 아리’를 구조적 리듬의 중심에 두고, 고요하고도 깊은 한국의 미감을 직조해 나간다. 시 전체는 달빛, 산사(山寺), 모시적삼, 풍경, 달항아리라는 소재를 통해 전통과 자연, 그리고 그리움이라는 정서를 촘촘히 엮는다.

 

 정제된 이미지와 언어

 

 "아리 아리 하이얀 모시적삼에 달빛도 교교히 흐르는데"
"산을 타고 흘러는 온 저 달은 누구 품에 안기리오"

 

여기서 '하이얀 모시적삼’은 청결함과 순결함의 상징이며, ‘달빛’은 정적 속에서 흐르는 감정을 나타낸다. 달은 고요하지만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으며, 그것을 ‘누구 품에 안기리오’라 묻는 질문은 시적 자아의 정서적 결핍, 즉 그리움과 기다림을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공간의 정적과 감성의 동적 흐름

 

 "아리 아리 풍경 잠든 산사에 저 달빛 홀로 춤을 추네"

 

산사는 고요함의 극치, 즉 정적의 공간이다. 그 공간에 달빛이 홀로 춤춘다는 표현은 역설적이면서도 시적인 긴장을 유발한다. 이는 시인의 내면 감정이 고요함 속에서도 여전히 요동치고 있음을 나타낸다. 달빛은 곧 그리움, 기다림, 정(情)의 상징으로 작용한다.

 

달항아리의 정서적 상징화

 

 "그리운 님의 정 가득 담으소서 / 아리 아리 달항아리"
"멀리있는 님의 기별 가득이나 담으소서 / 아리 아리 달항아리~"

 

여기서 ‘달항아리’는 단순한 물리적 기물이 아니다. 이 항아리는 정서와 메시지의 그릇이며, 시인의 소망과 기억, 그리움을 담아내는 존재로 승화된다. 달항아리에 담기는 것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정(情)’이며 ‘기별’이다. 즉, 달항아리는 한국적 정서의 결정체로 시적 승화가 이루어진 상징물이다.

 

민요의 구조와 현대적 감성의 결합

 

시의 반복되는 ‘아리 아리’는 전통 민요 <아리랑>에서 비롯된 후렴 구조로, 정서를 절제하면서도 깊게 전달한다. 이 반복은 단순한 리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고유의 민속성과 음악성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개인의 감성과 내면의 진동을 담아낸 현대적 시적 장치로 재탄생했다.

 

 형식과 내용의 조화

 

이 시는 짧은 행과 강한 이미지 중심의 구조를 띠며, 시각적·청각적 리듬이 모두 살아 있다. 자연의 정취와 인간의 정서가 하나의 흐름 속에서 어우러지며, 고요하지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총평

이 작품은 ‘달’과 ‘항아리’, 그리고 ‘그리움’이라는 한국적 상징들을 섬세하게 결합한 정제된 서정시입니다. 달빛처럼 유려하고 항아리처럼 담백한 이 시는, 한국의 미의식과 민속적 정서가 현대적 언어로 승화된 보기 드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달항아리’의 존재를 감정의 그릇으로 설정한 시인의 상상력은 매우 인상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