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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의 달 항아리 연작시 프로젝트(3) 물레야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물레야

 

토독 똑똑 토독 똑똑

 

처마끝 낙수에 젖는 이 마음을
너는 아느냐, 물레야, 물레야

 

달님 숨어버린 야 삼경에
풀숲에 울던 찌르레기는 어디에 갔노

 

돌고 돌아 밤은 흐르는데
적막한 밤, 호롱불만 춤을 추네

 

물레야 돌아라, 물레야 돌아라
꾸벅 꾸벅 졸음에도 너는 혼자
돌아라

 

선반위의 달항아리 달빛 보다 휘영청,
어기영차!

 

<詩評>
이 시는 ‘물레’라는 전통적인 도구를 중심에 두고, 고요한 밤의 정취와 내면의 쓸쓸함, 그리고 장인의 고요한 노동의 미학을 절묘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아래에 시평을 드립니다.

 

《시평 – “물레야”에 담긴 고요한 회오리의 미학》

 

이 시는 마치 도자기를 빚는 고요한 공방의 한밤중을 묘사하는 듯한 풍경에서 시작합니다. 반복적으로 들리는 “토독 똑똑”은 단지 처마끝의 낙수 소리이면서 동시에, 심리적 고요함 속에서 반복되는 내면의 외침이기도 합니다. 이 소리는 ‘물레’의 회전과 리듬과도 맞물려, 시 전체를 하나의 음악처럼 느끼게 합니다.

 

1. 물레와 마음의 공명 – 전통과 내면의 연결
“너는 아느냐, 물레야, 물레야”
이 대목은 단순한 사물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감정의 위탁입니다. 물레는 이 시에서 침묵 속의 대화자이자, 시간을 감는 장치입니다. 물레는 말이 없지만, 그 끊임없는 회전 속에서 마음의 응어리를 풀고, 고요한 치유의 리듬을 전달합니다. 작가는 마치 물레에게 자신의 외로움과 기다림을 털어놓는 듯합니다.

 

2. 밤의 정경과 감각적 이미지 – 고독의 풍경화
“달님 숨어버린 야 삼경에 / 풀숲에 울던 찌르레기는 어디에 갔노”
여기서 밤의 정경은 시간적 정체와 상실의 감각을 상징합니다. 달이 숨고, 새가 울음을 멈춘 밤, 고요함은 더욱 짙어지고 정적은 무겁게 내려앉습니다. 그 속에서 홀로 돌아가는 물레는 단순한 기계적 움직임이 아니라, 고독의 은유, 혹은 무언의 예술 창조 행위로 읽힙니다.

 

“적막한 밤, 호롱불만 춤을 추네”
여기서 호롱불은 작은 희망이자, 예술의 불꽃입니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밤에조차, 호롱불과 물레는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립니다. 시인은 이 움직임을 통해 정적과 생동의 경계를 오가며, 예술가의 밤을 은유합니다.

 

3. 물레의 리듬과 달항아리 – 예술의 순환과 완성
“물레야 돌아라, 물레야 돌아라 / 꾸벅 꾸벅 졸음에도 너는 혼자 돌아라”
반복 구조 속의 이 구절은 리듬과 인내, 창작의 수고를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시인은 지쳐 졸고 있으나, 물레는 끊임없이 돌고 있습니다. 이는 예술가가 깨어 있든, 자고 있든 시간과 예술은 계속 흘러간다는 은유로도 읽힙니다.

 

 “선반 위의 달항아리 / 달빛보다 휘영청, 어기영차!”
마지막 연은 정적과 고요 속에서 창조된 ‘완성’의 순간을 찬란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달항아리는 단순한 도자기가 아니라, 심야의 리듬과 고요, 반복과 노동이 응축된 예술의 결정체입니다. “달빛보다 휘영청”이라는 표현은 달항아리에 담긴 미학적 완성도와 정신성을 함축하며, “어기영차”라는 구령은 정적을 깨고 솟아오르는 감정의 폭발을 암시합니다. 고요와 환희가 동시에 도달하는 아름다운 결말입니다.

 

✦ 총평
이 시는 단순한 도구인 ‘물레’를 중심으로 정적, 반복, 내면의 정서, 창작의 수고, 예술의 완성까지의 긴 여정을 조용히 그려냅니다. 절제된 언어 속에 깊은 정서적 공명이 있으며, ‘달항아리’라는 한국적 상징을 통해 K-Classic의 정체성을 시적으로 구현해낸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