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문일근 평론가 |
한국 오케스트라의 비약적 발전을 이끈 2025 교향악 축제가 막을 내렸다. 해마다 4월이면 우면산 자락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이루어지는 이 축제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한 나라 오케스트라들의 축제로 반은 경쟁적 경연장의 성격을 띤 축제의 장이다. 올해도 온화한 날씨속에 4월 1일 창원 시립교향악단을 시작으로 4월 20일 경기필 하모니 오케스트라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18개 오케스트라가 벌인 오케스트라 한마당은 그 어느해 보다도 실질적인 결과를 낳고 막을 내렸다.
해마다 진행되어 온 이 오케스트라 축제는 올해로 37회째다. 어떻게 보면 시작에서 올해까지의 전 단계가 걸음마 단계에서 시작되어 성인의 문턱에 들어선 과정이다. 그만큼 우리 오케스트라들은 교향악축제를 통해서 성큼 음악적 성장의 과정을 밟아 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평론가 입장에서 보면 아직도 넘어야 할 과정은 넘친다. 오케스트라에 편성된 악기들은 아직도 각 악기가 지닌 잠재되어 있으면서도 본래의 모습인 음향적 여건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면서 연주하고 있다. 그 악기 음향을 오케스트라 앙상블로 활용하면 쉽게 유럽 오케스트라들의 사운드에 접근할 기본적 여건이 마련될 것이다.
여기에 오케스트라 음악적 조화의 핵심인 앙상블 주법의 보편화는 악보음악의 이상을 제대로 실천해서 활용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오케스트라 음악 발전에 핵심이며 중요한 이 두 가지만 활용이 가능하다면 우리 오케스트라들도 멋진 발전의 나래를 펼쳐서 칠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말로만 뇌까리는 "세계적"이라는 미사려구가 아니라 현실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대두되는 우리 오케스트라의 가장 큰 문제는 연습과 주자들 실력이 오케스트라 평가의 핵심이 된다는 객관적 시각의 실체다. 물론 주자 개인의 실력이 앙상블화 됐을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앙상블 미감의 유려함이나 앙상블 음악성의 개성화는 오케스트라가 가져야 하는 중요한 조건이고 요소이긴 하다. 그러나 그 전제는 거기에 부합하는 지휘자의 능력에 정비례한다는 포괄적 논리가 어쩌면 오케스트라 발전의 중요한 요소이면서도 제3세계 오케스트라로서는 극복하고 넘어야 하는 또 다른 난제고 과제다.
이번 축제에서도 우리만의 성대한 현실적 성과에도 남는 아쉬움이 넘치는 이유다. 이번 축제의 결과로 보면 다음 몇가지로 구분해서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솔리스트를 평가할수있을 것이다, 즉 좋은 지휘자와 좋은 오케스트라, 발전할 수 있는 지휘자와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지휘자. 연습에 관계없이 음악적으로 좋은 오케스트라와 연습을 통해 좋은 음악을 들려준 또는 들려줄 가능성이 있는 오케스트라, 작년보다 음악적(오케스트라의 능력에 관계없이)으로 발전적인 결과를 보여준 오케스트라와 그렇지 못한 오케스트라등 등에 대해 음악적으로 분류가 가능할 것이다.
좋은 지휘자의 첫째는 부천 향의 아드리앙 페뤼숑이다. 그는 우리 오케스트라의 가장 취약한 단원들의 자율성을 부천향에 부여했다. 이는 단원들이 잠재적이게 가지고 있는 음악적 능력을 표출케 해 밝으면서도 구조적으로 잘 다듬어진 앙상블 음악을 이끌어냈다. 물론 여기서의 자- 타율이란 단원들의 능동적 의지가 아니라 지휘자들의 의도적 시도에 의한 타의에 의해 수동으로 바뀐 것이다. 현재의 타율이 아니라 자율로 바뀌고 발전적이 된다면 분명 오케스트라 문화도 유럽형으로 바뀌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수원과 광주는 좋은 지휘자에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수원은 연습문제로 낮은 평가를 받았고 광주는 내부적인 문제로 인해 본래의 오케스트라가 가진 잠재력이 불필요하게 소진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스페셜리스트의 지휘자는 KBS향의 일란 볼코프다. 그가 모차르트 바이오린 협주곡에서 보여준 단아 하면서도 세련된 명징의 톤과 음가는 그 자체로 모차르트의 전형이었다. 물론 같이 연주된 라흐마니노프는 또 다른 문제다. 좋은 지휘자의 전형은 오케스트라의 음악 표현 능력을 극대화해서 들려준 청주향의 김경희와 오랫만에 제주향으로 멋지고 유려함을 들려준 장윤성과 오케스트라 앙상블 구조의 명확하고 단아함을 보여준 전주의 성기선이 있다.
부산향의 홍석원이 들려준 밝고 편안한 음악적 서정성이 깃든 사운드는 약간의 자율성이 드러나게 함으로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어려운 음악적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한 지휘자는 진주향의 정인혁과 강릉향의 정민으로 악보 음악의 실체를 드러낸 그 자체로 칭송받아야 한다. 연습의 의미를 높인 지휘자로는 창원의 김건과 피아노와 지휘자로 축제를 빛낸 김선욱이었다. 이들이 지휘한 오케스트라는 분명 우리가 지닌 약점을 극복해서 유럽 오케스트라의 길로 안내할 길을 제시할 것이다.
지휘자들이 오케스트라를 풍요롭게 했다면 솔리스트들은 눈에 탁 띄는 연주자보다 원숙한 음악을 들려준 피아니스트로 강릉과 차이코프스키 1번을 연주한 윤홍천과 국립향과 라흐마니노프 2번의 김태형, 제주와 라흐마니노프 3번을 연주한 조재혁등이 있다, 특히 전주와 쇼팡 협주곡을 협연하면서 현대적 해석의 이기적이면서도 우리가 흔히 "피아노의 시인"이라고 부르는 그 시상 을 실천한 아르세니 문과 부천과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며 탁월한 기량과 음악적 역량을 다 보여준 박지윤등 등은 이번 축제를 빛낸 협연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