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현대화와 상업화, 그 가속의 물결 앞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묻는다. ‘과연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갯벌을 메워 농지를 만들고, 그 위에 고층 아파트를 세우는 것을 '진보'로 여겼던 시대가 있었다. 개발은 곧 효율이었고, 효율은 곧 삶의 질로 여겨졌다. 그러나 오늘날, 갯벌은 생태의 보고를 넘어, 세계적 관광자원이자 지역의 정체성으로 거듭나고 있다. 원형을 보존한 자연이 오히려 더 큰 미래의 부가가치를 낳는다는 인식 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문화의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단순히 ‘옛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방식, 고유한 이야기, 존재의 출발점이다. 마치 가파른 언덕 위에서 공동체를 향해 돌진해오는 적을 막아서는 아파치 추장처럼, 우리는 지금 문화의 원형을 지켜야 할 최전선에 서 있다. “원형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의 뿌리다.” 최근 토니상 6개 부문을 휩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 창작 콘텐츠가 세계의 심장을 울릴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 작품은 이야기의 본질을 간결하게 간직한 채, 세련된 무대화로 승화되었다. 즉, 원형의 뿌리를 지키되, 현대적 언어로 재탄생시킨 사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세상의 한 방은 경계 밖에서 나온다.’ 이 문장 하나로도 충분하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소외를 두려워한다. 누구나 주류, 기득권에 편입돼 안정을 누리고 싶어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말했을 때 그는 이미, 소속과 유대가 주는 혜택까지도 겨냥하고 있었다. 중심에 서면 권력, 자원, 명예가 뒤따르고, 경계 밖으로 밀려나면 결핍과 불안이 덮쳐 온다. 그러나 ‘경계 밖에는 경계가 없다.’ 이 어록은 소외의 빈 공간을 무한한 가능성의 영역으로 전환한다. 경계 밖의 자유, 창작자의 영토 경계 밖 1번지 사람들은 노숙자들 사회적 약자가 있지만 대체로 작가, 예술가다. 그들은 고립과 침묵 속에서 타인의 시선을 ‘음소거’(mute)한 뒤, 세계를 새 언어로 재편한다. ‘기억 파노라마’를 뚫고 나오는 그 순간, 기존 질서가 떠받친 안전지대는 와르르 무너지고, 대신 혁신의 지층이 드러난다. 톨스토이가 『전쟁과 평화』로 귀족 사회의 허위를 부쉈듯, 미겔 데 세르반테스는 『돈 키호테』 한 권으로 라 만차 평원의 ‘미친 기사’를 보편적 인간 희극으로 승화시켰다. 덴마크의 철학자 쇠렌 키에르케고르 역시 코펜하겐 한복판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K-Classic 마스터피스 페스티벌의 비전과 완성 나는 언론인이 아니다. 글을 쓰고, 무대를 보며, 수많은 예술가를 만났지만, 그 흔적은 크게 남지 않았다. 그러나 바로 그 '남지 않음' 속에서 나는 길을 찾았다. 남는 것은 결국 '작품'뿐이라는, 가장 단순하고 가장 어려운 진실 앞에 서게 된 것이다. 수십 년간 비평을 통해 많은 공연과 창작자들을 지켜보았다. 감동은 있었지만, 그 감동은 허공에서 사라졌다. 이유는 명확했다. 작품이 팔리지 않기 때문에 지속성이 없다. 예술은 존엄하지만, 시장은 현실이다. 아무리 탁월한 예술가가 있어도, 작품이 소비되지 않는 땅에서 창작은 생존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2012 13년 전에 'K-Classic'이란 이름을 만들었다. 상품이 되기 위해선 브랜드가 필요했고, 그 브랜드에 우리의 예술을 실어야 했다. 그것이 '마스터피스 페스티벌'이라는 상징성의 무대다. 그래서 마스터피스는 하나의 결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라, 상품화를 위한 시작일 뿐이다. 왠만한 유명세나 실력만으론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없다. 개별 예술가의 이름이 한계가 있고, 작품 하나하나의 유통력은 극히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3, 400년 정도는 취급도 하지 않아. 천년도 2천년도 고요히 자태를 드러낸 백자,청자.남는 것과 사라지는 것의 경계가 이토록 분명할 수 있을까 ? 깨어졌어도 남아 있는 것들, 온전한 것들 사이에서 어쩜 그렇게 당당하냐? 100년 , 200년은 명함도 못붙이는구나. 한 부호가 수억, 수백억, 수천억을 들여 모은 것들을 여기에 이름 석자 남기고 떠났네, 이 보물들을 발견하고 밤잠을 못 이루었을 그 소유의 기쁨과 사랑은 또 얼마나 뜨거웠을까? 그 욕망과 열정과 희열을 유리 상자 안에 다 던져놓고 갔네. 천년이었다 해도, 바람과 강물과 바다는 다루지 않아 . 오직 이름 없는 장인이 밥을 먹기 위해 달빛 영감과 새벽별 총기로 빚어내, 그 순간 스스로 와! 와! 감탄했을 소리가 담겨져 있을 뿐이야. 몽땅 태워지고 더 이상 태울수 없는 보석보다 단단한 눈물의 결정체만 남았거든. 수만년 공룡 발자국을 보았을 때 디딘 바위가 살짝 흔들렸어. 그때 내가 살아 있다는게 무서웠고 사라진다는게 두려웠어. 오늘도 박물관 앞에 서니 크레인에 들려진 휴지 조각처럼 내가 가벼웠어. 쓸려가지 않으려고 비오는 날 아스팔트에 치근대는 가랑잎 같았어.
K-Classic News 탁계석 | 예술비평가회장 세계 곳곳의 음악 축제들 가운데는 대도시나 거대한 공연장이 아닌, 외딴 산간이나 벽촌에서 시작된 것들이 의외로 많다. 그리고 그중 몇몇은 이미 세계적인 명성과 품격을 갖춘 음악제로 성장해 왔다. 그 상징적인 사례가 바로 핀란드의 '쿠오모 페스티벌(Kuhmo Chamber Music Festival)이다. 쿠오모는 핀란드 북부의 깊은 숲 속에 위치한 소도시다. 이곳에서 망명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부부가 스스로를 위해 연주를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 처음엔 아무도 듣지 않던 음악이었지만, 근처의 벌목공과 지역 주민 몇 명이 하나둘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결국 그 ‘숲속의 연주’는 해마다 수많은 관객과 세계적 음악가들이 찾는 축제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음악은 처음부터 거대한 것이 아니라, 들어주는 단 한 사람의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례는 이탈리아 북부 고산지대 아시아고(Asiago) 페스티벌이다. 유목과 치즈 산업으로 알려진 이 지역에서, 마을 성당에서 시작한 작은 콘서트가 마을의 자부심으로 성장했고, 유럽 전역의 음악가들이 가족과 함께 휴양 겸 참여하면서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 이 축제는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체코 스메타나홀(Bedrich Smetana) 제안 개요 K-Classic 조직위원회는 창작음악의 가치 확산과 글로벌 진출 기반 조성을 목표로, 제2회 마스터피스 페스티벌을 개최합니다. 올해는 공공기금 지원의 어려움을 계기로, 민간 전문 기관 과의 자율적 공동투자 협업 모델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이는 단순한 공연이 아닌, 지속 가능한 한국형 창작 플랫폼 실험이며, 새로운 문화 생태계 구축의 출발점입니다. 공동주최 및 협력 기관 푸르지오 아트홀: 공연장 공간 대관 및 운영 지원 현대문화기획: 전체 기획 및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굿스테이지: 디자인, 홍보, 영상 콘텐츠 제작 이 3개 기관의 협업을 기반으로,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공연 시스템을 완성합니다. 프로젝트 방식 토크 콘서트형 창작 발표: 작곡가가 프레젠터로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며 연주 효율적 편성: 솔로 및 현악 4중주 중심으로 고품격 구성 홍보 및 아카이빙: 인터뷰 영상, 디자인 콘텐츠, 다국어 자료 제작 → 세계 실내악 페스티벌 접촉 자료 활용 공동투자의 가치 경제적 효율성: 개런티 대신 브랜드화 및 미디어 자산 제공 명작 아카이빙: 작곡가·연주자 중심의 기록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2025년 토니 어워즈에서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무려 6개 부문을 석권했다. 이는 단순한 뮤지컬 수출의 성공 그 이상으로, 한국 공연 산업의 글로벌 진출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역사적 순간이다. 대사도, 음악도 한국 작가가 쓴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현지에서 기립박수를 이끌어내며, 한국 콘텐츠의 보편성과 예술성을 증명했다. 뮤지컬의 장르적 특성상 대중성과 투자 유치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성과는 같은 무대 예술 장르로서의 오페라, 특히 K-Opera에도 분명한 시사점을 던진다. 뮤지컬이 세계의 문을 열었다면, 오페라도 본격적으로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오페라는 왜 뒤처지는가? 지금의 한국 오페라 생태계는 안팎의 병목을 겪고 있다. 우선 시장성의 열세다. 뮤지컬은 흥행을 기반으로 민간 자본이 활발히 유입되지만, 오페라는 여전히 공공기금에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조차 지난 20년간 국제 무대에 자신있게 내놓을 완성도 높은 창작 K-Opera 작품을 지속적으로 배출하지 못했다는 점은 구조를 새롭게 들여다 봐야한다. 또한 오페라 창작은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곡가 류재준이 오페라 2탄을 출시했다. 가극이란 제목을 달았다. 그러니까 전작(前作) 아파트에 이은 부부 이야기다. 우리 창작이 거대한 역사물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그는 생활과 삶에 밀착한 소박한 이야기의 작품들을 구하고 있다. 아파트 역시 그러했고, 이번 부부 이야기도 그러할 것이다. 이를 한국형 베리즈모라고 할 수 있을까? 근자에 우리 사회를 팽팽하게 지배하고 있는 불평등과 갈등, 예측할수 없는 돌발 변수 등에 시각의 렌즈를 들이 댄 것이다. 빠질수 없는 저출산, 결혼 부재 등으로 인한 가족 붕괴에 현모양처와 가부장적 리더십만 진부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를 다루는 것은 방송의 연속 드라마밖에 없다. 그리고 연극의 일부가 이런 것을 다루는데, 때마침 토니상을 받은 '어쩌면 해피엔딩' 역시 젊은 세대의 갈등과 AI 등장에 대한 새로운 환경의 적응을 노래하고 있다. 고전적인 오페라 베르디, 푸치니 풍의 작품들이 여전히 주 무대가 되고 있지만,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선 이런 작은 무대, 실험성 강한 소재들이 다뤄지는 것은 매우 바람직 하다. 서서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공공의 벽을 넘어, 명작의 길을 열다 지난해, 한국 창작 음악의 새 이정표로서 큰 호응을 얻었던 제1회 마스터피스 페스티벌. 많은 음악 관계자와 청중이 열광했지만, 정작 올해는 공공기금의 외면으로 뜻밖의 시련을 맞았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이 ‘진짜 마스터피스’가 시작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돈'이 아니라 ‘한국 창작의 대표성’과 ‘공동체의 예술 연대’라는 신념이기 때문이다. 기금이 없다고 멈출 것인가? 아니다.푸르지오 아트홀의 공간 대관, 현대문화기획의 전면적 기획 참여, 그리고 굿스테이지의 디자인·홍보·영상 지원까지. 이 모든 것이 단지 비용 절감이 아니라 진정한 투자형 협업 생태계의 실현이다. 남은 것은 ‘작품’과 ‘연주자’다. 하지만 여기에서 우리는 또하나의 다른 해법을 제시한다. 개런티 대신 ‘존재감’과 ‘명품의 가치’를 드립니다 작곡가들에게는 기존의 학예회식 공연이 아니라, 토크 콘서트 형식의 프레젠터로 무대에 선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20~30분간 이야기하고, 중간에 곡이 연주되는 형식. 창작이 ‘이야기’와 함께 전달될 때, 청중의 이해와 감동은 배가된다. 게다가 굿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계란으로 바위치기." 이 말은 무모함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계란은 부서지고, 바위는 멀쩡하다. 인간의 힘으로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불가능의 상징이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그 '불가능의 문턱'에서 출발했다. 달에 가는 일, 바다를 건너는 일,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정복하는 일까지 . 모두 계란처럼 부서지기 쉬운 인간의 상상력이 무모한 도전 끝에 현실을 바꿔낸 이야기들이다. 오늘날 한국의 K-Opera도 그 문턱 앞에 서 있다. 유럽의 견고한 오페라 극장 시스템, 수백 년 쌓아온 인프라, 확고한 관객층, 강력한 공공예산 체제 .이런 것들은 바위처럼 단단하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상설 오페라 극장이 하나가 없고, 예산은 턱없이 모자라며, 글로벌 유통망은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 오직 뛰어난 성악 인재만이 유일한 무기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벽을 넘을 것인가?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대신, 우리는 바위를 '색칠'해야 한다. '색칠 전략', 이미지와 브랜드로 바위에 흔적을 남겨라 바위를 깨지 않고도 바위를 변화시킬 수 있다 색을 입히면 된다. 그 색이 문화이고, 상징이며, 브랜딩이다. 그래서 K-O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