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비평의 부재는 곧 문화의 성장 동력 상실
한국 예술계에는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다. 바로 비평이 닿지 않는 지역·장르의 소외 현상이다. 비평은 작품의 미학, 완성도, 시대성을 분석하는 전문적 행위로, 예술 생태계의 성장 축을 이루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비평가가 부족하고, 중심지 위주로 논의가 집중되다 보니 지역 예술은 그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비평의 부재는 곧 문화의 성장 동력 상실을 의미한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비평가상’이라는 객관적 기준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시상 체계는 세계적 위상에 비해 분절적이며, 지역 예술의 흐름을 담아내지 못한다. 따라서 비평의 협소화는 지역 소외로 이어지고, 이는 예술생태계 전반의 불균형을 확대하는 구조적 문제로 남아 있다.
세계는 비평을 통해 예술을 키운다
세계 예술계는 오래전부터 비평의 힘을 활용해왔다. 뉴욕 비평가협회상(New York Critics Circle Award), 런던 비평가협회상(London Critics’ Circle Awards), 그래모폰(Gramophone) 비평가상 등은 흥행성과 무관하게 예술적 완성도에 기초하여 작품의 가치를 정립한다. 이러한 비평 시스템이 세계 예술 생태계의 표준을 만들고, 예술가의 성장을 촉진해왔다.
특히 중요한 점은, 이 같은 비평 모델은 지역·장르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 어디서 새롭고 뛰어난 작품이 나오면 비평의 빛이 즉시 비춘다. 이는 “어디에서 태어났는가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지녔는가”라는 보편적 평가 기준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비평 소외는 곧 문화 소외… 지역은 왜 항상 늦게 발견되는가
한국의 예술 소외는 단순히 지원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비평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예술가가 스스로를 증명할 무대가 사라지고, 작품은 그저 지역 행사에 소모되거나 묻혀버린다. 이처럼 비평의 부재는 곧 문화적 궁핍을 낳는다. 지역의 뛰어난 작곡가, 무용가, 연극인 등 많은 예술가가 서울 중심의 평가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해, 국내는 물론 세계로 진출할 기회를 잃고 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지역을 향한 비평의 분산, 즉 “비평의 정의로운 배분”이다.
AI 시대, 지역 비평 소외 해소의 새로운 해법이 열리다
오늘날 AI 기술은 지역 비평 생태계를 강화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AI는 공연 데이터, 언론 노출, 작품 분석, 관객 반응 등을 기반으로 작품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혁신을 가능케 한다.
지역 예술가의 활동과 작품성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
숨은 예술가·작품을 객관적으로 발굴
특정 지역의 예술적 강점과 변화 흐름을 분석
편견 없이 예술적 성취만을 기준으로 평가
AI는 인간 비평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비평이 닿지 못한 곳을 밝혀주는 새로운 손전등이다. 이제 지역 예술의 가치를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오숙자 작곡가의 念 바이올린 독주곡을 초연 이후 40년만에 발굴, 제 1회 마스터피스 콘서트에서 재연했다.
K-Classic 비평가대상, 지역 균형 발전을 이끌 ‘새 틀’을 연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K-Classic 비평가대상은 단순한 시상을 넘어 한국 예술계의 비평 인프라를 재구축하는 프로젝트로 출발한다.
K-Classic 비평가대상의 목표는 명확하다
비평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지역 예술가에게 공정한 평가 기회를 제공한다
AI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 분석을 결합한다
한국 비평 문화의 세계적 표준화를 이끈다
예술가의 성취를 세계 속에 기록한다
이는 그동안 지역에서 발굴되지 못했던 예술가, 지방에서 조용히 창작을 이어온 작곡가나 연출가, 전통예술·창작음악·무용 등 다양한 장르에 첫 번째 햇살을 비추는 작업이 될 것이다. 비평이 살아야 예술이 도약한다. 지역이 살아야 한국 예술 전체가 성장한다. K-Classic 비평가대상은 그 출발점에서 한국 예술의 새로운 균형과 비전을 열어갈 것이다.

2008, 故 이수인 작곡가, 故 나영수 지휘자, 탁계석 평론가. 한국음악협회 수상(受賞)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