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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로 시간을 견뎌온 마음을 그리다" 팬덤어스 아트갤러리, Nani Black 첫 개인전 'JUST HEARTS' 개최

Nani Black, 늦게 시작했기에 더 단단한 첫 개인전

발렌타인데이의 달, '하트'로 기록한 삶의 시간

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2월은 발렌타인데이가 있는 사랑의 달이다. 수많은 하트가 거리를 채우는 이 계절에, 팬덤어스 아트갤러리(대표 정주연)에서 열리는 Nani Black의 첫 개인전 'JUST HEARTS'는 익숙한 상징을 전혀 다른 결로 불러낸다. 이 전시에서 하트는 장식도, 기호도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이 살아오며 통과한 시간의 흔적이자, 감정과 기억이 축적된 삶의 중심이다.

 

선화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서양화와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Nani Black은 비교적 늦은 시기에 작가로서의 길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결코 미숙하거나 가볍지 않다. 오히려 오랜 시간 삶을 먼저 살아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의 밀도와 현실성이 화면 곳곳에 스며 있다.

작가는 아이들을 키우며 보낸 시간을 자신의 예술과 분리하지 않는다. 그 시간은 창작의 공백이 아니라, 감정이 축적된 시간이었다. 기다림과 책임, 포기와 회복이 반복되던 날들은 작업의 바탕이 되었고, 결국 하트라는 형상으로 응축됐다. 작가에게 하트는 사랑의 상징이기 이전에 감정과 기억, 판단과 용기가 교차하는 심장에 가깝다.

 

'JUST HEARTS'에 등장하는 하트들은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결코 동일하지 않다. 색의 농도는 매번 다르고, 선은 때로 흔들리고 때로 단단하다. 이는 의도적인 변주라기보다, 같은 마음으로 그린 날이 없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지난 1년 반 동안 하트만을 반복해서 그리며, 자신의 감정 상태와 시간을 확인해왔다. 반복은 지루한 행위가 아니라, 자신을 들여다보는 방식이었다.

이번 전시에서 주로 선보이는 파스텔 작업은 이러한 태도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다. 파스텔은 손의 압력과 움직임이 그대로 남는 재료다. 겹겹이 쌓일수록 색은 깊어지고, 지우기 어려운 흔적은 감정의 층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작가는 이 재료가 자신의 감정과 가장 닮아 있다고 말한다. 숨길 수 없고, 과장할 수도 없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전시는 사랑을 말하지만, 그 사랑은 흔히 기대되는 달콤함에 머무르지 않는다. 'JUST HEARTS'가 다루는 사랑은 견디는 힘에 가깝다. 아이를 키우며 삶을 지탱했던 시간, 자신을 잠시 뒤로 미뤄야 했던 순간들, 다시 시작하기까지의 망설임이 모두 하트 안에 담겨 있다. 발렌타인데이라는 상징적 시간에 열리는 전시는 오히려 사랑의 다른 얼굴을 조용히 드러낸다.

이번 개인전은 ‘하트 작가’로서 Nani Black이 자신의 정체성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하나의 형상을 오랜 시간 붙잡고 탐구하는 태도는, 단발적인 이미지 소비와는 다른 방향성을 보여준다. 작가는 당분간 하트라는 형상을 계속 탐구할 계획이다. 다만 형상은 같아도, 삶이 변하는 만큼 내용과 깊이는 계속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관객에게 이 전시는 특정한 해석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작품 앞에서 잠시 멈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제안한다. 작가의 하트는 설명을 강요하지 않고,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호출한다. 그 지점에서 'JUST HEARTS'는 개인의 서사를 넘어 보편적 감정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늦게 시작했기에 더욱 단단해진 첫 개인전. 'JUST HEARTS'는 한 작가가 스스로에게 허락한 시작이자, 삶을 통과해 온 마음을 기록한 첫 장면이다. 하트가 넘쳐나는 계절, Nani Black의 하트는 묻는다.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이 시간을 지나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