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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미학, 첼로로 건너오다... 홍승아·줄리앙 쿠엔틴,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 무대 '결합된 취향들' 개최

첼리스트 홍승아와 피아니스트 줄리앙 쿠엔틴의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 공연
절제와 깊이의 음악, 프랑스는 첼로로 말한다
홍승아·줄리앙 쿠엔틴이 풀어내는 '결합된 취향들'과 한·불 음악의 140년
결합된 취향들, 두 연주자가 만난 프랑스 음악의 결

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프랑스 음악을 관통하는 미학은 화려함보다 균형에 가깝다. 감정을 노골적으로 분출하기보다는 절제 속에서 깊이를 축적하고, 기교를 앞세우기보다 구조와 색채의 조화를 중시한다. 오는 3월 7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리는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 음악회 '결합된 취향들(Les Goûts-réunis)'은 바로 그 프랑스 음악의 미학을 첼로라는 악기를 통해 집중 조명하는 무대다.

 

이번 공연은 한국의 첼리스트 홍승아와 프랑스 출신 피아니스트 줄리앙 쿠엔틴(Julien Quentin)이 함께하는 듀오 리사이틀로, 프랑스 바로크부터 근대, 신고전주의에 이르는 음악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는다. 주한 프랑스 대사관(SCAC)과 문화원이 공식 후원에 나서며,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상징적 공연으로도 의미를 갖는다.

 

공연의 부제인 '결합된 취향들'은 프랑스 바로크 음악의 거장 프랑수아 쿠프랭(François Couperin)의 작품집 제목에서 차용됐다. 쿠프랭은 프랑스 특유의 우아한 양식과 이탈리아 음악의 생동감 있는 에너지를 결합하려 했던 작곡가로, 'Les Goûts-réunis'는 그의 예술적 선언이자 시대를 앞선 미학적 실험이었다.

이번 공연에서 이 개념은 단순한 제목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 감각이 충돌이 아닌 조화와 융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자, 140년간 이어져 온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적 교류를 음악적으로 풀어낸다.

 

프로그램은 프랑스 음악사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1부는 쿠프랭의 '다섯 개의 콘서트용 소품'으로 문을 연다. 본래 실내악을 위해 쓰인 작품이지만, 첼로와 피아노 편성에서도 프랑스 바로크 특유의 섬세한 장식미와 균형 잡힌 형식미가 또렷이 드러난다. 과장되지 않은 표현 속에서 세련된 감각이 살아나는 대목이다.

 

이어지는 가브리엘 포레의 '첼로 소나타 제2번'은 프랑스 근대 음악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말년에 작곡된 이 곡은 젊은 시절의 서정적 낭만 대신, 깊은 사색과 절제된 감정을 담고 있다. 첼로의 낮고 따뜻한 음색은 이 작품에서 인간 내면을 응시하는 목소리로 기능하며, 연주자의 해석에 따라 그 깊이가 크게 달라진다.

2부에서는 스트라빈스키의 '이탈리아 모음곡'이 연주된다. 바로크 음악을 현대적 언어로 재구성한 이 작품은 신고전주의의 위트와 기지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리듬과 구조가 강조된 이 곡은 앞선 프랑스 음악들과 흥미로운 대비를 이루며, 프로그램에 긴장과 활력을 불어넣는다.

 

공연의 대미는 카미유 생상스의 '첼로 소나타 제1번'이 장식한다. 고전적 형식미와 낭만적 서정성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는 이 작품은 첼로 레퍼토리 가운데서도 가장 완성도 높은 곡으로 꼽힌다. 첼로의 중후한 음색과 화려한 기교, 그리고 피아노와의 긴밀한 대화가 어우러진다.

 

이번 공연의 중심에는 첼리스트 홍승아가 있다. 그는 오랫동안 '차세대 연주자'라는 수식어로 불려왔지만, 이번 무대는 그가 명확히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가는 중견 연주자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선보이는 공연이다.

홍승아의 연주는 기교의 과시보다는 음색과 호흡, 작품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특히 프랑스 음악에서 요구되는 절제된 표현과 미묘한 색채감은 그의 음악적 성향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바로크의 섬세함부터 근대 음악의 내면성, 신고전주의의 위트까지 아우르는 이번 프로그램은 그의 음악적 성숙도를 드러내기에 적합하다.

 

함께 무대에 오르는 피아니스트 줄리앙 쿠엔틴은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세계 유수의 연주자들과 협업해온 아티스트다. 명확한 구조 인식과 세련된 터치로 정평이 난 그는 이번 공연에서 단순한 반주자가 아닌, 동등한 음악적 파트너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낼 예정이다.

 

한국 연주자와 프랑스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앙상블은 이번 공연의 또 다른 ‘결합’이다. 서로 다른 음악적 배경과 해석의 결이 하나의 음악으로 수렴되는 과정은, 이 공연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무대 위에서 실현한다.

'결합된 취향들'은 수교 140주년이라는 외적 기념을 넘어, 프랑스 음악이 지닌 미학적 본질을 묻는 무대다. 화려함보다 균형을, 감정의 폭발보다 내면의 깊이를 중시해온 프랑스 음악의 정체성이 첼로라는 악기를 통해 새롭게 조명된다.

 

프랑스 음악을 단순히 '듣는' 공연이 아니라, 그 미학을 이해하고 체감하는 시간. 이번 무대는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 악기와 인간이 하나의 취향으로 결합되는 순간을 관객 앞에 펼쳐 보일 예정이다.

한편 홍승아는 인디애나폴리스 마티네 뮤지컬 콩쿠르 1위, 오사카 국제 음악 콩쿠르 2위 및 특별상, Kuttner Quartet Competition 우승 등 주요 국제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일찍부터 연주력을 인정받았다. 솔리스트로서는 프라하 스메타나 홀에서 북체코 필하모닉과 협연한 것을 비롯해, 부산시립교향악단, 콜럼버스 인디애나 필하모닉, 뉴저지 바로크 오케스트라, 스페인 콘체르토 말라가 등과 함께 무대에 오르며 폭넓은 활동을 이어왔다.

 

또한 사라소타 페스티벌,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 오레곤 바흐 페스티벌, 2025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등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연주하며 국제적 입지를 다져왔다. 인디애나 대학교 레지던시 앙상블인 Kuttner Quartet과 Bloomington Trio의 첼리스트로 활동하며 존 F. 케네디 센터를 비롯한 주요 무대에 섰고, 이 과정에서 메나헴 프레슬러를 포함한 거장들의 가르침을 받으며 음악적 깊이를 확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