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K클래식 기획 6 ] 역사의 젖줄, 대한민국 River 노래와 문학 Festival

강, 흐르는 기억과 추억의 무대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생명의 근원 삶을 노래한 최초의 악보 

 

강은 단순한 자연의 풍경이 아니다. 인류 문명 태고의 젖줄이자, 역사의 기억을 품은 서사의 무대다. 나일과 티그리스·유프라테스, 황하와 인더스는 인류 최초의 도시를 길러냈고, 농경과 교역, 종교와 예술이 뿌리내린 자리였다. 강은 생존을 가능케 한 조건이자, 삶을 노래한 최초의 악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에게 강은 더욱 특별하다. 한강은 수도 서울을 관통하며 영광과 비극을 함께 보아 왔고, 금강은 금빛 물결처럼 민족의 기품을 담았다. 섬진강은 섬세하고 진솔한 서정을 불러냈으며, 낙동강은 근현대사의 질곡을 지탱했다. 태화강은 산업화의 그림자를 딛고 생명의 강으로 되살아났다. 강은 고향의 품이자 정서의 근원이었고, 그곳에는 언제나 노래와 춤, 웃음과 눈물이 함께 흘렀다.

 

그러나 강은 축복만을 주지 않았다. 범람과 홍수, 전쟁의 격랑은 강을 때로 피로 물들이고, 이별과 한의 노래를 낳았다. 그래서 우리 가곡과 민요 속의 강은 늘 애환을 품는다. 물결 따라 흘러간 사랑의 사연, 둑길에 남은 그리움, 그리고 떠나간 이들의 발자취까지 강은 잊지 않는다.

 

오늘의 강은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한때 산업화의 상징처럼 오염과 소외의 대상이 되었던 강은 이제 생태와 문화의 무대로 되살아나고 있다. 한강공원의 산책로, 태화강의 유등 축제, 낙동강의 생태 탐방, 강변에서 열리는 음악회와 합창제는 강을 다시 공동체의 삶 속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흐르는 물 위에 울려 퍼지는 노래와 춤은 강을 단순한 자연이 아닌, 살아 있는 문화의 무대로 만든다.

 

강을 바라보는 것은 우리 자신을 돌아 보는 것이다 

 

강은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변한다. 사계절의 풍경을 갈아입으며, 기억과 시간을 쌓아간다. 흐르는 듯, 머무는 듯, 강은 우리 삶의 초상을 비춘다. 그래서 강을 바라보는 일은 곧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다.

 

강은 오늘도 유유히 흐른다. 그 물길 속에 과거의 기억과 내일의 희망이 함께 담겨 있다. 우리가 강가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것은 역사를 이어가고 문화를 새롭게 써 내려가는 일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열릴 ‘강 페스티벌’은 강이 지닌 본향적 향수와 예술적 울림을 되살리며, 현대인에게 강의 의미를 새롭게 일깨워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