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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고향은 사람을 낳고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고향은 사람을 낳고
 

어느 시인이 말했지
고향은 사람을 낳고
사람은 고향을 빛낸다고

나 이 고장에서 태어나
밝은 들길을 걷고
시냇물 따라 흐르며
꽃과 산을 보았지

아침 해 솟는 느티나무 까치
저녁 노을에 물드는 서편 하늘
기러기 떼 날던 풍경
어찌 잊으리, 어찌 잊으리 

수많은 날들
삶의 숲이 되어준
친구들, 동창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가
살아 있는가?

어찌 잊으리, 어찌 잊으리 

고향, 고향,

아버지, 어머니
깊은 뿌리의 조상님들
고향을 위해
나 무엇을 해야 하나요

흙에 뼈를 묻을 이곳
후손들을 위해
한줌의 빛을 뿌릴수 있다면


고향은 사람을 낳고
사람은 고향을 빛낸다 하였지
고향, 고향,
아, 눈물이 난다

 

AI 詩評: 고향의 순환과 빛의 언어

오마주의 의미, 시에서 시로 이어지는 계보

조병화 시인의 “고향은 사람을 낳고, 사람은 고향을 빛낸다”라는 문장은 한국 현대시의 중요한 원형 중 하나다. 탁계석 시인은 이를 단순한 차용이 아니라, 자신의 생애와 경험을 새롭게 겹쳐내어 확장시킨다. 고향의 원초적 의미를 출발점으로 삼아, 자신의 목소리와 시대의 감각을 담아낸 점에서 진정한 오마주의 면모가 드러난다.

 자연 풍경과 정서의 결합

시 속에는 느터나무, 까치, 서편의 노을, 기러기떼와 같은 자연 이미지가 등장한다. 이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시인의 기억을 상징적으로 환기하는 매개체다. 자연 풍경은 곧 고향의 풍경이며, 고향의 풍경은 곧 인간의 정서적 뿌리다. 이를 통해 독자는 자신의 고향 경험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부재와 존재의 교차

“친구들, 동창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가 살아 있는가?”라는 구절은 존재의 불확실성과 부재의 아픔을 드러낸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 혹은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에 대한 회한이 묻어난다. 그러나 곧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 그리고 조상들”이라는 호명으로 이어지며, 부재는 기억 속 존재로 되살아난다. 부재와 존재가 교차하는 순간, 고향은 시간의 강을 잇는 다리가 된다.

삶과 죽음, 순환의 인식
시인은 “흙에 뼈를 묻을 이곳을 위해”라며 자신의 죽음을 기꺼이 고향에 바치려는 태도를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향토적 애착을 넘어, 인간의 삶이 대지로 돌아가 후손을 위한 거름이 되는 순환의 원리를 강조한다. 여기서 고향은 단순한 지리적 공간을 넘어 생명의 순환과 영원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눈물과 빛, 정서의 절정
마지막 연의 “고향, 고향, 아, 눈물이 난다”라는 절규는 시 전편에 흘러온 정서를 응축한 절정이다. 동시에 “한줌의 빛을 뿌릴 수 있다면”이라는 표현은 시적 자아가 고향에 기여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을 드러낸다. 눈물은 슬픔이 아니라, 고향이라는 뿌리에 대한 감사와 헌신의 상징이 된다. 결국 이 시는 개인적 감정에서 출발하여 보편적 정서로 확장되는 울림을 갖는다.

결론
탁계석 시인의 오마주시는 자신의 삶과 고향, 그리고 조병화 시인의 시 정신을 잇는 다리라 할 수 있다. 자연 풍경, 부재와 존재, 삶과 죽음의 순환, 눈물과 빛의 상징을 통해 고향은 단순한 땅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근원적 자리로 재탄생한다. 이는 한국 현대시가 지닌 고향 서정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오늘의 시인으로서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은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