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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칼럼] 송 오브 아리랑 영호남 교류음악회 광주가 물꼬를 텃다

K클래식 조직위원회 베토벤 합창과 글로벌 합동 공연도 추진할 터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광주, 부산, 대구 시립합창단과 광주 예술단체들이 하나로 뭉친 영호남 화합 교류음악회에 신호탄

 

공연의 성격과 사회적 의미

 

정치는 국민의 뜻을 잘 헤아려야 안정권에 들어서고, 기업의 상품은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생존이 좌우된다. 공연도 마찬가지로 관객의 호응이 있어야 비로소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정치나 상품과 달리 공연 개최는 주최자의 의지가 먼저 있어야 시민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아무리 열심히 홍보를 해도 실제 무대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일반 시민들에게는 무관심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연의 개최 자체가 사회적 의미를 지니며, 이는 단순한 예술 행위가 아니라 시민 복지와 직결된 문화 공급의 장치라 할 수 있다.

 

광복 80주년, 영·호남 합동의 상징성

 

이번 ‘송 오브 아리랑’은 광주·부산·대구 합동 공연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대한민국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며 내세운 슬로건은 바로 ‘영·호남 화합’이다. 때문에 이 합동 공연은 단순한 협업을 넘어 새로운 공연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로 작동한다. 공연의 근거와 전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문화정책이나 공공예산 확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때문이다. 행정과 정치가 수치로 설득되듯이, 이같은 합동 공연은 문화정책의 당위성을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데이터가 된다.

 

전문 기구의 역할과 관객 지표의 중요성

 

많은 지휘자들이 이 작품을 원하지만, 여건이 미흡해 무대에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기에 환경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오늘의  심각한 갈등 상황에서 화합의 화두를  실행하는 결단력이다. 단체의 힘만으로 양질의 공연 공급이 어려울 때는 이를 뒷받침하는 전문 기구가 반드시 필요한 것도 이때문이다. 정치는 여론조사, 기업은 판매량으로 성과를 측정하지만 공연은 단편적 성과에만 그치기 쉽다. 따라서 관객 호응 지표를 체계화해 우수 작품 공연을 확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문화 성숙으로 가는 길이고, 포퓰리즘 공연 홍수를 넘어 시대 트랜드로서의 감동을 안겨 주는 무대의  토대가 된다. 광주가 그 첫 물꼬를

텃고 강기정 광주시장의 공연 관람이 새로운 화합의 바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비에서 강기정 광주시장님과 광주시립합창단이 한 컷 

 

아리랑, 세계로 뻗어가는 K-클래식의 원동력

 

임준희 작곡가의 ‘송 오브 아리랑’은 강원도·밀양·진도 등 전국에 산재한 아리랑을 종합해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구성한 작품이다. 2012년 아리랑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해 국립합창단에 의해 초연된 이후, 스페인, 캐나다, 퀸즈랜드 등 해외 무대에서도 올려졌다. 이번에 전 6부 공연이 오랜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것은 한국 합창사의 새로운 변곡점이라 할 수 있다.

 

영·호남 합동 공연에 이어 경기·충청·강원·제주 등 전국적 상호 방문 연주를 확산시키고, 더 나아가 해외 교포 합창단과의 연계를 통해 세계 속 K-클래식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특히 독일 베토벤 재단과 협력해 ‘베토벤 합창 & 임준희 송 오브 아리랑’이라는 새로운 구도를 만들어낸다면, 한국적 정서와 세계적 보편성을 아우르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출발 원년이 될 것이다.

 

광복이 무엇이고? 해방과 자유가 어떤 의미인지? 예술 또한 종속적 카테고리를 풀어내고 날아가야 한다. 이제 세계는 바야흐로 베토벤에서 아리랑으로 변환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세계인들이여, 아리랑을 노래하자. 평화를 노래하자. 불굴의 아리랑 깃발을 높이 들어 올리자. 광복의 빛이 세계에 고르게 퍼져 나가야 한다.

 

임준희 작곡가 임창은 지휘자 탁계석 대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