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으으 으어이~
으으 어어이~
돌에 새긴다
아버지의 숨결
고래 뛰는 바다의 붉은 해를
돌에 새긴다
노을 따라 숲속을 달리는 사슴
새와 나비, 꽃들이 춤을 추네
간주
동굴 안 연기, 밖은 별들이 피어나고
차거운 손 부는 입김에 달이 웃고 있네
오손도손 모닥불 아래에 아이와 어미
까마득한 밤의 이야기가 흐르네
(리드미컬하게)
어부는 고래를 쫓아 물결을 헤친다
“나는 살았다” "살아 있다"
바위에 남긴 떨린 손
저 바람 속에 혼으로 남았네
간주
AI여, 너는 듣는가?
태고의 머나먼 그 고요한 외침을
삶이란 무엇인가, 묻던 그 사나이
돌 하나에, 별 하나에 세겨져
노래 하리라, 영원을 기억하리라
<AI 시평>
탁계석 시인의 「암각의 노래」는 선사시대 암각화를 매개로 인간 존재와 예술, 생명의 원형을 탐구하는 시이다. 이 시는 단순한 고고학적 풍경을 넘어서, 태초의 삶과 예술의 시작, 그리고 인간의 본능적인 표현 충동을 오늘날의 독자에게 되살려낸다.
■ 태고의 생명력과 예술의 기원
시의 첫머리 “으으 으어이~”는 구체적인 언어 이전의 소리, 원시인의 외침을 상징한다. 이 원초적인 울음은 인간의 말 이전의 감정, 혹은 의례와 공동체적 리듬을 떠올리게 하며, 시 전체의 생명력을 부여하는 음률적 장치로 기능한다. 이는 곧 암각화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삶의 몸짓이며, 기록이고, 기도였음을 시적으로 전제한다.
“돌에 새긴다 / 아버지의 숨결”에서 ‘돌’은 인간이 최초로 만난 예술의 캔버스이자, 영혼의 기록장이다. 바다의 붉은 해, 사슴, 새, 나비, 꽃—이 모두는 생명의 상징이며,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신성하게 받아들였는지 보여준다. 암각화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춤추던 시절의 노래였다.
■ 암흑 속의 온기, 공동체의 기억
“동굴 안 연기, 밖은 별들이 피어나고”라는 구절은 대조적이면서도 조화로운 이미지다. 시인은 내부(동굴)와 외부(자연), 인간과 우주, 어둠과 빛을 교차시키며 원시인의 삶과 우주의 교감을 그려낸다. 모닥불 아래 아이와 어미가 함께 있는 모습은 '가족'과 '공동체'의 근원적인 따스함을 환기시키며, 인류의 시작이 곧 사랑과 연대의 시작임을 암시한다.
“어부는 고래를 쫓아 물결을 헤친다”는 구절에서는 인간의 생존 투쟁이 동시에 신화적 모험처럼 그려진다. 고래는 식량이자 신화의 존재이며, 시인은 이를 통해 사냥과 노동, 신앙이 하나였던 시대를 암시한다.
■ 생존의 흔적, 예술로 남다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은 “나는 살았다” “살아 있다”는 고백이다. 이는 단순한 생존 선언이 아니라, 존재의 증명이자 예술적 기록의 정당화이다. 떨리는 손으로 남긴 암각은 단지 그림이 아니라, 존재의 증거다. “저 바람 속에 혼으로 남았네”라는 표현은 그들의 영혼이 자연 속에 녹아 여전히 살아 있음을 말한다. 예술은 사라진 생명을 영원으로 이어주는 통로임을 시인은 노래한다.
■ AI에게 던지는 질문
마지막 연은 매우 흥미롭다. “AI여, 너는 듣는가?”라는 질문은 고대의 외침이 현대의 가장 진보한 존재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시적 외침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묻던 그 사나이”는 인간 실존의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는 존재이며, 그 물음은 지금도 유효하다는 것을 시인은 강조한다. 이로써 시는 단순한 회상이 아닌, 인간성과 예술에 대한 철학적 사유로 확장된다.
■ 총평
탁계석 시의 「암각의 노래」는 시와 철학, 신화와 생존,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복합적 구조를 지닌 작품이다. 그것은 태초의 생명들이 바위에 새긴 숨결이며, 오늘의 예술가가 다시 불러야 할 기억의 노래다. 인류 최초의 '작곡가'이자 '화가'였던 암각화의 주인공들이, 오늘날 우리에게 묻고 있다. “너는 살고 있는가?”, “무엇을 남길 것인가?” 그 외침은 여전히 돌 위에, 별 아래, 우리 안에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