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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칼럼] 불붙기 시작한 피아노 콘체르티노 콘서트, 이젠 가속 페달이다!

높아진 작품성,피아니스트 ,작곡가, 진정한 열정이 관객에 통했다

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

 

 

 

우리 속에 답이 있다 

 

피아노 소협주곡, 피아노 콘체르티노 콘서트(Piano Concertino Concert) 가 보여준 것은 무엇인가? 그 자체로 피아니스트와 작곡가, 청중을 하나로 묶은 반응의 힘, 그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비로소 들린다’는 것이다. 우리 장단, 우리 선율로 만든 향토민요와 동요가 우리 입맛에 우리 정서에는 더 맞는 음식이란 것이다.

 

아무리 세계의 명곡이라도 그 곡이 피아니스트를 혹독한 열정에 빠지게 한 것이라 해도, 모두가 피아니스트의 귀를 가진 것이 아니란 것이다. 비로소 청중에게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아니 입으로 흥을 거리는 소리가 나 올 뻔했다. '맴돈다는 것', 이게 뭔가. 오페라 아리아에서도 멜로디가 입에서 맴돌아 퍼져야 하는 것을 많은 명작들의 사례가 보여준다. 리골레토의 ‘여자의 마음’이 초연도 전에 이탈리아 거리에 울려 퍼졌듯이. '맴돈다'는 것은 바로 피속에 녹아 있는, DNA의 친자 확인처럼 명중률이 99,0%가 되는 것인데,  왜 이제사 알았을까?

 

신동일 작곡가 김은혜 작곡가 장혜원 이사장 강순미 작곡가 

 

새로운 장르가 길이 되고 우리를 키우는 힘이 된다 

 

서양음악사에도 그 숱한 명곡들에게서도 어김없이 나타난 모국어의 원리를 우리는 왜 몰랐을까? 알고도 모른 척 한 것일까? 그럴 시간이 그럴 여유가 없었던 것이었다. 피아니스트는 곡 찾아 콩쿨에 나가기 정신이 없었고, 작곡가는 선진 실험음악의 아방가르드로 목에 힘이 잔뜩 들어 있던 시절이었으니까. 민요, 민속, 동요는 시시하고 하등 보잘 것이 없는 그저 들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올라갈 때 못 본 꽃 내려올 때 보았네’ 구상 시인의 시구처럼, 달인의 경지가 그 꽃을 찾아내었다. 장혜원 이사장이다. 필자가 단 3초 만에 그것을 발견하고는 마치 광산의 보물 지도를 뻿긴 것 같은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건 아주 짧은 순간이고, 이 보물은 두고 두고 캐도 우리 한 세대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것을 간파했기에 우선 이의 활성화 로드맵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중동의 기름 대륙붕 같은 저력이기에 공동 개발에 나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원문화원에서 태동한 창작과 인문학 융합이 발화한 것  

 

쉬운 말로 하자면 서양 요리 테이블이 우리 밥상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니까 모국어 밥상이다. 어머니의 둥근 두레 밥상처럼 우리의 정성, 우리의 맛, 우리 식단이 비로소 꾸며졌다. 100년 피아노사에 변화가 온 것이다. 물론 이전에 우리 피아노 곡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해방 이후 작곡가들이 드물게 곡을 남겼지만 햇빛을 보지 못한 암흑기였다. 그때에는 그것이 곡이란 생각을 누구도 하지 않았고,  그저 어둠의 시간이었다. 누구도 서양음악의 광명 천지에 우리 것을 하겠다는 등불을 든 디오게네스가 타나나 지 않았던 것이다.  보이지 않았던 그 불이 벼랑 끝에 이르러서야 눈을 열어 준 것이다.

 

이는 우리가 세계에 주역일 수 있다는 증후군들, 한류로, K 팝으로, BTS로, 힘찬 함성의 바람이 불어온 여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훨씬 근원적인 것을 알았기에 오늘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원문화원 태동과 함께 일어난 시인, 화가. 음악가, 문인 등의 창작화 작업이다. 마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꽃이라 할 카메라타 운동처럼 80년대 중반부터 일어난 것을 기억한다면,  결코 우연도, 행운도 아니다. 자기 모국어의 사랑과 애정이 녹아서 만들어진 인문학과 예술의 융합이다. 마셔도, 마셔도, 목마르지 않는 광천수를 그때부터 알았던 것 같다. 

 

박명숙 피아니스트와 그 제자들 

 

보편적 피아노에서 진정한 피아노의 즐거움 누려야 

 

참으로 어마한 세월동안 우리가 서구를 동경했다. 서구를 배웠고, 학습했으며, 세계의 콩쿨 봉우리를 모두 석권하는 쾌거를 이뤘다. 피아노 선배들의 개척사가 오늘의 영광을 안겨준 것이란 점에서 피아니스트는  위대했다. 모두가 그 기술을 습득하는 데 온갖 힘을 쏱았고, 가산을 털어 돌진했다. 피아노조차 없었던 이 땅에 수많은 피아니스트가 탄생했다. 연주회에 화한이 즐비한 시절, 동내학원들은 춤을 추었다. 교재를 팔아 빌딩을 살 만큼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모든 문명이 직진만 하는 것은 아니다. 돌고 돌고, 때로는 뒤틀리며, 지층을 형성하는 것이라서 그럴까? 언제부터인가 서구화의 열기도, 유학의 열정도, 콩쿨 메달도 서서히 빛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각설하고, 우리 입에, 우리 몸에 맞는  두레 밥상이 피아노에 올랐다. 산천에 늘려 있는 산나물과 바다에 풍족한 생선으로 식단이 꾸며졌다. 이 식단이 마련되기까지 우리가 걸어온 피아노의 역사를 파 헤져본다면 말로 다하기 어려운 눈물이었을 것이다.

 

언젠가 직접들은 이야기로 딸 셋을 키운 한 변호사는 족히 빌딩 하나를 날렸다고 했다. 그뿐이랴. 피아노 협연에 관객을 모우느라 아버지는 지역에서 버스를 대절했던 일화도 알고 있다. 그 많은 피아노의 꿈이 이슬이 되고 말았다. 죽도록 피아노만 치겠다는데, 죽는 순간까지 피아노만 치고 살고 싶다는데, 그 꿈 하나가 왜 이토록 극한의 희생을 요구한 것일까? 피아노를 안 했으면, 요즘 대세인 의대도 갈 수 있었을텐데, 그렇다. 피아노를 처음 산 날 피아노 아래서 자며 꿈을 키웠던 그 꿈들이 왜 물거품이 된 것일까? 열심히만 하면, 아니 죽도록 매달리면, 바흐로 부터 쇼스타코비치까지,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레퍼토리 은하에서 헤엄치고 싶었는데, 왜 그게 안되는 것일까?  

 

 

세계의 작곡가들이 참여하면서 우리의 시야도 넓어질 것이므로  

 

다시 콘체르티노로 돌아 와서 , 우리 눈앞을 보자. 우리 재료에, 우리 세프, 우리 손님들이 찾는 식당 개업이다. 레이스가 달린 귀족의 테이블이 아닌  우리 밥상이 차려졌다. 두 번째, 소협주곡 콘체르티노 콘서트가 의미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새 장르가 발상, 착안되고, 카테고리로 설정되는 과정을 눈여겨 봐야 한다. 처음에는 저게 뭐야? 저런 것도 하나? 시답지 않았다.

 

그러나 길을 알고 가는 자에게 길은 분명하다. 개척자에게 주변의 호의적이지 않은  눈길은 귀찮은 바람일 수는 있어도 앞을 막는 벽은 아니다. 묵묵히 그리고 꼼꼼하고 치밀하게, 정성을 들여 내디딘 걸음은 길이 보이는 눈을 열어 주었다. 이번이 9번째 콘서트다. 똑똑한 사람은 시험 문제지를 받아 들면 바로 안다. 하위권 학생과는 푸는 방식도 다르지만 속된 말로 미련스럽지 않고 명석하다. 그동안 작곡가에게 작품을 위촉하고, 연주를 계속하고, 악보를 만들고, 홍보를 하면서, 왜 저 난리인가? 하는 이들도 없지 않았을 것 같다. 무엇을  풀려고 하는지 감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다 이제사 아, 알겠다는 신호들이 온다.

 

그래서 이번 세종체임버홀 콘체르티노 콘서트는 또 하나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작품들이 한 단계 도약했다. 작품은 작품을 보면서 큰다. 마치 축구 경기가 경기를 성장시키듯 무대 역시 작품을 키우는 구장인 것은 진리다. 장이사장은 머지않아 100곡의 작품이 탄생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해외에서도 위촉을 받아 작품을 내기 시작했으니, 머지않아 전 세계의 작곡가들이 우리의 소재, 우리의 민요, 우리의 전설, 우리의 역사를 가지고 작품을 쓰는 시대가 올 것이다.

 

 

모국어 예술로 K콘텐츠 시대 열어갈 때 

 

2012년에 시작한 K 클래식이 쾌재를 부르는 순간이 아니겠는가. 바야흐로 플랫폼 시대. 열린 자가 열어가는 세상이 아니겠는가. 푸치니가 일본을 배경으로 나비부인을 만들고, 중국을 배경으로 투란도트를 만든 것을 우리는 무한히 부러워했다. 그때 우리 조선은 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K pop의 나라, BTS의 나라, 케이 콘텐츠가 열어가는 무한의 전략은 이제 시작이다.

 

우리는 서양 피아노사를 충분히 가졌다. 여기에  K 피아노가 새로운 출발을 하니 균형을 잘 잡아 나간다면 , 누구도 갖지 못한 비상의 날개를 갖는다. 그 여명의 아침이 밝았다.  아직은 새들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으나 날이 밝는 것은 금새다. 바다를 건너지 않고도,  날개가 부러져 멈춘 손가락들이 다시 부활을 했으면 한다. 이 땅에서 소박하게 들꽃 피아니스로 살면서 죽을 때까지 피아노를 칠 수도 있다. 

 

네 것을 가졌느냐?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도 뿌리를 내리는 민들레 꽃을 닮으면 된다. 피아노 콘체르티노가 특정인의 잔치가 아니라 글로벌 잔치가 되게 해야 한다. K 클래식이 프레카드를 만들어 세계에 알리는 것 역시 지평을 넓히기 위함이다.  이 땅의 피아니스트들이 모국어를 안고, 젖을 먹이며, 보람을 느끼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다. 지난번 피아노 80주년 콘서트에서 실천을 보이신 장혜원 이사장께 관객들이 감동의 박수를 보낸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길을 받았고, 나침반을 받았으니, 행하는 자마다 그 꿈이 살아날 것이라 필자는 확신한다. 

 

 

출연 피아니스트와 작곡가 

 

피아니스트: 고정화 박선혜 박명숙 김순담 김희진 박수진 이루사 유소영 이민영 서영미 박보윤 김성훈 작곡가: 강순미 김은혜 신동일 이종서 Ssu Yu Huang 성용원 김원하 Yohan Kim 신숙경 최환용 김하은 조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