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국가의 품격은 더 이상 경제 규모나 군사력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얼마나 불안과 고독으로부터 빨리 회복하는가, 사회가 얼마나 따뜻하게 서로를 연결하는가가 곧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이제 정신건강은 복지가 아니라 국가 지속가능성의 핵심 인프라이며, 정신이 건강한 나라가 가장 신뢰받는 나라가 된다.
오늘날 세계는 ‘행복지수’를 넘어 ‘회복력 국가(Resilient Nation)’를 국가 브랜드로 삼고 있다. 위기와 상실, 불안의 시대에 국민의 마음을 지켜내는 나라, 고립된 개인을 공동체로 다시 불러들이는 나라가 강한 나라다. 정신건강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며,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다.
반상회가 사라진 사회, 안부를 묻는 국가가 필요하다
한때 동네마다 있던 반상회는 번거롭고 형식적이었지만, 최소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사회적 장치였다. 그러나 아파트화, 1인 가구 증가, 비대면 일상, 플랫폼 노동의 확산 속에서 우리는 가장 연결된 사회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가장 고립된 사회가 되었다. 이웃의 얼굴을 모른 채 살아가고, 위기는 사건이 되고 나서야 드러난다. 고독은 일상화되고, 외로움은 만병의 근원이 되었다. 이제 국가는 도로와 철도만이 아니라 ‘안부를 묻는 시스템’을 사회 인프라로 복원해야 한다.
세계는 이미 정신건강을 국가 전략으로
정신건강 정책 선진국들은 공통의 방향을 보여준다. 핀란드는 청소년 치료 대기시간을 국가가 책임지는 ‘치료 보장제’를 시행했고, 영국은 NHS를 통해 불안·우울 치료를 무료로 제공하며 회복률과 대기시간을 공개한다.호주는 청년 원스톱 조기개입 센터 headspace를 전국으로 확산시켰고, 싱가포르는 국가 정신건강 전략을 수립해 학교를 중심으로 예방 시스템을 구축했다. 뉴질랜드는 ‘웰빙 예산’을 통해 1차 정신건강 접근성을 국가 재정의 핵심 목표로 삼았다.이들 국가는 한결같이 말한다. 정신건강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며, 예방과 조기개입이 가장 효율적인 복지라는 것이다.
세대별·계층별로 다르게 다가오는 마음의 위기
정신건강 문제는 세대와 계층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청소년과 청년은 경쟁과 관계 불안, 진로 붕괴 속에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중장년은 가족 부양과 돌봄, 고용 불안 속에서 번아웃에 빠진다. 노년층은 은퇴 이후 역할 상실과 고립으로 우울이 만성화된다. 저소득층과 불안정 노동자는 상담과 치료가 ‘사치’가 되고, 돌봄 가구는 만성 소진에 시달리며, 지역 간 의료·문화 격차는 또 다른 정신건강 불평등을 만든다.
정신건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결과다.
단절 사회를 잇는 새로운 소통 시스템
이제 필요한 것은 반상회의 부활이 아니라, 지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연결 방식이다.동네 단위의 안부콜과 안부문자,도서관·문화원·복지관·카페형 공간에 상시 운영되는 마음상담, 학교·직장·동호회 리더가 위기 신호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청년에게는 부담 없는 프로젝트형 모임이,중장년에게는 역할 기반 공동체가, 노년에게는 규칙적인 생활 리듬이 회복의 열쇠가 된다.
동호인 문화는 국가 정신건강 인프라다
합창, 밴드, 낭독, 걷기, 사진, 서예, 요리 동호회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이들은 정서 안정과 관계 회복, 삶의 리듬을 동시에 만드는 ‘사회적 처방’이다.동호회 바우처, 공공공간 개방, 리더 양성, 사회적 성과지표 관리. 이 네 가지만 갖춰져도 동호인 문화는 국가 정신건강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다.
마음을 지키는 나라가 세계를 이끈다
정신건강은 복지가 아니다. 정신건강은 산업이며, 문화이며, 국가 브랜드다. 사람의 마음을 지키는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나라가 된다. 대한민국은 이제 ‘경제 강국’을 넘어 ‘회복력 강국’으로 도약해야 한다정신건강이 국가의 미래다. 정신이 건강한 나라가 진짜 선진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