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Classic News 기자 | 가을이 깊어갈수록 하동은 더욱 빛난다. 섬진강을 따라 물드는 단풍, 황금빛 들녘 위로 익어가는 대봉감, 그리고 강가를 물들이는 축제의 불빛이 어우러지며 ‘가을 하동’만의 풍경이 완성된다.
11월의 하동은 그야말로 맛과 멋, 쉼이 공존하는 계절의 정원이다. 별맛축제의 풍성한 향연과 악양 들녘을 감싸는 대봉감 장터, 쌍계사와 삼성궁으로 이어지는 단풍 여행길, 그리고 금남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지리산과 섬진강의 절경까지 하동의 가을은 오감으로 즐기는 예술이다. 단 한 번뿐인 계절의 빛을 만나고 싶다면, 그 답은 하동에 있다.
◇하동의 맛과 멋이 어우러지는 ‘별맛축제’ = 11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하동 신기로터리(하동읍 비파리 47-14) 일원에서 ‘하동별맛축제’가 화려하게 열린다.
당초에는 지난해와 같이 하동송림공원 바닥분수 일원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11월 13일 시행되는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인근 고등학교 수험생들의 학습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배려 차원에서 개최 장소를 변경 결정한 것이다.
올해 축제는 ‘별처럼 반짝이는 하동의 맛’을 주제로, 지역의 대표 특산물과 별미를 한자리에 모은다. 하동 녹차와 재첩국, 하동한우, 하동감말랭이 등 전국 어디에서도 맛보기 힘든 하동의 농·특산물이 다채롭게 선보여지며, 지역 청년 상인과 주민이 함께 꾸미는 야간 푸드존, 버스킹 공연, 플리마켓도 운영된다.
특히, 축제장을 따라 이어지는 섬진강 변의 가을 정취는 축제의 맛을 한층 더해준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국악 공연, 강바람 따라 퍼지는 차(茶)의 향기, 가족과 함께 즐기는 체험 부스까지 그야말로 오감이 즐거운 하동의 대표 가을축제다.
◇감빛 물결이 넘실대는 ‘악양 대봉감 장터’ = 별맛축제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11월 8일부터 9일까지는 악양면 동정호 일원에서 ‘악양 대봉감 장터’가 열린다. 이는 대봉감 농사를 짓는 원주민들과 귀농·귀촌한 사람들이 6개월 전부터 직접 준비한 것이다.
하동 악양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대봉감 주산지로, 해마다 가을이면 감빛이 들판을 물들인다. 직거래로 운영되는 대봉감 장터는 유통비용을 모두 없애 도시민에게는 마트보다는 좀 더 싼 가격을, 농민에게는 경매시장보다 좀 더 높은 값으로 판매한다. 서로 돕고 연대하는 따뜻한 장터다.
단순한 판매 행사를 넘어 먹거리 장터와 주민 플리마켓, 대봉감 판매장이 함께 운영되며 축제 분위기를 더한다. 아울러 할인 행사도 마련된다. 하동군 내에서 1만 원 이상 사용한 영수증을 제출하면 감값 5% 할인, 악양면에서 1만 원 이상 사용한 영수증을 제시하면 10%를 할인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는 악양면 주민들과 귀농·귀촌인이 직접 힘을 모아 꾸린 지역 상생 축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감 농사를 지어온 어르신부터 하동으로 이주한 젊은 귀농인들까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참여해 지역의 전통과 정을 나누는 장이 된다.
악양 평사리 들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대봉감 장터는 농촌의 따뜻한 정취와 사람들의 웃음이 가득한 하동만의 가을 풍경을 선사한다. 장터를 둘러본 뒤 인근의 ‘박경리 문학관’이나 ‘최참판댁’ 등을 함께 방문하면 문학과 자연이 어우러진 악양의 매력을 한층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단풍길 따라 걷는 힐링 여행 – ‘쌍계사’ = 축제의 흥겨움 속에서도 가을의 고요한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화개면의 ‘쌍계사 단풍길’을 놓칠 수 없다.
천년 고찰 쌍계사로 향하는 은행나무 길은 매년 11월이면 황금빛 터널로 변신한다. 은행잎이 바닥을 덮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섬진강의 물소리와 함께 마음까지 맑아지는 듯하다.
쌍계사 경내에서는 수령 수백 년의 고목들과 함께 보물 제500호 ‘쌍계사 대웅전’, 보물 제1701호 ‘동종’ 등을 관람할 수 있다. 또 인근의 다원에서는 따뜻한 하동녹차 한 잔으로 여행의 여유를 즐길 수 있어, 하동의 ‘맛·멋·쉼’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완벽한 코스다.
◇신비로운 가을의 정원 ‘삼성궁’ = 악양면 지리산 자락 깊숙한 곳에 자리한 삼성궁은 하동의 가을을 상징하는 명소다.
삼성궁은 단군을 비롯해 환인·환웅·단군의 삼신을 모신 ‘천부문화의 성지’로, 민족의 뿌리와 철학이 깃든 특별한 공간이다. 수백 개의 돌탑과 조형물들이 계곡과 숲을 따라 펼쳐져 있어,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11월이면 그 풍경이 마치 신화 속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붉고 노란 단풍잎이 돌탑 위로 내려앉고, 햇살이 산 능선을 타고 내리면 곳곳의 석문과 탑이 황금빛으로 물든다. 이곳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움을 고요히 느낄 수 있으며, 방문객들은 삼신산을 오르는 산책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명상과 휴식을 즐긴다.
◇하동의 하늘길을 걷다 ‘금남면 케이블카’ = 하동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가장 좋은 코스는 단연 금남면 케이블카다.
지리산과 섬진강, 남해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하동 케이블카는 총연장 2.3km로, 하동의 하늘길이라 불린다. 가을철에는 붉게 물든 산자락과 푸른 강물, 그리고 섬진강 변의 은빛 억새밭이 한눈에 펼쳐져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케이블카 정상 전망대에서는 지리산의 능선과 남해의 수평선이 한 시야에 들어오며, 운이 좋은 날에는 새벽 운해(雲海)와 노을빛이 겹쳐져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전망대 내에는 카페와 포토존이 마련돼 있어, 따뜻한 하동녹차라테 한 잔과 함께 여유로운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인근에는 금오산 둘레길과 숲속 힐링길이 이어져 있어 트레킹과 산책을 동시에 즐길 수 있으며,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는 사계절 체험형 관광지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축제와 단풍, 그리고 쉼이 있는 가을 하동 = 11월의 하동은 ‘축제’와 ‘단풍’, 그리고 ‘여유’가 함께 어우러진다.
별맛축제에서 하동의 맛을 즐기고, 대봉감 장터에서 농심을 느끼며, 쌍계사·삼성궁 단풍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자. 그리고 금남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가을 하동의 전경으로 여행을 마무리한다면, 올해 가을은 누구보다 특별하게 기억될 것이다.
가을빛으로 물든 하동에서, 자연과 문화, 그리고 사람의 온기가 어우러진 특별한 여행을 떠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