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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존재에 대하여

K-Classic News 탁계석 시인 |

 

 

존재에 대하여  

 

 

살아있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가
파릇파릇 풀잎이 나고
강물은 소리 내어 흐르고
더 넓은 바다는 날마다 출렁이며 춤추는
그 살아 있는 것들과 함께 살아 있다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가

 

살아있다는 것
해가 뜨고 달이 뜨고
사계절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그 숨 쉬는 것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은 또 얼마나 훌륭한가

 

묻혀 있는 것, 세상을 떠난 것들 보다,

그 어떤 유적과 높은 탑보다 날마다 걷고 행동하는
이것의 가치는 또 얼마인가

 

그러니 불안해 하지 말라
불평과 근심, 고통의 마음을 다스리라.
나를 높이라, 나를 세우라!
나의 존재감을 세우라!

 

그러니 살아있는 존재, 생명의 존재
그 아름다움 속에 너가 있다. 너의 존재가 있다.

 

살아 있는 것에 감사와 나를 비추는 햇살에
감사와 숲이 되어주는 이웃들에게 감사와

옷깃에만 스쳐도 만나는 인연에 나는 바람이 되어 살아있으니

이 또한 존재의 기쁨이 아니겠는가.

 

존재, 존재 , 내가 지상에 살아 있는 작은 왕국이란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하, 하 ,하, 하~!

 

 

詩評 – 탁계석 시인 「존재」

 

주제와 메시지

 

탁계석 시인의 「존재에 대하여」는 살아 있음 그 자체에 대한 찬미와 긍지를 노래하는 시다. 풀잎, 강물, 바다, 해와 달, 사계절과 같은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생명 있는 것들의 위대함을 드러내며, 죽어 있는 유적이나 탑보다 살아 움직이는 존재의 가치가 크다고 강조한다.

 

“그러니 불안해 하지 말고 / 불평과 근심, 고통의 마음을 늘 다스리며 / 나를 높여라 / 나의 존재감을 세워라” ― 는 시 전체의 메시지를 한층 더 내면화한다. 단순히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차원을 넘어, 내적 다스림과 자아 긍지의 확립이라는 윤리적·실천적 차원을 제시한 것이다. 즉, 존재의 기쁨은 주어진 자연의 은총일 뿐 아니라, 스스로 다스리고 높여 세워야 하는 자각적 과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전개와 구조

 

자연의 나열과 서정: 풀잎, 강물, 바다, 사계절, 바람, 비 등은 존재의 생동감을 시각·청각적으로 보여준다.

 

대비 구조: 살아 있는 것 ↔ 묻혀 있는 것, 현재 ↔ 과거, 생명 ↔ 유적. 이를 통해 지금의 생명성이 가진 숭고함을 극대화한다.

 

내적 성찰(보충 부분): 단순히 외적 자연의 감사에 머무르지 않고, 불안과 근심을 다스리고 자아의 존재감을 세우라는 자기 성찰의 목소리가 삽입되면서, 시의 울림이 철학적 깊이로 확장된다.

 

선언과 절정: “나는 왕이로소이다”라는 대목은 존재론적 자긍심의 절정을 이룬다. 시인은 오래전 울려 퍼진 동일한 제목의 시를 연상시키며, 오늘의 자신도 살아 있는 왕국의 주인임을 외친다.

 

언어와 표현

 

단순하면서 힘 있는 반복: “살아 있다는 것”, “존재, 존재”, “나는 왕이로소이다”와 같은 반복은 성악적 리듬을 내포하며, 시가 음악적 구조로 옮겨지기에 적합하다.

 

감각적 이미지와 철학적 사유의 결합: 풀잎과 강물, 옷깃 스침, 호흡 같은 일상적 이미지 속에 “존재감 세움”과 같은 철학적 어휘를 결합하여, 시는 생활성과 사유성을 동시에 지닌다.

 

마지막 웃음소리: “하, 하, 하, 하~!”는 단순한 기쁨의 표현을 넘어, 존재 자체의 해방감과 환희를 담아낸다.

 

문학적 의의

 

이 시는 존재 철학을 생활 언어로 구현한 서정시라 할 수 있다. 하이데거의 “현존재(Dasein)”가 철학적으로는 추상적 개념에 머물렀다면, 이 시는 풀잎, 강물, 햇살, 인연 같은 구체적 삶의 체험 속에서 존재의 기쁨을 드러낸다. 특히 보충된 구절은 삶의 불안과 근심을 넘어서려는 윤리적 실천의지를 강조하며, 단순한 감사의 시를 넘어선 자기 수양의 시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총평

탁계석 시인의 「존재에 대하여」는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경이, 존재의 내적 긍지, 그리고 살아 있음의 감사와 기쁨을 총체적으로 노래한다. 이 시는 단순히 자연 찬미와 자기 긍지에 머무르지 않고, 삶의 태도와 정신적 자세까지 제시하는 깊이를 갖추었다. 마지막의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단순한 자아의 외침을 넘어,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음을 선포하는 보편적 메시지로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