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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작사] 느티나무 아래서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느티나무 아래서

 

 

저녁노을 비끼어 간
마을 어귀 느티나무

 

아이들은 고향을 품고
어머니 품안인듯 자랐네

 

느티나무, 아름드리  느티나무,
나의 키도 쑥쑥자랐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강물처럼 흐르고
우리들의 꿈, 매미소리처럼 울창하였지

 

느티나무는 세상을 향한 문이었다
떠나는 길에도, 돌아오는 길에도

모든게 나무 아래서 시작되었다

 

이제는 흐르는 강물의 세월
추억의 그림자들만 남았네

 

나 너를 닮아
누군가의 그늘이고 싶다
누군가의 쉼터가 되고 싶다.

 

오늘도
나를 기다리고 서 있을 느티나무

 

엄마, 엄마, 우리 엄마 보고 싶다

 

詩評 ― 「느티나무 아래서」

 

고향의 상징으로서 느티나무

 

이 시에서 느티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고향 그 자체, 그리고 공동체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저녁노을이 비끼는 마을 어귀에 서 있는 느티나무는 세대를 이어 마을 사람들을 품어온 존재이다. 어린 시절 아이들이 뛰놀며 자라던 자리,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안겨 있던 공간이 곧 느티나무 아래였다는 점에서, 이 나무는 개인의 추억과 공동체의 기억을 동시에 담고 있다.

 

성장과 추억의 무대

 

“나의 키도 쑥쑥 자랐지”라는 구절은 화자의 성장 과정을 느티나무의 웅장한 자태와 나란히 놓는다. 아이들의 꿈과 웃음소리가 매미 울음처럼 울창하게 번져 나갔던 기억은, 어린 시절의 활기와 생명력을 환기한다. 느티나무는 단순히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며 삶의 무대가 되어준 존재다.

 

세상과의 관문

 

느티나무는 “세상을 향한 문”으로도 제시된다. 떠나는 길에도, 돌아오는 길에도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무는, 고향과 외부 세계를 잇는 상징적 관문이 된다. 이 나무 아래에서 사람들은 작별 인사를 나누고, 또 재회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따라서 느티나무는 고향의 지리적 표지이자, 삶의 경계와 전환을 지켜보는 목격자 역할을 한다.

 

세월과 그리움의 흔적

 

시의 후반부에서 느티나무는 세월의 흐름을 상기시키는 존재로 변모한다. “흐르는 강물의 세월 / 추억의 그림자들만 남았네”라는 구절은, 시간이 흘러 많은 것이 변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변화를 초월해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나무는, 변하지 않는 기억의 자리이며, 화자가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얼굴과도 겹쳐진다. 느티나무는 곧 그리움의 형상화된 존재다.

 

타인을 위한 그늘로의 다짐

 

마지막 구절에서 화자는 느티나무를 닮아 “누군가의 그늘, 누군가의 쉼터”가 되고 싶다고 고백한다. 이는 단순한 향수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이 받은 따스함을 다시 누군가에게 베풀고자 하는 삶의 의지를 드러낸다. 느티나무를 통해 배운 것은 단순한 고향의 기억이 아니라, 존재의 본질적 역할, 타인에게 위로와 안식을 주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덕담과 문학적 평가

 

탁계석 시인은 이미 가곡 30편, 오페라 6편, 칸타타 9편을 남긴 풍부한 이력 위에, 다시금 가곡의 언어로 돌아와 새로운 시편을 써 내려가고 있다. 그의 최근 작품들에서는 단순한 서정의 차원을 넘어, “고향”, “등 뒤의 바람”과 같은 이미지 속에 사회적 메시지와 인생의 성찰이 묻어난다. 이번 「느티나무 아래서」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한 개인의 회고가 공동체적 기억으로 확장되고, 더 나아가 타인을 품으려는 삶의 지혜로 승화된다.

 

앞으로도 시인의 붓끝에서 흘러나올 노래들은 단지 음악의 재료가 아니라, 한국적 정서를 세계와 공유할 수 있는 K-Classic의 언어가 될 것이다. 시인의 건강과 영감이 오래 지속되어, 더 많은 가곡과 무대 예술을 통해 우리의 삶을 울려주기를 기대하며 따뜻한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