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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인연은 계절이라오
눈 내려 쌓여 언 땅
시간의 햇살과 바람이 눈을 녹이네
인연은 철마다
다른 꽃을 피우네
지금 곁을 떠난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의 계절이 다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오
그러니 억지로 붙들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흘러가도록 두는 것 또한 용기라오
지금은 마음이 시리고 공허하더라도
그 자리에 또 다른 계절이 찾아오겠지요
흘러도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것은
그 계절 속에 남은 마음의 향기라오
인연은 계절,
사계절 따라 인연 꽃들이 피어나지요
詩評 ― 「인연」
인연의 계절적 상징성
이 시는 인연을 ‘계절’이라는 자연의 순환 속에 비유하면서 시작한다. 겨울의 눈과 언 땅은 차가움과 단절을, 그러나 햇살과 바람이 그것을 녹이는 과정은 다시 새로운 시작을 예고한다. 인연이란 단절과 생성, 추위와 따스함을 반복하는 자연의 질서와 닮아 있다는 인식은, 인간 관계의 무상함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태도로 읽힌다. 시인은 인연을 고정된 운명이 아니라 끊임없이 흐르고 변하는 ‘자연의 시간’ 속 사건으로 그려낸다.
이별과 수용의 지혜
“지금 곁을 떠난 이가 있다면 / 그 사람의 계절이 다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오”라는 구절은 이별을 단순히 상실로만 보지 않고, 하나의 계절이 다한 자연스러운 귀결로 본다. 여기에는 억지로 붙들지 않고 흘려보내는 용기의 미학이 담겨 있다. 인연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집착이 아니라 해방이며, 상실 속에서도 의미를 발견하려는 존재론적 통찰을 보여준다. 시적 화자는 개인적 체험의 고통을 넘어선, 보편적 이별의 철학을 제시한다.
공허와 향기의 잔존
“지금은 마음이 시리고 공허하더라도 / 그 자리에 또 다른 계절이 찾아오겠지요”라는 대목은 상실 뒤의 회복을 약속한다. 인연이 떠난 자리에는 허무가 남지만, 그 허무는 새로운 인연이 들어설 공간이 된다. 더 나아가 “흘러도 흘러도 / 사라지지 않는 것은 / 그 계절 속에 남은 마음의 향기라오”라는 구절은, 관계가 끝나도 그 기억과 정서가 향기처럼 잔존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인연의 본질은 물리적 지속이 아니라 마음속에 남는 여운에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인연과 삶의 순환 구조
마지막으로 시인은 인연을 “사계절 따라 피어나는 꽃”으로 집약한다. 이는 인간의 삶 자체가 만남과 이별, 시작과 끝의 순환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함축한다. 인연은 고정된 소유물이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피고 지는 꽃과 같다. 이러한 인식은 동양적 무상관(無常觀)과 맞닿아 있으며, 동시에 인간 관계의 존귀함과 덧없음을 동시에 품어낸다. 결국 이 시는 ‘인연=계절=삶’이라는 삼중 구조를 통해, 인간 존재가 자연의 순환과 하나임을 일깨운다.
전체적으로 「인연」은 서정적이고 담담한 어조 속에 이별을 수용하는 지혜, 그리고 관계가 남기는 향기의 영속성을 노래한 작품이다. 자연의 리듬과 인간사의 흐름을 겹쳐 보이며, 개인적 체험을 넘어 보편적 성찰로 확장된 시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