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겸 단장 유은선)은 신작 <심청>을 9월 3일(수)부터 9월 6일(토)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심청>은 자기희생적인 심청의 효심에 초점을 맞춘 기존 ‘심청가’의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심청을 자신의 고유한 목소리와 힘을 가지지 못한 채 억압당했던 이 땅의 모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로 그려낸다. 전통 판소리의 깊이를 고스란히 유지하되, 원전의 시간과 공간, 캐릭터 등을 자유롭게 변형해 오늘의 시선으로 재해석한다.
극본과 연출은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연출가 요나 김이 맡았다. 2017년 오페라 전문지 오펀벨트 선정 ‘올해의 연출가’, 2020년 독일의 권위 있는 예술상인 파우스트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2024년 국립오페라단 <탄호이저> 연출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요나 김은 인물 해석과 무대 구현 방식에 있어 현대적 감수성과 표현 방식을 과감히 끌어들였다. 이번 작품에서 심청은 깊은 효심으로 자신을 희생하는 인물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침묵과 희생을 강요당한 존재로 그려진다. 심봉사는 반복되는 실수를 저지르며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나약하고 무능한 인물로서,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사회의 고정관념과 기득권 세력을 상징한다. 이는 전 세계 신화나 설화 속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이야기의 원형으로서, 언어를 초월해 보편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감성을 <심청>에 담아낼 예정이다.
창극의 중심이 되는 작창과 음악감독은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귀토><리어><보허자(步虛子): 허공을 걷는 자> 등 국립창극단의 대표작에 참여해 온 한승석이 맡는다. 연출과 해석에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것과 달리 <심청>의 음악은 전통 판소리의 원형을 유지한다. ‘심청가’ 대목은 가사를 그대로 유지하되, 극의 흐름이나 인물의 정서에 따라 화자를 달리하거나 원전과 다른 장면에 불리며 새로운 감정과 의미를 생성한다. 여기에 가야금·거문고·대금·해금·피리·아쟁·소리북‧장구 등 국악기를 중심으로 한 수성가락 반주와 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 등 서양 현악기 소리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음악이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무대 미술은 세계 유수 오페라 축제에서 활동하며 요나 김과 오랜 협업을 이어온 독일 창작진이 참여했다. 시공간을 초월한 실험적 미장센으로 감각적인 시각 언어를 구현했다. 또한 배우의 감정과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포착해 스크린으로 송출하는 라이브 카메라 중계로 인물의 내면과 정서를 더욱 섬세하게 전달하며 관객의 몰입도를 한층 높인다.
작품의 중심을 이루는 두 인물 심청, 심봉사 역은 더블 캐스팅으로 배우별 각기 다른 개성과 매력을 선보인다. 주인공 심청 역은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춘향>에서 맑고 섬세한 소리와 매력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킨 국립창극단 김우정과 지난 4월 공개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소리꾼 김율희가 맡는다. 두 사람은 현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메시지를 지닌 심청을 호소력 있는 연기로 표현한다.
심봉사 역은 국립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에서 세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배역으로 관객을 사로잡아온 간판스타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맡는다. 뺑덕어멈 역은 이소연이 맡아 뛰어난 소리 기량과 섬세한 연기를 바탕으로 강렬한 매력을 쏟아낸다. 중견 단원 김미진과 김금미는 각각 노파심청, 장승상댁 부인 역을 맡아 무게감을 더한다. 이 외에도 국립창극단 단원을 포함하여 시즌단원, 무용수 아역배우, 합창단 등 150여 명의 출연진이 대거 출연해 해오름극장 무대를 가득 채운다.
예매·문의 국립극장 홈페이지(www.ntok.go.kr) 또는 전화(02-2280-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