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
번역은 원본(原本)을 따라 잡을 수 없다
북에는 소월, 남에는 영랑이라는 말이 있다. 두 시인 모두가 한국의 토속과 정서를 이상적으로 표현한 천재 시인이다. 한국인의 마음을 아무리 유명한 문장가라 해도 외국어로 번역한다면 그 맛이 얼마나 살겠는가? 최고의 예술이란 완성의 디테일인데, 번역을 하면서 원본(原本)이 아닌 번역본(複寫本)이 되면 상당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비단 문장에서만 그럴까? 악곡으로 옮겨오면 더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북을 그저 타악기로 바라본다면 이같은 창자(唱者)와 고수(鼓手)의 내밀한 교감이 이뤄질 수 없다. 이 관계를 서양의 스넥 드럼이나 팀파니가 알리가 없다. 북을 통해 날숨, 들숨의 한숨으로 일체감이 되는 이 기막힌 사정을 시인은 오래 전에 만들었고, 그러나 누구도 이를 악상에 옮기지 않았다. 오직 직곡가 오숙자의 촉으로 이를 놓치지 않았으니 이 관계 역시 경지다.
은근한 전통의 맛, 숨은 긴장의 힘, 사물은 보는 시각에 따라, 입장에 따라 얼마든 달라진다. 북을 전쟁의 신호로 보는 이도 있고, 춤추는 흥의 악기로 보지만, 시절의 설움을 안고 살아야 했던 우리 조상들의 전통인 북과 고수의 애환을 오롯이 담아낸 이 작품은 그래서 잔잔한 울림이다.
K 클래식이 베스트 가곡으로 새해를 연다
급속한 도시화와 물질로 변모해가는 MZ세대와 AI 세태에 우리를 돌아 보게하는 소중한 흑백 필름 사진같다. 부가적으로, 노래를 듣다 보니 모든 게 내가 중심이었고, 내가 주인공이고, 내 사진 프로필만 대문짝만하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독주회 포스터가 아니라, 나를 낮추고, 상대를 띄워서, 더 노래를 잘 할 수 있는 배려의 파트너 쉽을 이 노래에서 배운다.
인간사 제 잘났다 산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나갈때 인간스럽게 사는 것이다. 이 작품은 서양의 것을 뛰어 넘어 삶과 풍류, 그 융합의 절묘함을 보여준다. 2024 K클래식 마스터피스 가곡 제 1호로 선정한 이유다.
오래 전에 인터뷰에서 오숙자 작곡가는 "어려서부터 전통의 다양한 것들을 몸에 베이게 하면서 살아 왔다"고 했다. 그래서 이런 명작이 계속 터져 나올 것 같은 예감이다. 새해 2024년 갑진년, 청룡의 비천(飛天)과 함께 땅에서는 우리 가곡 '북'이 널리퍼져 자양분이 되었으면 한다. 한국의 피셔 디스카우 송기창의 맑은 톤칼라 음성이 잘 노래되어 있다. 슈베르트나 브람스, 이태리의 토스티, 이런 가곡도 좋지만 이제는 K가곡이 세계로 진출해야 할 때다.
오숙자 경력 (작곡가)
*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교수역임.
* 한국예술발전상 작곡부문 수상 (2007년).
* 대한민국 작곡 대상 수상 (2009년).
* 한국 최우수 음악가상 수상 (2018년).
* 두개의 그랜드 오페라 <원술랑>, <동방의 가인 황진이>외
관현악곡, 협주곡, 실내악곡, 합창곡 가곡 수 백곡 등 출판 및 공연.
* 이태리, 호주, 일본, 뉴질랜드, 홍콩, 태국, 필립핀 등
국제음악제 에서 입선 내지 위촉 발표.
- 현재 -
* 한국작곡가회 상임고문
* 우리가곡의 날 기념사업협회 이사장.
* 한국음악 저작권 협회 이사.
* 한국가곡학회 회장.
작곡가 오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