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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되신 이수인 선생님께- 탁계석 평론가 추도사

어린이와 국민들께 동요와 정서 백미의 가곡 수놓아…정부는 훈장 추서해야

K-News 탁계석 평론가 | 

 

어린이와 국민들께 동요와 정서 백미의 가곡 수놓아…정부는 훈장 추서해야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뜨락에 보이던 별, 별만 서로 반짝이는데, 선생님께서는 홀연히 그 별 밭 한가운데에 서계십니다. 이수인 선생님, 이 시대 마지막 서정의 백미(白眉) 국민 작곡가 이수인.

 

선생님은 평생 아이의 동심을 사셨습니다. 선생님은 순수 창작의 정신을 올곧게 오직 작품에만 쏟으신 예술가의 원형이자 거장이셨습니다. 형식적이거나 권위적인 것과 무관하게 소탈하시면서도 인간의 정(情)이 넘치는, 그러나 불의를 보면 직설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진정한 예술가의 어른이셨습니다.  

▲ 지난 22일 별세한 작곡가 이수인. [사진 한국동요문화협회]

 

선생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아이들에게 하늘의 이야기를 들려주신 바로 동요 작곡가인 점입니다. ‘앞으로’ ‘둥글게 둥글게, 방울꽃’ 등 500여 곡의 창작동요들은 교과서에 수록됐고, 한국 동요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1965년 마산 어린이방송국 어린이 합창단을 창단하였고, 한국 최초로 어머니 합창단을 만드셨지요. 경남 의령 출신인 선생님은 서라벌예술대 작곡과 졸업 후 마산 성지여중과 마산 제일 여중고 교사를 지내기도 하셨지요.

 

동요에 대한 사랑은 결국 1968년 KBS 어린이 합창단 지휘자로 시작해 단장을 거쳤고, 동요작곡가 단체인 파랑새 창작 동요회를 설립하면서 한국 동요 작사 작곡가회 회장도 역임하셨습니다. 우리 국민 누구라도 선생님의 노래를 부르지 않은 이가 없을 것이니 이 보다 더 큰 행복을 주신 분이 누가 또 있을까요?

 

동요와 가곡, 올곧은 예술가 정신 유산으로 남겨 

 

둘째는 우리 가곡의 산실(産室)이자 큰 버팀목이셨습니다. ‘내 맘의 강물’ ‘고향의 노래’, 석굴암 등 가곡 150여 곡으로 가히 한국의 슈베르트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성악가는 물론 전국에 수많은 합창단들, 특히 학교 합창 시절의 경연에서 선생님의 곡은 청중으로 하여금 풍경화를 그리듯. 고향의 어머니 얼굴을 떠올리듯, 섬세하면서도 뭉클한 한국 정서를 품고 있어 가곡으로서의 매력이 물씬하였지요.

 

스스로 가사를 붙이기도 하여서 문학적인 노랫말로 1996년 한국문인협회에서 ‘가장 문학적인 작곡가상’을 받기도 하지 않으셨습니까. 노래다운 노래의 탄생은 기교가 아니라 그 정신과 오직 노래를 창작할 수 있는 시심(詩心)과 창작혼의 결합임을 일러 주셨습니다. 100인의 작곡가라 하여서 국민들 모두가 애창하는 하나의 명곡을 남기는 것이 어려운데 선생께서는 열 손가락이 모자라는 주옥(珠玉)의 명곡들을 남기셨습니다.

 

선생님, 언젠가 마산에서 이수인 작곡 발표회, 그날 감동을 도저히 잊을 수 없습니다. 선생님만의 레퍼토리 곡을 청중들이 가슴으로 따라 부르다 벅차. 맨 마지막에 무대에 올라서 선생님 지휘로 ‘별’을 불렀던 그날의 감동을 말입니다. 이후 2차 뒤풀이에서, 또 마산 동호인회장 님의 자택에서 밤새 합창을 했던 아름다운 추억이 떠오릅니다. 선생님의 가곡을 사랑하는 후원회가 조직되고 매달 가곡을 전파하는 애호가들의 열정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셋째는 참 예술가상을 남기셨습니다. 오직 작곡가는 작품으로 남는 것을 일러 주셨습니다. 누구나 쓴다고, 마구 쓴 가곡이 정서를 왜곡할 수 있고 특히 아이들이 트롯 부르는 것에, KBS방송이 어린이 합창단을 해체한 것에 ‘정신 나간 사람들’이라고 벌컥 화를 내신 큰 어른이셨습ㄴ니다.


어려운 때에 노래가 힘의 원천임을 알게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떠나셨지만 떠나지 않고, 계속 우리 가슴에, 우리 마음에 머물러 있을 것입니다. 가곡의 위기, 정서가 극히 메마른 때에, 코로나 19로 지친 이들에게, 청량한 가을바람이 되어 주십시오, 아니 ‘국화꽃 져버린 겨울 뜨락에 창열면 하얗게 뭇 서리 내리는’... 그 벌판에서 우리가 춥지 않고, 떨지 않고, 노래 하나로 다시 설 수 있도록 노래의 위대한 힘을 다시한번 승화시켜 주십시오. 어둠이 깊어 별이 총총하듯, 선생님이 안계시니 더 또렷히 별이 보일 것입니다. 살아 생전에 가까이 모시지 못한 송구함을 노래를 더 열창하여 갚고자 합니다.

 

선생님, 더 큰 별이 되어서 달래어 주십시오. 앞으로, 앞으로 나가면 지구는 둥그니까.,,, 우리가 뉴 노멀(New Normal) 주역으로 살아갈 힘을 주신 선생님, 어려서도 그랬고, 어른이 되어서도, 선생님은 노래 우산이 되어 피난처를 주셨습니다. 우리의 가슴을 살갑게 어루만져 주신 진정한 예술가이셨습니다. 

 

부디 천상병 시인을 만나시면 이 세상 소풍 잘 끝내고 왔다며 반갑게 악수하시는 모습 꿈에라도 보고 싶습니다. 더 평안을 누리시고, 더 많은 영감을 주십시오. 그리하여 이 땅의 백성들이, 노래로 즐겁고, 노래로 행복한 중심에 이수인 선생님이 계셨음을 기억할 것입니다. 선생님, 천국에서도 계속 작곡하시겠죠? 늘 평안을 누리시길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