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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칼럼] 봄봄 K-오페라, 성공 가능성을 증명한 쾌거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그랜드오페라단의 창단 30주년 기념 공연, 창작오페라 <봄봄>과 전통연희 <아리랑 난장>은 단순한 기념 무대를 넘어 한국 오페라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비추는 상징적 사건이다.

 

2010년 부산 초연 이후 100회 공연이라는 기록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적 소재, 한국적 정서, 그리고 한국적 공연 형식이 관객과 만날 때 얼마나 강한 생명력을 가지는지를 입증한 결과다.

 

김유정의 원작이 가진 해학과 인간적 온기를 오페라로 풀어낸 이건용의 <봄봄>은 서양 오페라의 형식을 빌리되, 그 안에 한국의 언어와 웃음, 놀이판의 리듬을 담아낸 보기 드문 성공 사례다. 이 작품은 “한국적 오페라도 충분히 시장성과 반복 공연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하나의 전환점이다.

 

오페라 80년, 서양 중심 구조에 반환점이 왔다

 

대한민국 오페라 80년의 역사는 사실상 서양 레퍼토리의 반복과 축적의 역사였다. 물론 그 과정은 충분히 필요했고, 우리 성악가들의 수준을 세계적 단계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이제 질문은 달라져야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남의 이야기만을 추종하며 노래할 것인가?” <봄봄>의 100회 공연은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이제는 창작 오페라가 더 이상 실험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레퍼토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한국 오페라는 서양의 모방 단계를 지나 자기 서사를 구축하는 ‘반환점’에 도달한 것이라고 본다. 어제 광화문 BTS가 아리랑으로 연 문화의 길 역시, 이제 우리가 중심에 서야 한다는 선언이아니었겠는가. 한국이라는 브랜드와 콘텐츠를 세계가 선망하는 중심이 된 것이다.

 

이제 질문은 이어진다. “그 길 위에 누가 설 것인가?” K-팝이 열어놓은 길 위에서 K-오페라, 라가 등장해야 한다. 바로 <봄봄>이 때맞추어 그 가능성을 보여주니 봄이 올때 혼자 오는게 아니라 변방의 꽃들과 새소리와 시냇물이 함께 흘러 오지 않던가.

 

아리랑과 전통연희, 그리고 한국 문학을 기반으로 한 오페라가 충분히 글로벌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다는 신호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지역 소극장 연대, K-오페라 페스티벌이 대안

 

이번 공연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소극장 오페라’라는 형식에 있다.대형 제작비와 공공 지원에 의존하는 기존 구조로는 지속 가능성이 어렵다.그러나 지역 소극장이 연대하고,작품이 반복 상연되며,관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할 때 오페라는 다시 살아난다.

 

그래서 부산 금정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이번 6월의 무대는‘지역 기반 창작 오페라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보여준다.이 흐름이 전국으로 확산된다면 K-오페라 페스티벌은 더 이상 꿈이 아니라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오페라 위기, ‘봄봄’이 희망의 계절이 되어야

 

지금 한국 오페라는 분명 위기 속에 있다. 공공 지원은 줄어들고, 쥐꼬리 페스티벌 예산의 삭감에 항의해 초유의 기금 반납사태까지 터져 나왔다. 그 삭감이 오페라에 대한 경시나 모독으로도 느껴 질 것이지만, 우리가 진정 관객을 위해 제대로의 대접을 했는가의 반성이 필요하다.

 

도처에 볼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 제작비는 상승하고, 관객은 점점 분산되고, 기업 후원 마저 끊기고 있다ㆍ환율은 오르고 기업도 각자도생 생존에 허덕인다. 그러나 위기는 방향 전환의 신호다. <봄봄>은 그 해답을 제시한다. 한국적 이야기, 반복 가능한 구조, 지역 기반 공연, 그리고 관객과의 친밀한 접점. 이 네 가지 요소가 결합될 때 오페라는 다시 살아난다.

 

그래서 그랜드오페라단의 30년은 단순한 시간의 축적이 아니라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낸 역사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것을 확산시키는 일이다. <봄봄>은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대한민국 오페라가 다시 피어나는 ‘희망의 계절’이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과거의 방식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길을 만들 것인가. 부산에서 시작된 이 작은 봄이 대한민국 오페라의 대전환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