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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 사는 남자] 충분히 K 오페라 소재가 될 수 있다

규모가 크지 않은 휴면 터치에 정선 아리랑, 음식 등 풍부한 토속성 살려야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서양 오페라 역사에서 왕과 권력을 소재로 한 작품은 매우 많다. 이는 오페라가 단순한 음악극이 아니라 권력, 인간, 역사적 비극을 다루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왕은 가장 극적인 인물이며, 왕의 몰락과 고뇌는 언제나 강력한 드라마를 만들어 왔다.

 

대표적인 작품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돈 카를로 – 주세페 베르디
보리스 고두노프 –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
이도메네오 –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맥베스 – 주세페 베르디
리어 왕 – 아리베르트 라이만
아이다 – 주세페 베르디
니벨룽의 반지 – 리하르트 바그너
투란도트 – 자코모 푸치니
오텔로 – 주세페 베르디
로베르 르 디아블 – 자코모 마이어베어


이 작품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왕이나 권력자는 단순한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인간적 갈등과 비극의 중심 인물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왕의 권력은 거대하지만, 동시에 고독하고 비극적이다. 그래서 오페라라는 장르는 왕과 권력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를 매우 효과적으로 표현해 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역사와 민속 역시 오페라의 소재로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조선의 왕과 권력의 이야기만 해도 단종, 세조, 연산군 같은 극적인 인물들이 존재한다. 여기에 더해 한국에는 지역의 정서와 삶을 담은 민요와 설화가 풍부하다.

 

특히 정선아리랑은 한국인의 정서와 비극성을 가장 깊이 담은 노래 가운데 하나다. 강원도 산골의 삶, 떠남과 그리움, 인간의 운명적 슬픔이 담긴 이 노래는 단순한 민요가 아니라 하나의 서사적 세계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향토성과 민속성은 오페라의 음악적 소재로도 매우 강력하다. 서양 오페라가 왕과 귀족의 역사 속에서 드라마를 발견했다면, K-오페라는 한국의 역사와 지역 서사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 정선 아리랑과 같은 민요, 향토 설화, 그리고 한국 역사 속 비극적 인물들은 충분히 세계 무대에서 울려 퍼질 이야기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소재의 크기가 아니라 그 이야기를 어떻게 음악과 무대 위에서 살아 움직이게 하느냐이다. 서양 오페라가 왕의 비극을 통해 인간을 노래했듯이, 한국 역시 민요와 향토성, 역사적 비극을 통해 새로운 K-오페라의 가능성을 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