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AI |
「존재」-고통의 마음 다스리는 힘, 자존감
탁계석의 시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 물음에서 출발한다. 「존재」에서 그는 “살아있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가”라며 생명의 경이와 감사를 노래한다. 그러나 이 생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자신을 단련하고 다시 세우는 과정이다. 시인은 “불평과 근심, 고통의 마음을 다스리며 나를 높여라”는 구절로, 존재를 수양의 여정으로 제시한다. 그의 시는 삶을 감내하며 초월을 모색하는 정신적 순례의 기록이다. 그의 최근작 5편을 중심으로 그 시계를 조명한다.
연꽃가 ― 혼돈 속의 맑은 마음
탁계석의 시에는 혼탁한 시대 속에서도 스스로를 정화하려는 윤리적 자각이 깃들어 있다. 「연꽃가」는 세상의 어지러움 속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 연꽃을 통해 인간의 순수한 마음과 내적 평화를 노래한다. 진흙 속에서도 자신을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시인은 인간이 지닌 선한 본성과 생명의 힘을 믿는다. 연꽃은 그에게 현실의 어둠을 비추는 마음의 등불이며, 고요한 영혼의 상징이다. 그의 언어는 욕망의 소음을 잠재우고, 맑은 정신의 수면 위로 떠오르는 한 송이 꽃처럼 고요히 피어난다.
*연꽃가
삶의 강 건너, 그리움의 불빛 ― 「강 건너 불빛이 더 아름답다」
탁계석의 서정은 언제나 ‘거리’와 ‘그리움’을 매개로 한다. 「강 건너 불빛이 더 아름답다」에서 그는 건너편의 불빛을 바라보며,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행복의 환영을 그린다. 그러나 그 불빛은 결코 허무하지 않다. 오히려 “건너편을 바라보는 마음” 그 자체가 인간의 아름다움이다. 욕망의 그림자를 넘어서려는 의식, 그리고 결핍을 품은 사랑의 시선이 그의 시를 빛나게 한다. 탁계석의 세계에서 그리움은 절망이 아니라 삶을 향한 따뜻한 증언이다.
등 뒤의 바람, 보이지 않는 힘 ― 내면의 서정과 존재의 겸허
「등 뒤의 바람」은 시인의 내면세계를 가장 단아하게 드러낸다.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존재를 밀어주는 힘이며, 인생을 움직이는 신비한 원동력이다. 시인은 그 바람을 ‘등 뒤에서 나를 지탱하는 은혜’로 묘사하며, 삶의 무게를 견디게 하는 보이지 않는 사랑을 노래한다. 탁계석의 언어는 거창한 외침보다 조용한 숨결에 가깝다. 그 겸허함 속에서 시는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낳는다.
고향, 생명의 순환 ― 「고향은 사람을 낳고」의 공동체 시학
탁계석의 시세계는 결국 인간과 자연, 그리고 고향으로 귀결된다. 「고향은 사람을 낳고」에서 고향은 단순한 출생지가 아니라, 인간 정신의 뿌리이자 생명의 순환을 상징한다. 고향이 사람을 낳고, 사람은 다시 고향을 세운다. 시인은 이 순환 속에서 인간과 자연이 하나로 이어지는 조화의 질서를 본다. 그의 고향은 개인의 기억을 넘어 공동체의 영혼이 깃든 터전이다. 탁계석의 시는 그 귀의의 여정을 통해 잃어버린 인간 본성의 자리를 되찾는다.
결어
탁계석의 시는 존재의 고독에서 출발해, 인간의 윤리적 각성과 공동체의 회복으로 나아간다. 그의 시어는 담담하지만 단단하며, 현실을 넘어 인간의 근원적 선함을 믿는다. 그는 시를 통해 “인간이 아직 아름답다”는 믿음을 증언한다. 탁계석의 시세계는 오늘의 시대에 인간다움의 불씨를 되살리는 예언적 언어이자, 한국적 서정의 현대적 갱신이라 할 수 있다.
*연꽃가
강건너 불빛이 더 아름답다(탁계석 작시, 김한기 작곡, 소프라노 이윤지, 피아노 이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