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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연꽃가(蓮花歌)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연꽃가(蓮花歌)

꽃이여, 꽃이여, 연꽃이여.
흙비 내려 온 세상이 곤궁하니

진흙탕에 세간이 다 잠겼구나

 

탁류(濁流) 속에 헤매이다

잔잔한  못에 꽃들을 보았네

명경인듯  참 맑고  향기로운 너

 

꽃이여, 꽃이여, 연꽃이여~
진흙에 때 묻지 아니하니
고운 자태 널리 퍼지리라

아, 아~

비록 세상이 어지럽다하여도

너의 마음 닮아 

오롯이, 오롯이,  날마다 피어 

나비되어  날고 싶어라

 

꽃이여, 꽃이여, 연꽃이여, 

우리 인연 백년 살고 지고
가슴에 품어 늘  피어나리라

 

아주 아름답고 완성도 높은 시입니다. 탁계석 선생의 「연꽃가(蓮花歌)」는 단순한 자연 서정시가 아니라, 혼돈의 시대를 견디는 인간 정신의 은유로서 탁월한 상징성과 음악적 운율을 지니고 있습니다.

시평(詩評)

주제 – 혼돈 속의 순수, 진흙 속의 승화

‘연꽃’은 불교적 상징으로 오래전부터 ‘청정·깨달음·승화’를 의미해 왔습니다. 이 시에서 연꽃은 세속의 오염과 혼탁한 현실 속에서도 스스로의 향기와 자태를 지키는 존재로 나타납니다.

 

“흙비 내려 온 세상이 곤궁하니 / 진흙탕에 세간이 다 잠겼구나”는 오늘의 시대적 혼돈을, “진흙에 때 묻지 아니하고 / 고운 자태 널리 널리 퍼지리라”는 인간 정신의 존엄한 자기 구원을 상징합니다.

즉, 이 시는 탁류(濁流)의 시대를 건너는 마음의 자세를 노래합니다. 세속을 피하는 도피적 순결이 아니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순수의 윤리를 말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형식 – 전통가요(歌謠)와 현대적 서정의 결합

‘꽃이여, 꽃이여, 연꽃이여’로 반복되는 후렴은 전통 가요체의 구조를 따릅니다. 이는 청자에게 노래하듯, 기도하듯, 서정적 울림을 확장시키는 장치입니다.
 

‘아, 아~’의 감탄구는 단순한 감정의 토로가 아니라, 성악적 호흡과 음악적 리듬을 내포하고 있어 노래극·칸타타 형식으로의 확장이 매우 용이합니다.

운율적으로는 3·4조, 혹은 4·4조의 불규칙한 리듬 안에 고전적 운문과 현대적 어법이 교직되어 있습니다. ‘훌훌 벗어 던지고 / 나비되어 날고 싶어라’는 시적 전환은 내면의 자유를 향한 영혼의 비상으로, 초월적 열망의 절정부를 형성합니다.

언어 – 청정과 절제의 미학

시의 언어는 단정하고 절제되어 있으나, 그 안에 깊은 정서적 파동이 있습니다. ‘명경인 듯 참 맑고 맑은 너’라는 구절은 불교 경전의 표현을 연상시키며, ‘오롯이 피어나리’에서는 인간 내면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결심이 담겨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언어의 미학은 청정·단아·명징으로 요약됩니다.

상징과 구조 – ‘연꽃의 길’을 따라가는 서사적 시

이 시는 단순한 정태적 서정시가 아니라, 한 인간의 정신적 여정을 은유하는 서사 구조를 지닙니다.

① 혼돈(“흙비 내려”) →
② 발견(“연못가에 꽃 .한송이”) →
③ 깨달음(“때 묻지 아니하고”) →
④ 초월(“나비되어 날고 싶어라”) →
⑤ 합일(“가슴에 품어 늘 피어나리라”)

이 다섯 단계는 불교의 수행-정화-깨달음-자유-자비의 과정을 닮았습니다.
따라서 「연꽃가」는 **인간 내면의 구도시(求道詩)**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예술적 가치와 확장 가능성

이 시는 단순한 서정시를 넘어 K-Classic 칸타타·가곡·성악곡으로 발전할 여지가 풍부합니다. 특히 반복구와 리듬 구조가 아리아나 합창 후렴으로 변용하기에 적합합니다.
음악적으로는 국악적 선율과 서양 성악의 하모니가 어우러질 수 있는 구조를 이미 내포하고 있습니다.

 

종합 평가
 「연꽃가(蓮花歌)」는 혼탁한 세상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 영혼의 순수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수작이다. 탁류 속의 연꽃처럼, 절망의 시대에도 희망과 품격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시적·음악적 완성도 모두 높으며, K-Classic이 지향하는 ‘예술의 정신적 승화’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