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소유냐 삶이냐
어느 철학자는 말했네
소유를 부러워 말라고
하면 할수록 목마른 갈증
욕망의 덫이 된다 했네
그보다 바람의 자유를 즐기고
존재의 빛으로 오늘을 살라 했네
사막에선 들꽃 향기
황금 왕관보다 귀하고
무인도에선 황금사과보다
한 모금의 물이 소중하듯이
우리네 인생
큰 소유 없어도
기록과 예술은 영원히 남으리
허영심 무너진 자리에
본질만이 남듯이
소멸하는 몸이여,
다 쓰지 못한 물질이여
새 생명 되어
다시 태어나라
그럴 때 삶은 자유,
삶은 기쁨과 보람이라오
모든 것 버리고 건너야 하는
영혼의 강이여
혼자서, 홀몸으로
저 강을 건너야 하리
소유냐 삶이냐, 철학자는 물었네
밤마다, 새벽마다
깨어 있으라 하였네
늘 깨어 있어라 하였네
詩評 ― 「소유냐 삶이냐」를 읽고
철학적 질문으로 열린 노래
이 가곡 가사는 첫머리에서부터 “소유냐 삶이냐”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이는 에리히 프롬이 『소유냐 존재냐』에서 제기한 문제의식을 떠올리게 하며, 단순한 수사 이상의 실존적 질문으로 다가온다. 소유의 삶은 욕망의 덫에 빠져 목마름을 낳고, 반대로 삶의 본질은 자유와 존재의 빛을 드러내는 것임을 강조한다. 노래가 시작되는 순간, 단순한 시적 감상에서 벗어나 철학적 성찰의 장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미지로 구체화된 진리
시적 장면들은 추상적 사유를 구체적인 이미지로 환원시킨다. 사막에서의 들꽃 향기, 무인도의 물 한 모금은 인간의 삶이 무엇을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가를 상징한다. 왕관과 황금사과 같은 상징적 소유는 무력해지고, 미미해 보이는 향기와 물은 생명과 존재를 지탱하는 필수의 가치로 부상한다. 이러한 대비는 독자에게 진리의 순간을 시각적으로,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예술과 기록의 영원성
가사는 “큰 소유 없어도 기록과 예술은 영원히 남으리”라는 선언으로 인간의 본질적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드러낸다. 물질은 사라지고, 몸은 소멸하지만, 기록과 예술은 시간을 넘어 후대에 전승된다. 이는 바로 가곡이라는 장르 자체가 지닌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 노래로 불리며 기록되는 이 작품은 소유를 넘어선 존재의 증거로 남게 된다. 시와 음악이 만나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표현을 넘어 역사적, 예술적 유산이 된다.
영혼의 강을 건너는 여정
후반부로 갈수록 가사는 존재의 결단을 강조한다. “모든 것 버리고 건너야 하는 영혼의 강”은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경계로서의 상징적 강이다. 인간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이 홀몸으로 건너야 한다. 이 장면은 실존적 고독의 진리를 다시금 환기하며, 동시에 노래의 절정으로 청중을 이끈다. 합창으로 불렸을 때, 개인의 고독과 공동체적 울림이 교차하며 강한 감동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삶을 살라는 명령
마지막 부분은 다시 처음의 물음으로 돌아간다. “소유냐 삶이냐, 철학자는 물었네 / 밤마다, 새벽마다 깨어 있으라 했네.” 이는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삶을 살아내라는 명령으로 울린다. 반복과 리듬을 통해 가사는 청중의 마음에 각인되며, 음악적 고조와 함께 메시지는 강렬하게 맺어진다. 결국 이 작품은 한 편의 노래이자 동시에 실존을 향한 선언문이다. 소유의 덫을 넘어, 자유와 기쁨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라는 명징한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