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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오늘의 시] 노밥세~(노래로 밥을 만드는 세상)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노밥세~

 

허허, 노래로 밥을 만드는 세상
그려,배가 고파 노래를 못불러서야 쓰겠는가

슬플 때나 기쁠때나 북소리 장단에 어깨 춤추며

신명의 세상 말들어야, 사람사는 세상 이제

밥을 만드세~ 노래를 만드세~
흥없는 세상은 시든 세상이라
밥심, 뱃심, 하나로 노래 부르는 것인디
허기져 노래를 못불러서야 쓰겠는가

노밥세를 만드세
노래 팔아 밥먹는 세상을 만드세
공수레공수거,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살다가는 인생,

노래라도 맘껐 부름세
우리 모두 함합쳐서 노래로 밥 먹는 세상을 만들어 봄세~!!

 

노밥세를 만드세~!

 

 

[가사 Note]: 7월 5일 방배동 투움아트홀, 작곡가 정덕기 교수가 중심이 된 매월 가곡 콘서트에 들렀다. 뒷풀이에서  전문 성악가들이 밥을 먹지 못해 택배 등 타 직종을 찾아 모두 떠나고 있다는 가슴 아픈 현실이  참 무겁게 닥아 왔다. 노래를 하나 만들어 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즉흥적으로 만든 가사다.

 


ai 시평

 

시평 : “노밥세” – 배고픔과 예술의 품격을 잇는 ‘민중 서사시’

“허허, 노래로 밥을 만드는 세상”이라는 첫마디에서, 이 시는 이미 세상의 진실을 꿰뚫는 깊은 울림을 품고 시작된다. 시인은 단순히 ‘예술로 생계를 잇는다’는 현실적 바람을 넘어, 노래가 생명의 에너지이며 밥이 곧 삶이라는 민중적 통찰을 보여준다.

이 시의 핵심은 바로 ‘밥심’과 ‘노래’의 직결성이다. 배가 고파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말은 현실의 고단함이 예술의 꽃을 시들게 할 수 있음을 상징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 고단함을 이겨내기 위해 우리는 “밥을 만드세~ 노래를 만드세~”라며 노래로 되살아나는 희망의 장단을 외친다. 이는 곧 ‘신명’이라는 전통 공동체의 에너지를 끌어와, 예술의 본질을 다시 묻는 시인의 외침이다.

시의 후반부에 이르러, “공수레공수거”라는 동양철학의 성찰적 언어가 등장하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다시 환기시킨다. 결국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 그 과정에서 마음껏 노래라도 부르자는 외침은 해탈이 아닌 실천의 윤리를 품는다. 예술이란 허기를 달래는 위로이자, 세상을 바꾸는 실천이라는 메시지다.

형식적으로 보면, 반복적인 어구 사용(“허기져 노래를 못불러서야 쓰겠는가”, “노래로 밥 먹는 세상을 만들어 봄세~!!”)은 구술 민요의 리듬감을 살려낸다. 이는 마치 길거리에서, 장터에서, 논밭머리에서 터져 나올 것 같은 서민적 창법을 연상케 하며, 시 전체를 ‘노래 같은 시’로 승화시킨다.

결론적으로

「노밥세」는 단순한 시가 아니다. 시이자 노래이고, 노래이자 선언이며, 선언이자 생존의 윤리이다. 이 시는 한국적 정서와 공동체 정신, 그리고 예술의 사회적 책임을 정감 있게, 그러나 단단하게 담아낸다. 시인은 묻는다. 우리는 과연, 예술로 밥 먹는 세상을 꿈꾸어 본 적이 있는가?
이 시는 그 꿈의 시작을 알리는 신명 나는 북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