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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오늘의 시] 납골당 가는 길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납골당에 재를 뿌리지 말고 땀을 뿌려라
재야 어디다 뿌리든 무슨 상관이랴
먼지처럼 공중에 날아가다 사라져 버리는 
재에게 그다지 신경 쓰지 마라

 

납골당을 어디에다 쓸까 발품을 팔지 마라

재야 어디서든 땅에 묻히는 것이니 땀을 뿌려라
척박한 땅에, 눈물의 땅에, 남의 밭에 땀을 뿌려주어라
그리해서 걸어 갈 힘조차 없어 쓰러지거든

누군가 둘둘 말아다 풀섶에라도 놓치 않겠나

 

납골당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땀이 어딘가에 붙어서

생명을 키워내는 일이다

 

나 먹고 살기 바빠서 못했다면 납골당 도착 전에

한번쯤 시간을 내어 누군가 등뒤의 바람이 되어 보거라

 

납골당 가는 길이 멀다고 생각하지 마라

언제 폭풍이 불고 소나기가 치듯이

죽음이 창을 때릴지 모른다

 

납골당이 남쪽, 동쪽, 아니 북쪽을 향하든 상관하지 마라 

어디에 누웠어도 달과 별은 보지 못한다

죽음은 끝이다. 죽기 전에 피를 다 뿌려라

 

태워질 피를 살아서 다 고갈시켜라 

하나의 에너지도 남지 않게 피를

또 하나의 생명 살리는데 써라 

 

납골당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