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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섭 詩 칼럼] 유월에 - 나태주

A Better Me
꿈은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너도 그렇다

K-Classic News 원종섭  문화심리학 기자 |

 

 

 

 

 

유월에




         


말없이 바라
보아주시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합니다

 


때때로 옆에 와
서 주시는 것만으로도 나는
따뜻합니다

 


산에 들에 하이얀 무찔레꽃
울타리에 넝쿨장미
어우러져 피어나는 유월에

 


그대 눈길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나는
황홀합니다

 


그대 생각 가슴속에
안개 되어 피어오름만으로도
나는 이렇게 가득합니다.

 

 

 

 

나태주님의 시는

간결하고 선명하고 아름답습니다

 

 

사람에겐  약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열등감과 비교의식입니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다른 사람과 나눌것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입니다

 

 

삶의 질은 단순한 기쁨에 감사하고

예상치도 못한 일에서 아름다움을 찾는것

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시를 시인이나 평론가들은 높게 쳐주지 않았습니다

그를 발견한 건 대중이었습니다.

 

 

10년 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현판에

그의 시  '풀꽃’이 걸린 게 계기였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스물네 글자밖에 안 되는 이 시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너도 그렇다’ 가 이 자리에 올 수 있게 했습니다. 

 

 

내 마음에 살았던 시가

독자의 마음에 가서 살지 않으면

절대 끝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바일 그리고  인공지능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와도 감정이나 마음을 다스리는 산업이나 상품은

죽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사람들이 많이 불안합니다. 문화는 감정을 다루는 사업인데, 제대로만 다루면 손님들이 사주지 않을 까닭이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시가 좀 유리합니다.

 

 

요즘 대하소설이 읽히지 않고 있습니다

서사가 아니라 서정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시는 망하지 않습니다

감정을 나누기에 가장 적합한 문화형식이요

예술형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담기지 않은 건 시가 아닙니다

 

 

 

 

 

 

나태주의 시는 거대하고 추상적인 주제를 다룰 때도 한없이 소박합니다.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 나태주 행복

 

 

시인은 말합니다

시가 뭐냐고. “그냥 줍는 것이다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서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들”

 

 

“시가 내 마음에서만 살면 안 된다.

더 많은 사람 마음에 가서 살아야 진정한 시다.

 

 

시의 완성은 나눔입니다

 

 

 

 

시인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문예창작과에서는 이런 걸 안 가르친다

레토릭이나 신춘문예에서 당선되는 법만 가르친다

그게 한국 시를 망치고 있다

 

 

한국시인협회 회장시절  그는 시인들을 향해 조언했습니다

 

 

“잘난 척하지 말고, 아는 척하지 말고, 있는 척하지 말고,

거룩한 척하지 말라”  “독자들 곁으로 내려오라”

 

 

 

그는 “나는 곧 팔십이 되지만

BTS와 그런 생각을 공감한다”면서

“독자에게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시를 쓰는 이유가 시인이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공헌하기 위해서

 

 

라는 점을 잊지 않습니다.

 

그는 길고 어려워지고 서사에 치중하는 한국 시의 흐름을 불만스레 바라보고 있습니다. ‘독자가 없는 시’를 이대로 두고 볼 것인가. 여기서 나태주는 시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보자고 합니다. 쉬운 시, 감정을 전하는 시, 독자를 위한 시를 얘기합니다.

 

 

내 마음에 살았던 시가

너의 마음에 가서 살지 않으면 절대 끝

 

 

이라는 시인의 말이 독자의 부재를 고민하는 한국 시에 하나의 대답이 될 수 있지않을까 합니다.

 

 

 

 

 

 

 

나태주 

1945~  충청남도 서천 소작농이었던 아버지 나승복의 6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공주사범학교 한국방송통신대 초등교육과를 졸업하고 1987년 충남대에서 교육학석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공주사범학교 졸업 후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2007년 공주시 장기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43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했습니다. 교사 재직 중이던 1971년에 서울신문신춘문예 '대숲 아래서'로 등단하였고, 1년간 베트남전쟁에 파병되기도 했습니다. 교사 퇴임 후 공주풀꽃문학관에서 문학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시인 박목월의 제자입니다. 박목월이 직접 주례도 봐주었습니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공주문화원장을, 2020년 부터 2022년  까지 제43대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하였습니다.

 

시집

  • 대숲 아래서 (1973 / 예문관)
  • 누님의 가을 (1977 / 학사)
  • 모음 (1979 / 청학사)
  • 막동리 소묘 (1980 / 일지사)
  •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1981 / 일지사)
  • 변방 (1983 / 신문학사)
  • 구름이여 꿈꾸는 구름이여 (1983 / 일지사)
  • 외할머니 (1984 / 신문학사)
  • 굴뚝 각시 (1985 / 오상사)
  •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1985 / 일지사)
  • 아버지를 찾습니다 (1987 / 정음사)
  •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 (1987 / 고려원)
  • 목숨의 비늘 하나 (1987 / 영신문화사)
  • 우리 젊은 날의 사랑 (1987 / 청하)
  • 빈 손의 노래 (1988 / 문학사상사)
  • 추억이 손짓하거든 (1989 / 일지사)
  • 딸을 위하여 (1989 / 대교출판사)
  • 훔쳐 보는 얼굴이 더 아름답다 (1991 / 일지사)
  • 눈물난다 (1991 / 전원)
  • 지는 해가 눈에 부시다 (1994 / 현음사)
  • 풀잎 속 작은 길 (1996 / 고려원)
  •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1999 / 혜화당) 
  • 하늘의 서쪽 (2000 / 토우)
  • 풀꽃 (2013.03.31 / 종려나무)
  • 돌아오는 길 (2014.10.15 / 푸른길)[6]
  • 꽃을 보듯 너를 본다 (2015. 06. 20 / 지혜)
  • 죽기 전에 시 한 편 쓰고 싶다 (2016.03.29 / 리오북스)
  • 내인생에 힘이 되어준 시 (2016.04.18 / 문화유람)
  • 틀렸다 (2017.02.20 / 지혜)
  • 기죽지 말고 살아 봐 (2017.02.24 / 푸른길)
  •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2017.04.05 / 푸른길)
  •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2018.02.05 / 밥북)
  •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2020.06.30 / 열림원)
  • 사랑만이 남는다 (2021.01.07 / 마음서재)
  •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2021.03.25 / 넥서스)
  • 네가 웃으니 세상도 웃고 지구도 웃겠다 (2021.08.16 / 시공사)
  • 서로 다른 계절의 여행[7] (2021.12.30 / 북폴리오)
  •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2022.05.31 / 열림원)
  • 별빛 너머의 별 (2023.01.25 / 알에이치코리아)
  • 처음 사는 인생, 누구나 서툴지 (2023.04.15 / 북로그컴퍼니)

 

 

 

그의 대표작인 풀꽃이 이렇게 패러디 되기도 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는 아니다

 

 

 

 

 

당신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뜻밖의 능력자 입니다

 

 

 

원종섭   Won  Jong -Sup

시인,  길위의 인문학자,  대중예술 비평가,  영미시전공 교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