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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동호인 탐방] 신춘 가곡의 향연, 김재규 회장 한국예술가곡보존회

가곡의 시장 개척과 레퍼토리 선순환을 위해

K-Classic News 탁계석 비평가회장 |

 

2024년 3월 30일 오후 4시 30분 매헌기념관 
 

가곡 활성화 대안 제시 필요한 때  

 

봄비가 내린다. 벚꽃 몇그루 만이 겨우 꽃을 피워냈다. 그동안 동호인 가곡을 볼 기회가 그다지 없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동호인 성악을 탐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곡 붐이 일고 있고, 이 흐름의 현상을 통해 클래식 시장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이다. 개인적 입장은 이렇다. 지난 10여 년간 K 클래식을 창립하고,  핵심 역량을 키우너라 정신이 없었다. 창작 오페라 5편, 칸타타 9편을 만들었으니 가곡에 눈길을 주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K클래식 브랜드의 보통명사화로 매스컴에서 생활 용어 다루듯하고 있으니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나의 땀과 열정을 스스로가 인정하는 것이니 만족스럽다. 자화자찬이지만 칸타타 9편의 대본은 단군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서 ‘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고은의 시처럼 가곡을 다시 본다.

 

그 첫 탐방지가 한국예술가곡 보존회다. 필자가 20년을 훌쩍 넘어 IMF 때 '사랑의 아버지합창단'을 만들었을 때  회장을 맡으신 분이 현 보존회 김재규 회장이시다. 전통이나 시조에나 있을 법한 ‘보존회’ 란 명칭에서 가곡의 위기감이 묻어난다. 솔직히 동호인들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는 가곡은 세대가 바뀌고, 또 바뀌면서 학교에서조차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말 가곡이 보존해야 할 유산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다.  최대한 확산하고 키워야 한다. 

 

손영미 작가의 해설로 시작한 이날 매헌 기념관의 가곡 콘서트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동호인 성악가들이 열정을 보여줬다. 배우지 않아도 되는 가요나 노래방과  달리 발성에서부터 딕션, 감정 표현, 의상, 무대 매너 등 배우지 않으면 무대에 서기가 어렵다. 그만큼 노래의 완성을 위해서는 비용도 들고, 한곡 소화에 상당 시간이 걸린다. 이같은 정성이 생활의 활력소다. 특히 노년이 되면, 은퇴를 하면 , 먼 산 바라보거나 걷기 운동이 전부이지만 예술 무대를 생활에서 갖는다는 것은 그래서 축복이 아니겠는가!  남 앞에서 가슴 설레임의 떨림을 공유하는 것,  박수를 받는 것, 서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날 관객으로 참여한 강석진 화백은  '가곡은 전문 성악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대중이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고, 이런 행위 자체가 매우 훌륭하다며,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려는 김 회장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강 화백 역시 문학, 그림, 노래 등 철인3종 경기처럼 예인3종을 하는 팔방미인의 탈랜트여서 남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전쟁의 아픔을 겪은 난리통 세대의 오피니언 리더로서는 인간문화재(?) 급이 아닐까 싶다.   

 

자작시의 곡인 양재천 연가를 열창하는 김재규 보존회 회장과 특별초청 이채현 성악가의 이중창 

 

골프, 외제차, 아파트 평수 자랑하던 시대 지났고 레퍼토리 보유가 땅 부자 보다 낫다  

 

연주 하나가 있으면 최소 열흘 이상의 컨디션을 조절해야 하니 이 긴장감이 탄력감이다. 자칫 나태해지는 노년의 일상에서 이는 기둥이 되고 더없는 즐거움과 보람이다. 그러니까 생활 오감(五感)은 배우지 않아도 되지만, 예술 오감은 배우고 훈련하지 않으면 누릴 수 없다. 생필품이 절대요소이지만 전쟁 상황이 아니라면, 그것만 챙기면서 산다는 건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인생이 멋과 풍류를 잃으면 두번 사는 것도 아닌데, 언제까지 골프, 외제차, 아파트 타령만 하다 갈 것인가. 겉치례의 허망함을 깨닫는 사회 캠페인이 지옥처럼 사는 우리 삶의 생태계를 바꿀 수 있다.  가곡이 그 청정 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니 참여자 모두가 자긍심을 갖어도 좋을 것 같다. 

 

한때 예술의전당 마을버스를 타면 ‘나 발레하는 여자야’라는 카피를 들을 수 있었다. ‘나 가곡 부르는 사람이야’. 노래방 아저씨, 아줌마와는 달라요! 하는 차별성이 동호인 성악을 보는 즐거움이다.  아직도 많은 성악가들은 가곡을 부르지 않는다. 가곡보다 훨씬 자기가 훌륭한 성악가라는 의식이 잠재되어 있다. 대학에서도 가곡을 가르치지 않는다. 아카데미가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이 본령인데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누구도 학과를 개설하려 하지 않는 이기심의 울타리 안에서 성악이 무너지고 있다.  해외 콩쿨 우승자들이 가요, 트롯트에 몰리는 이유다. 

 

K 가곡  동호인 베스트 찾아 가곡 스타 만들어 낼 것  


둥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했던가. 그래서 동호인에게서 베스트 성악가를 찾는다. 또 하나 동호인 가곡이 뒷동산(?) 가곡에 너무 머물렀다. 필자의 탐방에는 우리 작곡가의 좋은 신작들을 소개하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보존은 지키는 것과 개발의 균형이다. K 클래식이 또 하나의 관점으로 가곡운동을 재해석하고자 한다. 트랜드의 변화, 환경의 급격한 변화인 만큼 방향과 속도를 놓치면 가곡은 역사의 백미러에서 멀어지고 만다. K클래식이 가곡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해 박차를 가할 것이다. 뜨거운 성원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