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인간의 반복된 행동은 습관이 되고, 사회적으로 공유되면 관습이 된다. 결혼은 대표적인 관습 문화다. 각 지역과 민족마다 다양한 풍습이 전해지고, 시대에 따라 형식도 변해왔다. 한복과 폐백, 주례와 예물, 혼수와 피로연… 그 속에는 시대정신과 사회 구조, 가치관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러나 오늘날 결혼은 단지 ‘두 사람의 의식’만이 아니라, 사회적 소통의 이벤트가 되었다. 누가 주례를 서는가, 어떤 음악이 흐르는가, 예물은 다이아몬드인가 혹은 서로의 빚을 덜어주는 실용적 선택인가. 모두가 ‘선택’이 가능한 시대다. 선택은 곧 개성이며, 개성은 새로운 문화를 만든다.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품격과 참여’로 최근 젊은 세대의 결혼 문화는 ‘파격’을 택하고 있다. 예식장의 틀을 깨고 해변, 야외, 갤러리, 심지어 클럽에서 진행되는 결혼식도 등장한다. 그러나 파격이 때로는 품격을 해치는 엔터테인먼트 소비로 전락하는 현실도 있다. 예식이 ‘쇼’가 되고, 하객은 단순한 구경꾼이 되며, 예식의 본질인 축복과 공동체적 공감은 휘발되기 십상이다. 이제는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결혼식이란 무엇인가?” “하객은 왜 오며, 무엇을 느끼고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따뜻한 안부 인간의 소통 방식은 시대마다 달라졌지만, 그 본질은 여전히 마음과 마음의 연결이다. 그중에서도 편지는 가장 오래되고도 깊은 소통의 방식 중 하나다. 먼 길을 돌아 전해지는 한 장의 종이, 눌러쓴 글씨, 그 속에 담긴 온기가 사람 사이의 간격을 메우고 인연을 이어왔다. 황진이의 서찰을 전하던 전령, 청마 유치환과 이영도의 절절한 교감, 우체국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그리움의 통로까지. 우리는 편지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깊이를 배워왔다. 그러나 스마트폰, 카카오톡,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소통의 시대에 편지는 점점 고전이 되어버렸다. 속도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종종 깊이보다는 즉각성을, 성찰보다는 반응을 앞세운다. 그럴수록 오히려 아날로그적 감성이 담긴 편지 한 장이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펜팔을 하던 중장년과 노년 세대에겐 추억이요, 오늘의 청년들에겐 낯설지만 따뜻한 경험이 될 수 있는 정서의 회복이다. 오늘의 혼란과 불안, 이 노래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 차길진 시, 임준희 곡의 <무지개>는 그런 정서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다. 비가 그친 후, 하늘에 걸린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K클래식 ARTIST 회원 성장에 발판이 되도록 지원할 것 우리가 손으로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요? 손은 창조의 첫 출발이자, 노동의 가장 원초적인 도구입니다. 때론 손으로 무언가를 부수거나 상처를 줄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쓰다듬고 어루만지며 위로와 치유를 전할 수도 있습니다. 어머니의 손이 그렇듯 말이죠. 종교에서도 두 손을 모아 기도하며 정성을 다하는 행위를 통해, 손은 곧 신성한 매개로 기능합니다. 손은 단순한 도구일까요, 아니면 우리 마음의 언어일까요? 손은 단순히 움직이는 기관이 아닙니다. 심장이 보이지 않듯, 그 떨림과 감정이 손끝에 스며듭니다. 두려움이 밀려올 때 손은 떨리고, 분노나 슬픔이 차오를 때 손은 움켜잡히죠. 그래서 심장은 양심에, 손은 그 양심의 표현으로 비유됩니다. 양심을 잃은 이들이 저지른 악행을 두고 우리는 '더러운 손'이라 말하고, 그들이 죄를 숨기기 위해 "손을 씻었다"고 표현합니다. 당신의 손은 지금 어떤 감정을 담고 있나요? 이처럼 손은 인생의 만능 키, 스스로의 방향을 잡는 네비게이션과 같습니다. 여기, 우리는 그 손에 ‘Art’s’라는 이름표를 붙였습니다. 손과 예술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작품 지원 194억원 평가비 5억원 투입 문체부의 공연 비평 사업이 본격화한다. '2025 지역 공연 비평 지원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그간 소외되었던 지역 문화의 예술단체와 작품에 대한 평가를 본격화해서 완성도를 높인다는 뜻이다. 만시지탄, 비평이 정부의 정책에 편입된 것이다. 이번 사업은 2024년 기 공연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를 통해 지역 공연의 예술적 가치를 조명하고 우수한 예술단체의 활동을 해외로까지 확장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다. 6월부터 12월까지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하고 주관하며, 지역 대표 예술단체 32개 및 국립 예술단체 9개의 65개의 공연이 여기에 해당한다. 비평가 풀을 구성해서 비평 대상이 되는 작품에 대해서 한 작품당 3명의 비평가를 매칭을 해서 평가하고, 비평가 1인당 5개의 작품을 할수 있으므로 비평가들의 생업에도 보탬이 될 것 같다. 그간 사실상의 평가가 소외된 영역으로 존재했으나 이번 국고 지원금 5억원을 책정하여 비평사업을 본격화한 것은 K 콘텐츠 글로벌 진출에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수 있는 실질적 지원책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비평가 풀 구성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우리 정신의 뿌리 다시 캐내야 근대화의 파도는 많은 것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 중에서도 우리 민족 고유의 ‘기(氣)’ 철학과 이를 구체화하던 문화 형식들.서낭당, 굿거리, 무속의례는 서구적 합리성과 기독교적 가치관 속에서 ‘미신’이라는 이름으로 철저히 배제되고 금기시되었다. 그러나 이들이 잃어버린 것은 단순한 민속이 아니라, 우리 정신의 뿌리였다. 이 뿌리는 다시 오늘, 예술이라는 형식 속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기(氣)란 무엇인가. 동양철학에서 기는 단순한 에너지가 아니다. 인간과 자연, 정신과 물질, 생명과 우주의 흐름 그 자체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 측정할 수 없으나 감응되는 것—기철학은 존재의 본질을 직관으로 체득하게 한다. 동양예술은 이 기의 흐름을 시와 그림, 소리와 몸짓에 담아내 왔다. 김영원 조각가의 인체 형상에서, 박정진 소리철학가의 논변 속에서, 그리고 젊은 예술가들의 무속오마주 무대 위에서 우리는 그 흔적을 다시 목도한다. AI 시대, 기(氣)는 더욱 절실한 의미를 갖는다. 인공지능이 계산하고 예측하는 세계는 점점 정교해지지만, 그것이 포착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본성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보는 시대에서 하는 시대로 오늘날 예술은 더 이상 감상만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듣고 보는 시대를 넘어, 이제는 직접 그리고 만들고 표현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는 단순한 예술의 진화가 아닌, 문화 향유 패러다임의 본질적 전환이다. 다매체 환경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양적 팽창을 이끌었고, 그 결과 ‘모방’이라는 창작의 원초적 충동을 자극하고 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좋은 것을 보고 닮고자 하며, 그것을 직접 해보고자 하는 욕망을 지닌 존재다. 이러한 욕망은 동호인 예술이라는 새로운 지형을 낳고 있다. 단순한 취미 활동의 수준을 넘어, 실제적인 문화창작의 동력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K-Classic 동호인 시장은 ‘보고 싶다’에서 ‘하고 싶다’로의 욕망 전환을 수용하며 예술의 실천 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지 수요 증가에 그치지 않고, ‘자율적 표현’과 ‘비평적 개입’이 공존하는 복합적 예술 생태계를 가능하게 한다. 동호인 예술의 성장 가능성은 몇 가지 지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첫째, 이 시장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성과 더불어 수준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구조를 내포하고 있다. 둘째, 취향 기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문화는 소수의 전문가가 이끄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일상에 얼마나 깊이 뿌리내렸는가에 따라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우리가 흔히 예술이라고 할 때 떠올리는 것은 대극장의 무대, 세계적인 스타 연주자, 혹은 화려한 오케스트라일지 모른다. 그러나 문화의 진짜 지표는 이러한 몇몇 정상급 예술인의 출현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얼마나 예술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향유하느냐에 있다. 실제로 독일에는 55,700개 합창단, 2백10만명의 합창동호인이 등록되어 있으며, 전국적으로 수백만 명이 직업과 무관하게 일주일에 두세 번씩 모여 바흐, 헨델, 베토벤 같은 대작곡가의 작품을 연습하고 공연한다. 이들은 비전문가이지만 음악에 대한 헌신과 수준은 전문가 못지않으며, 문화의 일상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이다. 예술은 그들의 여가를 채우는 취미이자 자아실현의 방식이며, 무엇보다 공동체의 연대를 이끄는 힘이 된다. 또한 핀란드에서는 인구 550만 중 약 32만 명이 지역 음악학교와 문화센터에서 성악, 악기, 무용을 배우며 음악 동호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에게 교육비의 80% 이상을 지원하며, '모든 국민이 아마추어 예술가'라는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기술의 발전은 인간 삶의 문턱을 낮췄다. 누구나 사진을 찍고, 누구나 글을 쓰고, 누구나 연주할 수 있는 시대다. 이른바 ‘기술의 평균화’가 실현된 시대. 그러나 그 평준화의 이면에는 역설적인 그림자가 있다. 바로 독창성의 실종이다. 기술이 평준화되면 될수록, 제품과 콘텐츠는 서로 닮아간다. 기능은 좋아지지만, 차이는 사라진다. 이쯤에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내가 듣고, 보고, 소비하는 것은 무엇으로 구별되는가?” 예술도 마찬가지다. 특히 성악 분야는 전통적으로 높은 진입장벽을 가진 예술 장르였지만, 최근 기술의 확산과 보편화로 그 장벽이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온라인 성악 강좌, AI 반주 시스템, 오디션 플랫폼 등은 누구든 ‘부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냈고, 그 결과 동호인 성악의 참여층은 폭넓게 확장되었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참여자는 늘었지만, 차별화된 감동과 문화적 정체성을 가진 무대는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비슷한 노래, 비슷한 무대’의 범람 속에서 진정한 감동은 점차 퇴색되고 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이 바로 ‘기술 다음의 이야기’다. 개인의 목소리, 문화의 깊이,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한때 예술은 뜨거운 입김처럼 솟구쳤다. 영감은 그 순간의 정적 속에서 낚아채는 살아있는 불덩이였고, 예술가는 자신의 심장에서 즉시 치솟는 노래를 즉석에서 연주하고, 읊고, 노래했다. 하지만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음악 창작의 분업화는 이 ‘즉흥’이라는 고귀한 능력을 점차 주변부로 밀어냈다. 작곡가가 모든 것을 악보에 적고, 연주자는 그것을 ‘실행’하는 전문 기능인이 된 오늘날, 과연 우리는 ‘영감의 순간’과 얼마나 가까이 서 있는가? 오늘날 클래식 음악의 연주자들은 대개 작곡가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며, 오차 없는 완벽함을 추구한다. 그러나 이 완벽함 속에는 때때로 결핍이 있다. 그것은 바로 즉흥성, 곧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직관의 비약이다. 모차르트는 즉흥에도 능했고, 리스트는 즉흥을 통해 관객과 직결된 소통을 만들어냈다.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감정, 연주자 자신도 예측할 수 없는 진행. 그것이야말로 영감의 실체가 아니었던가. “즉흥이란 곧 신의 속삭임을 듣는 것이다.” 프란츠 리스트 이는 단지 과거의 미덕이 아니라, 오늘날 더욱 필요한 창조적 언어다. AI가 악보를 만들고 연주까지 구현할 수 있는 시대에, 인간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대중은 결코 진리를 낳지 않는다. 오직 개인만이 그것을 품는다. — 쇠렌 키르케고르 ‘절에 가서 새우젓을 먹는’ 능력 ‘눈치(nunchi)’는 직역하면 ‘눈으로 재는 치수’입니다. 말없이도 표정과 분위기를 읽어 사람들의 마음속 거리까지 재보는 섬세한 감각이죠. 덕분에 우리는 갈등을 줄이고, 협업을 매끄럽게 이어 갈 수 있습니다. 고맥락 문화가 키운 사회적 레이더 조선 유교 전통, 산업화기의 ‘빨리빨리’, ‘정(情)’ 문화는 관계의 온도를 지키는 일을 개인의 의견보다 앞세웠습니다. 그래서 말보다 눈빛이 먼저 흐르고, 단 한마디 없이도 “다 알아들었지?”가 가능해졌죠. 눈치의 빛과 그늘 밝은 면 / 그늘 빠른 공감과 조율 결정이 미뤄지고 속도가 늦어짐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암묵지 새로운 아이디어가 싹트기도 전에 꺾임 조직 분위기 읽는 능력 “내가 누구지?”라는 자기 상실감 회의 자리에서 다섯 번쯤 “이 말을 해도 될까?” 머뭇거리다 아이디어가 공중으로 흩어지는 경험,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그 순간 창조적 ‘불온함’은 사라지고 모두가 안전한 평균값으로 모여듭니다. 오늘날의 ‘디지털 눈치’ 줌 화면에 켜진 마이크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