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설문대할망, 제주를 빚다 옛날 아주 먼 옛날, 하늘과 땅이 아직 완전히 갈라지지 않았을 무렵, 거대한 여신이 남쪽 바다에 내려왔다. 그녀의 이름은 설문대할망, 천지 사이를 거닐던 어머니 대지의 화신이자, 세상의 생명을 일으키는 창조의 손이었다. 설문대할망은 키가 하늘에 닿고, 발은 깊은 바다를 디뎠다. 그녀는 이 땅 어딘가에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따뜻한 땅을 만들고자 마음을 먹었다. 손으로 바다를 휘저어 돌을 쥐어 나르고, 치마폭으로 흙을 담아 날랐다. 그렇게 날마다 돌을 이고 흙을 퍼 나르며 바닷속에 섬을 빚어 올렸는데, 그것이 지금의 제주도다. 그녀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삼아 섬을 다듬었고, 오름과 곶자왈, 바위산, 바닷가 마을까지 정성껏 만들었다. 지친 몸을 식히려 앉은 자리에 생긴 것이 ‘설문대할망이 앉았던 바위’요, 남겨둔 발자국마다 전설이 되어 땅에 새겨졌다. 설문대할망은 제주를 만든 뒤 그곳에 자신이 낳은 다섯 백성을 풀어 놓았다. 그들은 바다에서 물질하며 살아가는 해녀가 되었고, 돌과 바람 속에서 밭을 가꾸며 살아가는 제주 사람의 시원이 되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할망은 섬이 자기 힘보다 커졌음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시대가 어떤 고민과 열망 속에서 예술을 만들었는지를 섬세히 기록해야 한국 사회는 늘 성과에 치우쳤다. 얼마나 많은 무대에 섰는가, 얼마나 큰 상을 받았는가에 집중했다. 숫자와 외형에 매달리는 동안, 정작 '어떤 이야기를 남겼는가'에는 무심했다. 예술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과 정신의 집합체임에도, 우리는 그 궤적을 기록하는 데에 인색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원로 예술인들이 조용히 세상을 떠나고 있다. 그들의 삶과 예술, 시대의 목소리는 기록되지 못한 채 흩어진다. 한 시대를 관통한 경험과 사유, 고통과 영광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원로 예술인 채록사업은 선택이 아니라 긴급 과제다. 개인의 명예를 넘어, 사회 전체의 문화적 자산을 구축하는 일이다. 한 사람의 생애가 담고 있는 수많은 작은 서사들은 시대를 이해하는 소중한 단서가 된다. "그때는 그랬다"는 개인의 회고를 넘어, 문화사적 사실로 남기려면 체계적인 기록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공연예술 비평 역시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기록이어야 한다. 공연은 한 순간의 감동이지만, 비평은 그 감동을 언어로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과거로부터 미래를 만들어내는 '창조적 아카이브' 스포츠는 기록을 생명처럼 여긴다. 1초, 1미터의 차이를 기록으로 남기고, 그 기록 하나로 인생이 달라지기도 한다. 기록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순간을 증명하는 증거다. 문화예술은 더욱 그렇다. 하나의 창작, 하나의 연주는 시대를 뒤흔들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문화 기록 인프라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공연이 끝난 무대, 작품이 완성된 이후를 이어줄 기억의 집이 부재한 것이다.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박물관과 기념관을 통해 기억을 모으고, 미래를 준비해왔다. 미국은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을 중심으로 음악, 무용, 연극, 대중예술까지 모든 예술 기록을 집대성했다. 하나의 작품, 하나의 공연이 지나간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보존하고 연구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프랑스는 국립음악도서관(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 - Département de la Musique)을 통해 수백 년에 걸친 작곡가와 연주자의 악보, 음원, 편지, 사진을 수집하고 관리한다. 이는 단순한 보존이 아니라, 문화적 맥락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모든 사물은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보는 위치, 각도, 거리 하나만 달라도 사물은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역사를 보는 눈 역시 관점에 따라 갈라진다. 사관이 달라지면 해석도 달라진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연주자, 작곡가, 비평가 — 각자의 관점이 다르고, 그 차이는 예술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이 기록되지 않는다면, 결국 시간 속에 지워지고 만다. 대한민국은 지금 K-POP, K-ART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수많은 연주자, 작곡가, 무대가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 그러나 정작 이 나라에는 음악을 전문으로 다루는 박물관 하나 없다. 근대 음악사의 귀중한 자료들은 산발적으로 흩어졌고, 수많은 예술인들의 창작 기록은 사라졌다. 무대 위에서 쏟은 수천 수만 번의 연주가 단 한 번의 기록조차 남지 못한 채 잊혀지는 것이다. "기록하지 않는 예술은 바람처럼 사라진다." 이 땅의 예술은 찬사를 받고 있지만, 그 찬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기록이 없는 예술은 미래를 꿈꿀 수 없다. 관점이 해석을 만들듯, 기록은 역사를 만든다. 단발적인 성공은 박수로 끝나지만, 지속 가능한 미래는 기록을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모든 사물은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보는 시각의 위치, 각도, 넓이에 따라서 사물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비춰진다. 역사를 보는 눈 역시 그러하다. 어떤 사관(史觀)을 갖느냐에 따라 역사는 새롭게 해석되고, 또 다르게 기록된다. 예술 역시 관점에 따라 무수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공연이라는 행위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연주, 그 연주를 위해 창작된 작품, 그리고 그것을 평가하고 기록하는 비평의 관점들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수많은 단계를 거쳐 성장하고 발전해 온 과정을 다시 리뷰하고 평가하며 기록하는 작업은 오늘날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기록하지 않는 예술은 바람처럼 사라진다 박물관, 기념관, 전시관은 인간의 총체적 관점을 집적화시키는 장소다. 시간을 견디며 남은 것들만이 다음 세대를 위한 자산이 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아직 음악을 위한 전문 박물관 하나 없이 근대사의 귀중한 자료들이 흩어지고 있다. 이 현실을 직시할 때, 기록의 중요성과 가치를 높이기 위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선진국처럼 공공적 자료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한 양적 수집을 넘어, 질적 승화를 도모해야 한다. 기념관과 전문 아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나덕성(첼리스트) 전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과 함께 기록되지 않은 삶은 존재하지 않은 것과 같다 날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숱한 행위들은 기록되지 않는다. 호모사피언스 이래 인류가 살아온 광대한 역사의 시간을 거쳐 왔지만, 수만 년을 지나면서 모든 것들은 풀처럼,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작가는 작품을 통해, 화가는 그림으로, 작곡가는 명곡으로, 작가는 문학으로 자신을 영원히 남기고자 혼신의 힘을 다한다. 연주가는 레코딩의 기술을 통해서, 오늘날엔 동영상으로 남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과연 역사에 기록될 만한 가치란 무엇이며, 또 얼마나 될까? "기록되지 않은 삶은 존재하지 않은 것과 같다." — 이 말처럼, 한 사람의 생이 마감되면 그 기록을 어디에서도 찾기가 쉽지 않고, 또 찾으려 하지도 않는다.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묘비나 납골당이 있긴하지만 개인의 경우 한 세대를 넘기기도 쉽지 않다. 대한민국 예술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오래전부터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을 채록하는 사업을 지속해 왔다. 이는 예술가의 최종적 평가와 정리가 채록 대상자 선정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다만, 공공 영역에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명확한 타킷의 소비자 겨냥하는 홍보 마케팅 필요 상품화란 결국 대중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개념이다. 아무리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이라도 그것이 시장에서 소비되지 않는다면,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물론 상품이 특정 계층이나 취향에 맞춰 설계될 수는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누가 소비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타깃 설정이 마케팅의 성패를 가른다. 클래식 음악도 마찬가지다. 대중에게 인지되고 소비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예술적 완성도만으로는 부족하다. 오늘날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콘텐츠의 전달력, 설득력, 그리고 이를 포장하고 유통하는 마케팅 기술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공연은 감동에 앞서 관객 설득이어야 한다." 이는 단지 무대 위에서 울림 있는 연주를 펼치는 것을 넘어, 관객이 왜 이 음악을 들어야 하는지, 지금 이 시대에 어떤 메시지를 품고 있는지를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점에서 클래식 공연은 영화나 뮤지컬에 비해 상품성이 약한 것이 사실이다. 대중문화 콘텐츠는 이미 형식과 장르를 넘나들며, 스타 마케팅 등 다양한 소비층을 확보하고 있고, 빠른 템포의 전개와 친숙한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오페라를 버려 오페라를 구한다.” “장르를 융합해 장르를 살린다.” 고전 오페라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공연 콘텐츠가 태어난다. 관광객이 즐기고, 기억하고, 돌아가서도 이야기할 수 있는 ‘관광 오페라’의 탄생이다.영상과 음악, 춤과 설화, 노래와 서사가 한데 어우러진 옴니버스 갈라 오페라. 제주는 신화의 섬이다. 화산이 만든 신비로운 대지 위에 하늘에서 내려온 흰 사슴, 거대한 여신 설문대할망, 바람의 여신 영등할망, 해녀와 해적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만든 전설들이 사계절의 이야기로 피어난다. 본 공연은 봄·여름·가을·겨울 네 장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구조로, 각 계절에 어울리는 제주 신화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음악과 무용, 현장 라이브 연주와 멀티미디어 영상이 결합된다. 봄: 거대한 창조 여신 설문대할망이 제주를 만드는 이야기 여름: 차귀도의 해녀와 해적의 비극적 사랑 서사 가을: 하늘에서 내려온 백록담의 흰 사슴, 인간을 위해 희생하다 겨울: 제주의 바람을 다스리는 여신 영등할망의 이별 의식 ‘보고 듣고 느끼는 제주’, ‘기억 속에 남는 제주' 화려한 무대장치와 제주 자연의 영상, 감동적인 성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서양 피아노사에 편입은 상상도 못했으나~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을 피아노 명곡들. 그만큼 치열하고도 광대한 전통이 피아노에 존재한다. 명곡의 주류는 엄연히 독일과 비엔나, 프랑스, 그리고 러시아, 동유럽으로 이어지는 서양음악사 가 중심권이다. 쇼팽, 리스트는 말할 것도 없고, 북유럽의 그리그, 러시아의 스크리아빈, 프로코피예프에 이르기까지 확고한 위계를 이루고 있다. 이런 서구 음악문화에 우리는 해방 이후 전적으로 편입되었다. 대학 커리큘럼, 콘서트홀의 프로그램, 심지어 연주가의 커리어 설계조차 완벽하리만치 서양 명곡사의 완주를 전제로 굴러왔다. 때문에 ‘한국 작곡가의 피아노 명곡?' '세계로 간다?’는 발상 자체는 언감생심, 공상처럼도 여겨지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지구가 공전하는 세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문명도 순환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 시대가 변하면서 요구되는 티켓 하나를 우리가 걸머지게 된 것이다. 행운일까? 필연일까? 말 할 사이도 없이 우리의 K-Pop, BTS 이후, K-Culture, K-Classic이 전환의 물결을 타기 시작했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외국 피아니스트들이 K-Classic 피아노 곡 연주하는 날이 올 것 이 땅에 피아노가 도입된 이래 수많은 재원들이 해방 이후 유학의 길을 택했고, 세계 각국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돌아왔다. 피아노로 평생을 살고자 했던 꿈, 무대에서 협연하고 교수가 되어 후학을 양성하고자 했던 소망은 모두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세계 무대에 서는 길은 생각만큼 넓지 않았다. 아무리 바흐와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을 연주해도 유럽에서 이들과 경쟁하는 일은 쉽지 않다. '복사본의 한계'라는 말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흐름이 바뀌었다. K-Pop의 한류 열풍을 따라 K-Arts와 K-Classic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제는 우리 작곡가들의 피아노 작품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나아가, 외국 피아니스트들이 K-Classic 피아노 곡을 연주하는 날도 곧 도래할 것이다. 선배가 후배를 이끌어 준 음악사의 아름다운 사례들 이 중요한 전환점에서 우리는 '혼자서는 어렵지만, 함께하면 가능한' K-Classic의 플랫폼 전략'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교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