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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경 리뷰] 진도 국립남도국악원 초청 연수를 다녀와서... (2022.9.12-9.23)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

 

오프닝: 9월 12일, 국립남도국악원원장: 명현, 과장: 김갑수, 통솔: 노유경

 

2022년 9월 12일, 아침 10시, 진도 국립남도국악원으로부터 초청받은 (Jindo Nation Gugak Center) 독일팀 „한글만세“는 국악원에서 보내준 버스를 타기 위해 서울, 디지털 미디어 시티 지하철역 앞에 모였다. 추석 마지막 휴일이었던 이날은 태풍 소식으로 인하여 날씨가 어둡고 간간히 비가 내리기도 했다. 날씨와는 상관없이 만반의 기대와 흥분이 버스 안에 가득했다. 버스는 오후 5시경에 진도에 도착했다. 대부분 학생들은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서울을 아직 둘러보지 못하고 진도로 곧장 내려온 학생이 많다. 그들에게 진도는 한국의 첫인상이었다.

 

매일 밤 2시간 배우고 연습했던 사물놀이, 독일 대학생 20명 참가

 

대한민국에서 3번째로 큰 섬인 진도의 가장 남쪽 하단, 임회면 여귀산에 국립남도국악원이 (원장: 명 현) 위치한다. 독일팀 한글만세는 (Hangul Manse) 2022년 해외 동포 및 국악 단체 초청 3차 연수에 초청받았다. 글쓴이가 결성한 한글만세팀은 독일 쾰른 대학교 (Universität zu Köln)와 아헨 대학교 (RWTH) 학생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 전공이 아닌 교양 과목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관하여 배우는 한글만세팀 학생들은 강의에만 열중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관해 특별한 애정을 가진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이번 3차 국립남도국악원 초청 연수는 카자흐스탄에서 온 팀 (비둘기) 과 독일 팀이다. 원래는 우크라이나 한 팀이 더 초청되었다 한다. 그들의 부재에 관하여 국악원 원장 명현은 아쉬움을 표현했다. 9월 13일 오전 개회식에서 원장 명현의 개회사와 더불어 과장 김갑수, 연구사 천현식, 강사들 그리고 국악원 직원들이 독일 학생들과 카자흐스탄 팀을 반갑게 맞아주셨다. 

 

국립남도국악원은 2004년에 개원했다. 124.361m2의 부지에 연면적 12.190m2 규모로 앞면에서는 확 트인 바다가 보이고, 숲속의 나무들은 국악원의 9개 건물을 병풍처럼 안고 있다. „한국에는 국립 국악원이 4개 있습니다. 서울, 부산, 남원 그리고 진도에 있습니다. 멀리 독일에서 그리고 카자흐스탄에서 오신 여러분은 지금 여기 진도에 오신 겁니다“ 김갑수 과장은 14일에 있던 국악 특강 시간에 지도를 보여주며 명료하게 설명했다. „국악 전문 연수와 공연을 통한 국악 보급 활동, 건전한 여가 문화 선도와 국민 정서 함양, 문화 소외 지역 주민에게 전통문화 향수권 제공, 국악 활성화에 의한 지역 문화 예술 관광 자원화의 토대 마련 등을“  목표한다고 설명하는 국립남도국악원 원장 명현은 해외 동포 국악 단체 초청 연수 사업에 특별한 애정을 품고 있다.

 

사물놀이 강사: 한상욱, 정성엽

 

해외 동포 및 국악 단체 초청 연수는 초청된 단체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팀원들에게 우리나라 전통 음악과 춤을 2주간 집중적으로 전수한다. 다만 항공료는 각자가 해결한다. 글쓴이는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하여 몇 군데의 단체에 서포트를 의뢰해 보았으나 답을 구하지 못했다. (이 점이 아쉬워서 내년에 다시 방법을 찾아 보려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의 여파로 믿기지 않을 만큼 치솟은 항공료를 학생들은 기꺼이 부담했다.

 

        9월 17일 초청공연 평택농악보존회 초청 공연 관람 후, 진악당에서

 

독일팀과 같은 시기에 초대된 카자흐스탄팀은 태평무를 선택했고, 독일 학생들은 두 팀으로 나누어 각각 부채춤과 가야금을 배웠다. 20명의 학생은 춤과 음악을 선택하여 선호하는 과목을 오전과 오후 각각 4시간 배우고 연습했다. 글쓴이는 가야금 팀을 통역했다. 가야금을 처음으로 직접 보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명주실 12줄이 매여 있는 오동나무 악기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천천히 뜯어 보던 학생들은 뜯고 튕기는 손가락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엄지와 검지에 물집이 생기고, 하나 둘씩 반창고를 찾기 시작했다. 이번 학생들이 첫 학생이라고 하며 특별한 애정을 갖고 수업에 임하신 가야금 강사 장예은은 공연을 앞두고 연습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과연 한 곡이나 배울 수 있을까? 했습니다. (2주간의 초대였지만 오고 갔던 여행 날짜와 주말을 빼면 연습 기간은 겨우 7일이다.) 7일간의 연습 후, 3곡을 훌륭하게 연주한 독일 학생들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최고의 학생들이었습니다.“

 

 

 9월 22일, 연수 마지막날 가야금 공연, 강사: 장예은 

 

부채춤팀 강사 전여경, 통역 노율래로 가야금과 같은 시간에 진행되었다. 부채춤반 학생들 역시 한국 부채를 직접 본 적도 없고 손에 쥐어 본 적도 없다. 먼저 부채를 열고 닫는 일이 급선무였다. 이렇게 춤을 시작했던 학생들은 수업 시간 이외에도 모여 연습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수업 시간 전에 춤을 추었고 밤에 자기 전에 부채를 들고 연습실로 향했다. 22일 공연이 있던 날, 머리 단장과 옷 단장을 마친 학생들은 한국인으로 변해 있다. 도령이 된 독일 남학생들과 선녀가 된 여학생들은 꽃과 파도와 나비와 바람을 부채로 만들어 관객에게 선사했다. 부채춤은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9월 22일 연수 마지막 날 부채춤 공연, 강사: 전여경

 

오전과 오후에 부채춤과 가야금 수업이 끝나면 저녁 식사 이후 사물놀이를 배웠다. 가야금 팀과 부채춤 팀은 함께 모여 한 팀으로 구성하였다. 강사 한상욱, 정성엽과 함께 꽹과리, 북, 장고, 징에 몰두했다. 한상욱과 정성엽은 독일 학생들이 너무 열심히 해서 하나라도 더 알려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몸을 많이 움직여 호흡하는 학생과 양반다리를 하지 못하여 고생하던 학생은 강사님들의 특별 선물까지 받았다. 영남농악의 길군악을 시작으로 웃다리농악 사물놀이까지 연습했다. 경상도에 전승되는 영남농악을 전남 진도에서 생생하게 공부했다. 강사 한상욱은 같이 호흡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악기 파트 연습을 중심으로 연습을 지휘하던 정성엽은 형이 되어 마지막 날에 학생들과 자유 시간을 보냈다. 우리들의 타악기 공명은 매일 밤 여귀산의 동물을 깨웠다.

 

       9월 22일, 연수 마지막 날, 사물놀이 공연, 강사: 한상욱, 정성엽

 

매일 8시에 조식이 시작된다. 그리고 10시부터 12시까지 수업이 있고, 12시 20분에 점심식사, 낮에 잠시 자유시간이 있고 곧,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수업받는다. 그리고 오후 6시에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는 건강하고 신선한 음식이었고, 특히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특별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매운 음식도 학생들은 정말 맛있게 먹었다. 음식 투정을 하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면 쉬는 시간도 없이 곧장 강의실로 향하여 사물놀이를 배웠다. 이렇게 매일 행복한 강행군 프로그램 끝에 맺고 푸는 가락의 반복과 생동적인 리듬을 서울로 떠나는 바로 전날, 청중들에게 선사할 수 있었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인가가 없는 곳에 위치한 남도 국악원 근처에는 작은 구멍가게 하나도 근처에 없다. 아이들의 간식과 필수품을 아침이든 오밤중이든 읍으로 나가 물건을 공수하신 천현식 연구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신선하고 건강한 한국 식단을 독일 학생들은 아주 좋아했다.

 

이제 코로나 시대를 마주하는 대응 방안이 아닌 포스트 코로나의 전망을 살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동안 디지털 기반의 온라인 콘텐츠 제공은 부수적이 아니라 핵심적으로 출고되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잊어서는 안 된다. 한글의 중심 글자는 하늘, 땅 그리고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의 정과 혼은 디지털로 해소할 수 없다. 인간은 음악과 춤을 직접 대면하고 체험하는 일을 그 어느 것으로 대체할 수 없다.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참여와 나눔의 공간이었던 남도 국악원은 독일 학생들의 잊지 못할 평생의 기억으로 남겨질 것이다. 이들이 서로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야겠어. 그리고 미래에는 한국과 독일을 이어주는 글로벌한 어떤 직업에 종사하고 싶어. 한국 교환 학생으로 오고 싶어. 더 한국을 공부하고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어“ 

 

사물놀이 공연을 마치고, 강사: 한상욱, 정성엽

 

케이팝과 케이 드라마가 좋아서 한국에 관심을 두었던 학생들이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 전통과 그의 깊은 맛을 알게 되고 취하고 있다. 아쉬움으로 이별을 고하며 국악원을 떠나 각각 헤어진 학생들에게 하나 둘 연락이 온다. „교수님, 제 호텔 앞에 사물놀이 동상이 있어요“ 공항을 떠나면서 카톡 동영상을 보내기도 한다. „교수님. 지금 공항에서 가야금 산조를 하고 있어요“ 

 

         독일 한글 만세 팀과 카자흐스탄 비둘기 팀, 마지막 날, 공연을 끝내고

 

전통이 과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현재에 공존하며 지금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녹슬지 않고 진부하지 않다. „굿과 향토 민요 등 지역 음악 문화를 전승 보존하며 다양한 교육 연수 과정을 개설하여 남도 지역 문화발전에 기여하며“ 해외 동포 및 국악 단체 초청에 힘을 기울여 주시는 국립 남도 국악원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쾰른 대학교, 아헨 대학교 한글만세팀 통솔자

음악평론가, 음악학박사 

노유경 Dr Yookyung Nho-von Blumröder

ynhovon1@uni-koel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