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기자 이 글은 쾰른대학교 강당에서 2025년 6월 10일 한국 전통 음악 해금 앙상블 케이율과 일본 가가쿠 앙상블과 협연으로 이루어진 콘서트에서 케이율 해금 앙상블 단장이 관객을 향해 언급한 인사말로 발표된 독일어로 이루어진 글입니다. 번역본을 올려 드립니다. 전통에서 전통으로 – ‘Tradition to Transition’ 공연을 맞아 존경하는 여러분,성령강림절 연휴 한가운데, 이 특별한 음악회를 찾아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밤, 무대 위에는두 앙상블은 단순히 전통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깊은 뿌리를 딛고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을 시도하는 존재들입니다. 일본의 궁중 음악 가가쿠(Gagaku)를 연주하는 전통 앙상블, 그리고 독일에서 결성된 세계 최초의 외국인 유학생 해금 앙상블 케이율(K-Yul)이 그 주인공입니다. 가가쿠는 천 년을 넘는 세월 동안 일본 궁정의 정신적 질서를 지켜온 음악입니다. 한국에도 이에 상응하는 ‘정악(正樂)’이라는 음악 전통이 존재합니다. 둘 다 빠름보다 느림, 화려함보다 내면의 울림을 지향하는 음악. 이는 관객의 감탄보다는, 마음의 침묵을 불러일으키는 예술입니다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기자 [노유경 리뷰] 언어를 넘는 우정의 풍경 부제: 상트 오틸리엔의 한독 문화교류의 날, 번역과 우정의 예찬 2025년 5월 17일, 바이에른의 고즈넉한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에서는 '한독 문화교류의 날(Tag der Deutsch-Koreanischen Kulturbeziehungen)' 행사가 성대히 열렸다. 독한협회(Deutsch-Koreanische Gesellschaft e.V.)가 주최한 이날의 행사는 두 나라의 문화를 연결하는 소중한 자리였다. 독일과 한국, 두 문화가 만나는 이 특별한 행사에서 문화와 언어, 사람은 국경을 넘어 진정한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독한협회는 1966년 창립 이래 독일과 한국의 학술, 문화, 예술 교류를 지원하고 증진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현재 회장인 Rolf Mafael(전 주한 독일대사)은 독일 내 한국학의 학술적 저변을 확대하는 데에도 큰 공헌을 하고 있다. 내년인 2026년에는 본(Bonn)에서 협회의 창립 6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국제 문화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이날의 시작을 알린 것은 한국학의 독일 내 초석을 마련한 선교사 안드레 에카르트의 삶을 기리는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기자 제1회 국악의 날을 축하하며: 조용하지만 확실한 첫걸음 – 유럽 국악인 커뮤니티 ‘율’과 국악의 날을 맞이하며 독일 쾰른에서의 작은 만남 이후 하나의 꿈이 싹텄다. 그것은 독일 전역에 흩어진 국악인들이 다시 서로 연결되어 연주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국악진흥법이 공포된 이후 처음으로 제정된 '국악의 날'(6월 5일)을 계기로, 이는 단순한 날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여민락(與民樂)이 최초로 기록된 이 날은 '백성과 함께 즐기는 음악'이라는 철학을 담고 있으며, 국악이 단지 궁중의 음악이 아니라 민과 함께 호흡하는 예술임을 상기시키는 날이다. 이 날은 전통음악이 현대사회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공동체를 잇는 중요한 매개체임을 새삼 되새기게 만든다. 따라서 독일 내에서 한국의 전통음악을 다시 활성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었다. 페이스북에 올라간 작은 공고문은 이 꿈의 첫 걸음이었다. 독일 내에서 국악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연주를 중단한 사람들, 악기를 간직하고 있지만 연주할 기회를 잃었던 사람들, 또는 늦게나마 국악을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을 찾기 위한 메시지였다. 인원이 많지 않더라도 앙상블이라도 좋으니,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기자 [노유경 리뷰] 쾰른-클레텐베르크 브루노 성당에서 부활절 오르간 음악회 최규미 오르간 연주 2025년 5월 11일, 독일에서는 어머니의 날(Muttertag)이었다. 하늘은 그림처럼 맑았고, 거리는 가족 단위로 소풍을 나선 사람들로 평화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쾰른 쉴츠-클레텐베르크에 위치한 가톨릭 성당 St. Bruno에서 열린 오르간 연주회는 고전부터 낭만에 이르는 유럽 오르간 음악의 흐름을 조망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이 연주회는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오르간 음악을 시대순으로 배치하여, 유럽 오르간 음악의 발전과 다양성을 조명하고자 했다. 각 곡은 해당 시대의 음악적 특징과 작곡가의 독창성을 반영하며, 청중에게 깊은 음악적 경험을 선사한다. St. Bruno 성당은 쾰른 쉴츠-클레텐베르크 지역에 위치한 가톨릭 교회로, 1926년에 건축되었다. 이 성당은 쾰른 대주교였던 성 브루노(925–965)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으며,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고, 성 브루노는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오토 1세의 형제로, 쾰른의종교적 및 정치적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성당의 건축은 당시의 도시 주거 구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기자 [노유경 리뷰] 국립국악관현악단 창단 30주년 기념 관현악시리즈 III <베스트 컬렉션> 2025년 3월 12일 19:30 국립극장 해오름 30년이라는 시간은 인간의 삶에서 성숙과 변화를 이루는 중요한 주기이다. 고대 문명에서 30년은 재생과 새로운 시작의 상징이었고, 기독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30세에 공생애를 시작하며 인류 구원의 길을 열었다. 불교에서도 30년은 깨달음을 향한 깊은 수행의 시간이며, 천문학적으로는 토성이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주기로, 우주의 질서와 순환을 상징한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지난 30년 동안 우리 전통 음악의 뿌리를 깊이 내리고, 현대적 감각과 창의성을 더해 한국 음악의 아름다움의 깊이와 가능성을 세계 무대에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그 여정은 마치 한 그루의 생명나무가 오랜 세월을 통해 단단한 줄기를 형성하고, 무성한 가지를 펼치며 풍성한 열매를 맺듯,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음악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더욱 깊고 넓게 확장되었다. 2025년 3월 12일,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열린 국립국악관현악단 창단 30주년 기념 관현악 시리즈 III <베스트 컬렉션>은이러한 3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기자 [노유경 리뷰] 마드리드에서 피어난 한국 오페라의 정수, 임준희의 『천생연분』 2025년 5월 18일 19:30 테아트로 모누멘탈, 마드리드, 스페인 작곡: 임준희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 최상호, 지휘: 차웅, 합창지휘: 임재식 (스페인 밀레니엄 합창단, 스페인 밀레니엄 오케스트라 서향 (Sop.오예은), 몽완 (Ten.유신희), 이쁜이 (Sop.김효주), 서동 (Bar.정제학), 맹진사 (Bass.윤희섭), 맹부인 (M.Sop.김세린), 김판서 (Bar.김원), 이방 (Ten.강도호) 국립오페라단은 한국의 오페라 문화를 이끌며,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 실천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미학적 지평을 열어온 대표적인 대한민국 단체다. 단장 겸 예술감독 최상호는 국립오페라단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한국 오페라의 세계화를 주도해온 인물이다. 그가 지휘한 무대는 늘 시대와 호흡하면서도 한국적 정체성을 놓치지 않는 해석으로, 국내외에서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다. 2024년 유럽 무대에서 주목을 받은 이영조의 『처용』에 이어, 2025년에는 국립오페라단이 작곡가 임준희의 『천생연분』으로 스페인 마드리드에 진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기자 | [노유경 리뷰] 세계의 소리를 담은 무대, 함부르크 Welt-Klang-Fest에서 한국의 소리를 울리다 세계 소리 축제 (WELT KLANG FEST) 2025년 5월 1일 목요일 14:00-17:00/ 19:00-24:00 장소: 함부르크 국립음악연극대학교 (HfMT Hamburg) 함부르크 국립음악연극대학교는 올해 개교 75주년을 맞이했다. 고전 음악 교육기관으로 출발한 이곳은 오늘날 예술적 다양성과 국제적인 교류, 실험적 사운드를 포용하는 살아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세계 소리 축제"는 음악을 고정된 형식이 아닌 세대와 문화, 전통 간의 대화로 바라보며,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예술가들과 관객이 함께하는 교류의 장을 마련한다. 이날, 고전 음악과 발리의 가믈란, 시리아의 우드, 페루의 바로크음악, 한국의 판소리와 해금 등 다양한 음악 전통이 어깨를 나란히 했다. "크로스오버"가 아니라, 존중과 경청의 연대를 보여주는 밤, 무대와 일상, 소리와 몸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살아 있는 축제였다. 총장 Prof. Dr. Jan Philipp Sprick의 개회사와 함께 축제의 문이 열렸다. 주간 프로그램은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기자. [노유경 리뷰] 한국양금악회 창단연주회 2025년 3월 27일 국립국악원 우면당 전승과 도약: 서공철 양금산조 50주년과 한국양금악회 창단연주회 2025년 3월 27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 서공철 양금산조 50주년 기념 및 한국양금악회 창단연주회는 전통의 보존과 창작의 진화를 함께 꾀하는 의미 깊은 자리였다. 이번 연주회는 “전승과 도약”이라는 부제를 내세우며, 한 세대에 걸쳐 계승되어 온 서공철류 양금산조의 예술성과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새로운 음악적 지평을 여는 출발점으로써 주목할 만하다. 한국양금악회는 “전통 양금의 전승과 창작 양금의 도약”을 기치로 내건 단체로, 전통 양금 곡의 체계적인 연구와 무대 발표, 그리고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을 통한 창작곡 발표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양금은 아직 전공자와 전문 연주자가 극소수인 악기이지만, 최근 빠르게 확장되는 음악적 영역 속에서 이번 연주회를 통해 양금의 전통적 기량을 다지고 현대음악과의 접점을 넓혀 궁극적으로 ‘양금의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이에 한국양금악회는 전통 음악뿐 아니라 현대 창작곡의 원활한 연주를 위한 연주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기자 | [노유경율모이] 2025 국립합창단 THE NATIONAL CHORUS OF KOREA 합창아카데미, 국립합창단 청년 교육단원(전문가과정)를 살펴본다. 주강사: 이현섭, 박선이 보조강사/반주: 허란 2025년 3월 11일 정효예술센터 국립합창단은(지휘: 민인기) 1973년에 창단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합창단이며 한국 합창 음악의 발전과 보급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국가 행사나 대형 공연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내외 합창 행사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며, 한국 합창 음악의 수준을 높이고, 합창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과 현대 음악을 아우르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공연을 통해 많은 음악 애호가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그동안 음악 교육 및 인재 양성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 온 국립합창단의 특별한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다. 바로 작년부터 시작된 국립합창단의 '합창 아카데미 전문가 과정'이다. 독일에도 WDR 합창단, 뮌헨 바이에른 방송 합창단(BR Chor),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합창단 같은 세계적인 합창단이 있으며, 아카데미와 유사한 프로그램이 이미 있는 합창단이 있다. 그중 일부는 교육 프로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기자 [노유경 리뷰] 제목: "경계의 울림" (Resonance of the Boundary)-정진욱 졸업연주회 (Composition Graduation Recital of Jinwook Jung) 2025년 2월 5일, 쾰른 음악대학교 2025년 2월 5일, 쾰른 음악대학교(HfMT Köln) 콘서트홀에서 한국인 작곡가 정진욱(Jinwook Jung)의 졸업 연주회(Konzertexamen)가 열렸다. Konzertexamen은 독일 음악대학에서 최상위 과정으로, 단순한 학위 취득이 아닌 작곡가로서의 최종적인 예술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리이다. 그가 선택한 네 개의 작품은 단순한 연주곡이 아니라, 그의 음악적 사고와 예술관을 반영하는 구성적 의미를 지닌다. 공연이 열린 이 날, 2월의 차가운 공기가 도시를 감싸고 있었지만,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쾰른 중앙역을 나서서 쾰른 음악대학교(Hochschule für Musik und Tanz Köln)로 향하는 길, 수많은 역사적 음악가들이 거쳐 간 이 도시에서 한 한국 작곡가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순간을 목격하러 가는 길이었다. 정진욱이 이번 졸업 연주회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