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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칼럼] 탁월한 작품만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니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시대의 발명품인 다산 정약용의 거중기 앞에서 (수원 화성 박물관)

 

“위대한 예술은 인간을 해방시키는 가장 고요하고도 강력한 힘이다.”

 

“한 시대를 바꾸는 것은 권력이 아니라, 끝내 살아남은 한 편의 작품이다.”

 

작가라면 누구나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작품이라고 해서 모두가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억에 남는 작품, 시대를 관통하는 명작은 수백, 수천, 수만 분의 일의 확률로 탄생한다. 같은 소재라도 누가 다루느냐,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큰 차이를 만든다. 이것이 창작의 냉엄한 진실이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소재,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창작.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명작이 되는 것을 허락하진 않는다. 그러니까 어떤 점에서 보면 창작은 가장 민주적인 것이며, 동시에 가장 가혹한 선택의 م결정이다. 한 개인에게 주어진 넓은 땅과 무한 자유 속에서, 결국 어떤 씨앗을 심고 어떻게 키워내느냐는 전적으로 작가의 역량 몫이다.

 

한 그루 느티나무가 역사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공력과 집중, 그리고 시간의 축적이 요구된다. 그러나 현실의 대부분의 작품은 일회성으로 소비되거나 실험이란 이름으로 사라진다. 때로는 그것이 소모적 비용으로 남기도 한다. 그러나 창작은 본질적으로 낭비를 감수하는 영역이며, 그 낭비 속에서 비로소 시대를 바꿀 단 하나의 필연이 태어난다. 무한 경쟁의 파도 속에서 작가는 스스로의 깊이와 밀도를 증명해야 한다.

 

때문에 작품의 탁월함은 단순한 재능이 아니라, 끝까지 밀어붙이는 에너지의 문제이며, 그 에너지가 보편적 질서를 문화사의 새로운 질서로 전환시키는 힘이 된다.

 

“작가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시대의 언어를 새로 쓰는 사람이다.”

 

“명작은 우연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요함의 다른 이름이다.”

 

오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창작 그 자체를 넘어, 그 창작이 어디로 향하는가이다. 우리의 문학, 우리의 향토, 우리의 기억 속에 잠들어 있는 수많은 보물과 유산은 아직 해석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이 자산을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향토 지식재산(Local IP)'으로 재해석할 때, 지역은 더 이상 소멸의 대상이 아니라 창조의 중심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고택과 마을, 설화와 인물, 자연과 삶의 흔적들, 이 모든 것이 콘텐츠가 될 수 있는 씨앗이다. 이 씨앗을 바탕으로 지역의 환경을 글로컬(glocal) 중심으로 리모델링할 때, 청년들이 돌아와 살고 싶어 하는 새로운 주거와 창작의 공간이 형성된다. 이는 단순한 관광 자원의 개발을 넘어, 삶의 방식 자체를 재설계하는 문화적 전환이다.

 

특히 AI 이후의 시대는 단순한 정보의 생산이 아니라 ‘의미의 설계’가 핵심이 된다. 볼거리와 스토리텔링은 더 이상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감각과 사고를 재구성하는 핵심 도구가 된다. 기술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시대일수록,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에 대한 창작자의 책임은 더욱 커진다.

 

결국, 탁월한 작품만이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 그것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 사고의 틀을 바꾸고 삶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 자유를 설계하는 사람이며, 작품은 그 자유를 증명하는 유일한 언어다.

 

그래서 우리는 묻는다.

당신의 작품은, 당신을 자유롭게 하고 있는가.